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창당 2년 우리당…공허한 '반성문'은 이제 그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창당 2년 우리당…공허한 '반성문'은 이제 그만

[기자의 눈]정체성은 '홀로서기'로 드러나야

꼭 1년 전인 지난해 11월 11일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창당 1주년 기념 메시지를 통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어 보자"고 독려했었다.

그러나 최근 열리우리당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선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던 의기와 패기는 어디로 갔느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이런 대조가 아니어도 창당 2년 만에 '분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이 거론되는 최악의 위기국면에 맞닥뜨린 우리당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부족했다", "착잡하다", "반성한다"…**

이를 보여주듯 11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창당 2주년 기념식에는 노 대통령의 메시지도, 떠들썩한 창당 공로자에 대한 표창도 없이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당사 입구에 뎅그러니 놓여진 노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이 보낸 화환 2개는 오히려 썰렁한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는듯 했다.

정세균 당의장은 "우리는 부족했다. 창당할 당시에 국민이 기대한 만큼 실천과 성과로 뒷받침하지 못했다. 국민의 삶의 질도 많이 향상시키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임채정 전 의장도 "2년 전 신당 창당 때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며"그 때 출발과 오늘을 대비해보면 무엇이 잘 되고 못 됐는지 여러가지로 착찹하다"고 쓴 입을 다셨다.

우리당이 이날 발표한 대국민 결의문의 제목도 "반성과 사과, 그리고 우리의 다짐"이었다.

조배숙 의원이 낭독한 결의문에서 우리당은 "지난 2년 동안 자만심에 젖어 무사안일에 빠졌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집권 여당으로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민정당의 큰 길을 놔두고 서클형 정당, 엘리트 정당의 좁은 길을 고집했던 면은 없는지 아픈 마음으로 되돌아본다"고 했다.

이런 추상적인 반성을 귀 담아 듣는 이는 몇 없는 듯 했다. "결의문에 결의가 없는 것 같다"는 일부 기자와 당직자의 뼈 있는 농담도 언뜻 들렸다.

정 의장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정당 노선 확립 ▲당 체제정비 ▲12월 초부터 당헌당규 개정작업 착수 ▲경제 활성화와 중산층 서민 보호 ▲정치지형 변화와 관련한 통합적 구심력 확보 ▲당의 외연 확대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 마련 등 '7대 각오'를 순서대로 발표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여전히 '논쟁'만 있고 '실체'는 없는 정체성 구호**

돌이켜보면 우리당의 '위기론'은 이번만은 아니었다. 창당 1주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최악의 지지율이 나왔을 때도 '위기'가 거론됐고, 당 의장이 줄줄이 낙마해 교체될 때마다 '반성'도 되풀이했다. 지난 2년이 '위기'와 '반성'의 권태로운 악순환 과정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당 안팎의 인사들이 바라본 지금의 우리당 상황도 "위기가 극복되는 과정인지, 관성으로 매몰되는 과정인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내 모든 세력이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그 내막을 한 꺼풀 들춰보면 복잡다단한 각 세력 간의 알력이 드러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덕담 정치'에 농락이라도 당하는 듯이 '민주당 합당론'으로 술렁이는 모습도 '수(數)의 정치'에 급급한 우리당의 한없는 가벼움을 보여준다.

논란만 무성한 와중에 정작 '민주, 평화, 개혁'이라는 '이념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의원들은 국회 국방위에서 무기력하게 부결된 자이툰 부대 철군결의안에 대해 이렇다 할 코멘트조차 없다. 이러다가는 정부의 자이툰 부대 임무변경 계획도 어물쩍 수용될 판이다.

또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경제적 정체성'에 대한 자기배반은 굳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실패라는 '과거'를 거론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당장 당론 확정에 진통을 겪고 있는 금산법에 관한 입장만 봐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정해주는 '분리 대응론'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명명하건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모순된 접근이 계속되고 결과적으로 기득권을 뒤좇아가며 추인해주는 모양새를 지속하는 한, 정동영-김근태 장관이 돌아온다고 한들 싸늘한 국민들의 시선을 되돌리기는 난망할 것으로 보인다.

***새출발의 단초는 청와대 입김으로부터의 '홀로서기'**

따라서 노 대통령의 기복에 종속됐던 지난 2년의 열린우리당을 돌아볼 때, 아무래도 해결의 단초는 청와대에 대한 '홀로서기'가 우선해야 할 것 같다. 또다시 '집권의 책임감'을 방패막이 삼아 청와대와 정부의 민심 이반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우리당에게는 여당만 남고 정당은 없어진 것이냐"는 비판이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144석이라는 최다 의석을 보유한 원내 제1당으로서 '몸집'에 걸맞는 정치력과 기획력이 '운신의 폭'을 가지기 위해서도 실질적인 '당-청 분리'의 원칙은 제2 창당의 골자가 돼야 한다. 당내의 여러 논쟁이 생산적 '의견'으로 선순환 될 수 있으려면 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