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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중산층-서민 정당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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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리당, 중산층-서민 정당 맞냐?"

與 '국민과의 대화'…'쓴소리' 봇물

열린우리당이 9일 마련한 '국민과의 대화'에선 정부여당의 정체성 후퇴, 정책의 부재와 혼선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세균 당의장이 "장남은 훨씬 더 큰 책임을 지고 종아리를 맞아야 한다. 우리당은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장남이라는 생각으로 회초리를 맞겠다"고 종아리를 걷은 직후부터 참석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우리당의 정책상품은 뭔가"**

연세대 김호기 교수가 "다른 정당들과 비교해 우리당의 정체성은 21세기 세계화 흐름과 개혁의 열망을 결합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우리당이 제시한 여러 정치 프로그램은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았고, 개혁 열망에 대한 응답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은 청계천이라는 상품이 있고, 박정희식 경제개발이라는 역사적 자산도 있다"며 "이에 반해 국민들에게 우리당의 정책상품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이고 이는 혁신과 통합의 문제"라며 "시장의 원리가 가진 효율성을 승인하되 여기에 공정성을 더하고, 사회적 양극화와 관련해 IMF 이후 몰락한 중산층을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지 대책을 내놓고, 과거사 극복을 미래로 맞추라는 것이 지지자들이 바라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당은 40년대 중후반과 50년대 초반 출생이 리더그룹, 50년대 중후반 출생이 중간간부 그룹, 386이 신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며 "그런데 긴급조치 세대, 유신 세대로 불리우는 70년대 중후반 학번 그룹과 80년대 초반 학번으로 구성된 중간그룹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당이 중도개혁 정당이라면 자본-노동,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으로 분열된 세력을 통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회통합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정체성에 걸맞는 새로운 사회협약에 우리당이 적극적인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여당, '경제 정체성' 스스로 포기"**

이어 <프레시안> 박태견 논설주간은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접근"이라며 "참여정부 출범 3년 만에 '중산층은 서민이 되고 서민은 빈민이 됐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산층과 서민이 양극화로 인해 붕괴되는 국면을 맞았고, 이는 우리당 지지율의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주간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던 의미는 경제적 측면에선 아파트 투기 등 불로소득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참여정부 초기에는 실제로 신도시와 강남의 땅값이 내렸다"며 "그러나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경제팀의 면면을 보고, 그 뒤 나온 일련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보면서 아파트 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박 주간은 "참여정부가 초기에 쏟아낸 부동산 정책은 '건설경기마저 죽이면 마이너스 성장이 나온다'고 하는 식의 숫자에 의존한 국민 기만책이었다"며 "이는 우리당의 지지기반 붕괴와 이탈로 나타났고, 그 정책이 무려 3년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주간은 "그 결과 시가로 아파트 값은 1000조, 땅값은 5000조가 넘는 상태가 됐고, 젊은 세대와 중산층은 도저히 집을 가질 수 없는 세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 주간은 "국민의 90%가 찬성하는 분양원가 공개를 놓고 우리당 일부가 계급장 떼고 토론해보자고 했지만 실제로는 안됐다"며 "우리당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는데 포인트를 놓쳤다"고 말했다.

박 주간은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부동산 정책은 한나라당과 별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경제 정체성'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주간은 또 "정부 여당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판하지만 이들 보수언론의 경제논조에는 휘말려갔다"며 "'부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산다'는 논리는 사치품에 대한 특소세 면제로, '대기업이 잘 돼야 경제가 산다'는 논리는 법인세 인하와 환율 방어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박 주간은 "제발 고민 좀 하라"며 "감세논쟁에서 법인세, 소득세만 논의하지 말고 서민들과 중소기업에게 직접적인 혜택의 효과가 나타나는 부가가치세를 8%로 낮추는 방안은 왜 얘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 주간은 이어 "'표피 민심'과 '저류 민심'이 다르다느니, 대통령이 뱃지 달아줬더니 지금은 어쩐다느니, 대붕의 뜻을 모른다느니 하는 것은 국민모독죄"라며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는 당이든 청와대든 비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주간은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창당 당시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문제를 그런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당, 문전처리 미숙한 한국축구 보는 것 같아"**

정진우 목사는 "정치의 집은 국민인데, 국민을 믿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어려움 극복은 난망하다"고 지적했다.

