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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절박감을 정말 몰라서 이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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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절박감을 정말 몰라서 이러는지…"

강기갑 의원 단식 19일째…"DDA 이후에도 반대할 것"

14일, 쌀 협상 비준안 처리에 반대해 온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국회 본청 로비 입구에서 가부좌를 틀고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19일째가 됐다. 생수와 소금만으로 버티는 그의 체력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혈당 수치는 63으로 낮아져 의료진은 지난 주말 입원을 권유했다고 한다. 실내라고는 하지만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사람들로 유리문이 열릴 때마다 갑자기 추워진 바깥바람이 옷섶을 파고들었다.

그는 지난 주말 농촌 현실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젊은 농민의 죽음에 양 손으로 콧등을 감싼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쌀 비준안 처리에 대한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도, 한나라당의 협조도 포기한 듯 했다.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 결과를 보고 처리한다면 12월 처리를 막지 않겠다던 당초 그의 입장도 '지속적인 반대'로 더욱 완강해졌다. "이런 상태에선 (민주노동당의) 원칙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의 단식도 기약 없이 길어질 것만 같다. <편집자>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보자는 것.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프레시안 : 건강은 좀 어떤가.
강기갑 : 아직 큰 탈은 없는 것 같다. 내 건강이 중요한 게 아니라…. 힘을 내야죠.

프레시안 : 지난 주말에 담양에서 한 젊은 농민이 목숨을 끊었다.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강 의원의 안타까움이 더할 것 같다.
강기갑 : (양손으로 콧등을 감싸 쥐고 한동안 침묵) 농민들이 1년에 부지기수로 자살을 한다. 쌀 하나가 농민들을 지탱해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데, 쌀마저 이렇게 돼버리니…. 그런 절박감이 농촌 어느 곳에나 박혀 있다. 정치권이 정말 그것을 몰라서 이런 접근을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

프레시안 : 12월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을 보고 결정하자는 게 민주노동당의 주장이다. 현 상황에선 그리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강기갑 : DDA 결과를 보면 관세율이 어느 정도로 나올지 드러날 것이다. 그런 것이 나오고 판단해도 늦지 않고, 또 그렇게 해야 옳은 것이다. DDA 이후에는 비준을 받거나 관세화로 가거나 둘 중 하나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우리 농촌의 운명을 뒤흔드는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고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다.

정부는 나중에 다시 농촌 문제가 코앞에 닥치면 그 때 또 무슨 대책을 내놓겠다고 응급처치 식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다. 우리 주장은 정부와 국회, 농민들이 3자 협의 기구를 구성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정부는 아무런 답을 안 하고 있다. 현장의 농민들은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프레시안 : 정부가 어느 수준의 대책을 내 놓으면 수용할 수 있겠나.
강기갑 : 대책을 지금 당장이야 내 놓을 수 있겠나. 다만 협의기구를 구성한다는 것은 성의 있고 진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가 농촌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고 걱정을 하고 있다면 그런 의지 정도는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당초 12월까지는 처리하겠다는 민노당의 입장도 변화되는 것인가.
강기갑 : 당초 DDA 이후에는 쌀 비준안 반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제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계속해서 강행처리만 하려고 한다. 우리가 일종의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원칙이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민노당의 제안 자체가 무의미해졌고 DDA 이후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인가.
강기갑 : 현재로선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정부 측에선 전혀 전향적인 태도 변화의 여지를 전달 받은 바 없나.
강기갑 : 없다.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왔을 때도 인사만 하고 갔다.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 우리 제안을 정부가 수용하지 않는 이상, 정부는 처리를 강행하려고 할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그것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은 16일 본회의에서 쌀 협상 비준안을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무슨 의도가 있다고 보나.
강기갑 : 글쎄, 정부가 무슨 압력을 받은 게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그동안의 협상 과정에서 챙길 것은 다 챙겼다. 빨리 우리의 비준 처리를 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다소 전향적인 모습인데, 한나라당의 협조가 있을 수 있다고 보나.
강기갑 : 힘들지 않겠나. 오늘도 농민 단체들이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프레시안 : 강 의원의 입장에선 모든 상황이 부정적이다. 단식을 풀 생각은 전혀 없나.
강기갑 : 지금은 그렇다. 기한을 정하고 단식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데….

프레시안 : 건강에 너무 큰 무리가 없기를 바란다.
강기갑 :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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