정 목사는 "지난해 개혁입법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당의 태도는 우리당에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며 "17대 국회를 구성해 준 국민들의 뜻은 정치권만의 상생이 아니라 민족과 온 국민과 상생하라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정 목사는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모습에는 개혁의 열매가 없어 문전처리에 미숙한 한국축구를 보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한 골이라도 넣어 달라는 것인데 대연정 같은 안 되는 얘기를 자꾸 던졌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대표는 "우리당은 연속해 선거에서 패하고도 정권의 유지나 재창출을 고민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까 하는 방식의 자기반성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정당의 색깔은 구체적 정책으로 드러나는데, 우리당의 아젠다 결정은 구호이지 정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중산층 서민정당 정체성이 사회경제 개혁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또 "당의 보스가 없어졌다는 게 당의 중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이견을 의견으로 모아가는 것이 조직의 중심인데 GT(김근태)계니, DY(정동영)계니 친노-반노계니 하는 구분에서 어떤 정책적 차이가 보여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속풀이 정치를 한다며 시장통 가는 것은 무능을 커버하기 위한 이벤트"라며 "지난 총선에서 우리당에게 보냈던 국민들의 지지와 반대로 가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아직도 盧 '묘수풀이' 기대하나"**

이어 <한겨레> 김종구 논설위원은 "우리당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할 용기는 없고 욕심만 많다"며 "목표설정은 높게 해놓고 현실적인 힘은 달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총선 승리는 우리당에게는 독약이었다"며 "총선에서 어렵게 시작했다고 가정하면 이런 지경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또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당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것으로 안다"며 "창당 초기 백년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기와 패기는 어디로 갔나.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는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어려울 때 걷잡을 수 없는 파열음이 나는 조직이 있는데 그것이 우리당이다"며 "우리당은 잡초 같은 근성은 없어지고 내부 구성원들도 오랜 세월 풍찬노숙하면서 쌓인 전우애가 존재하지 않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상황이 어려우니까 막말도 튀어나오는데 이것은 국민과 유권자들이 볼 때에는 '뺄셈 정치'에 강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어떤 때는 지당하다며 따라갔다가,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비판한 결과가 청와대와 당의 동반추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사적 동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며 "대통령 당선이나 총선 승리과정을 거치면서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매우 탁월하다는 믿음이 부지불식간에 우리당 구성원 사이에 쌓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지금도 당 일부에는 이 난국을 헤치고 내년 봄에 대통령이 풀어놓을 묘수풀이를 기대하는 분이 없지 않은 것 같다"며 "정치에서 묘수풀이, 묘책은 쉽게 나오기 어렵다. 앞으로 실패를 몇 차례 되풀이 할 수 있다는 각오로 가야 탈출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독백하는 정부, 고집 센 정부, 오만한 정부"**

한편 기업 측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참석한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정-청 간에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정책이 발표되니까 다음날 다른 얘기가 나온다"며 "그러면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불안감 때문에 잘 안된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당과 정부는 의욕을 내세워 혁신형 중소기업 3만 개 건설 등을 말하는데 우리 시스템의 여건을 봐서 추진해야지 지나친 목표치 달성하려는 로드맵 설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이어 "당과 정부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거나, 5% 성장률 목표를 포기하겠다거나 하는 식의 말은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며 "그런 말이 나오면 중소기업은 당장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은 "기업은 부의 원천이며 기업이 있어야 성장도 하고 분배도 한다"며 "정부보다 당이 나서 반기업 정서를 해결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뉴라이트 운동에 관여하고 있는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정부나 우리당이 내세우는 국정의제가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며 "기득권을 바꾸어야 한다거나 지방 균형발전, 친일과거사 청산, 지역구도 청산 등은 옳은 말이지만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실사구시적 개혁을 추구해야지 하고 거대 담론적인 개혁 아젠다를 다운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열매가 무엇이냐, 우리당이 무엇을 했느냐, 참여정부가 무엇을 했느냐는 평가에서 부실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참여정부의 탈권위주의는 평가를 받겠지만, 설득당하려 하지 않고 독백하는 정부는 고집 센 정부, 오만을 가진 정부로 비칠 것"이라며 "아래로 임하는 정부의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나는 참여정부가 '건달정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하는 법을 모르는 정부라고 생각한다"며 "144석이면 여전히 힘 있는 정당이다. 거듭나는 심정으로 국민의 소리를 경청할 때 우리당이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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