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구국투쟁, 정쟁의 난장판 만들어"

우리당 문희상, 한나라당 박근혜 공격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18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과 국가보안법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검찰개혁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전선의 확대를 차단하고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의장은 또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 '인권'의 의미를 적극 부각시키면서 한나라당의 '색깔론적 정치공세'에 맞섰다.

***"국보법 폐지-검찰개혁과는 무관"**

문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국보법 폐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언젠가는 국보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중요한 법일수록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여야의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문 의장의 말은 "지난해 국회에서 국보법을 정리했더라면 이런 파동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던 전날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발언과는 다소 어긋난 것으로, 이번 논란이 국보법 폐지 논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의장은 또 "우리당은 이번 일을 검찰개혁과 연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을 비롯한 사법개혁의 문제는 사개추위의 논의와 일정에 맡겨야 한다"며 "사개추위에서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통해 구체안이 국회에 넘어온 다음에 정치권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 형사소송법 개정, 공수처 설치 등 민감한 문제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기회에 검찰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강경론'을 겨냥한 발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박근혜식 색깔론, 나라 정체성 짓밟는 시대착오적 행위"**

문 의장은 "천 장관의 수사지휘와 검찰총장의 사퇴를 색깔공세, 정치공세로 몰고가는 것은 냉전시대 유신체제로 돌아가자는 수구적 논리"라며 "한나라당은 사안의 본질인 인권보호를 외면한 채 이번 사건을 색깔론에 이어 국가정체성 혼란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급기야 민생과제를 해결해야 할 민생국회도 내팽개치고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국정을 흔들고 나라의 정체성을 짓밟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정기국회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지원유세에만 몰두하다가 이제는 방향을 틀어서 색깔론과 난데없는 구국투쟁 운운하며 민생국회가 되어야 할 정기국회를 온통 정쟁의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문 의장은 이와 함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만 던지지 말고 당당하게 TV토론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여야간 TV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가정체성을 쟁점화해 노무현 대통령과 승부하는 전선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박 대표가 문 의장과의 TV토론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법원의 판단 이전에 검찰의 판단도 중요"**

문 의장은 이어 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정당성 논란, 법리 논란 등애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는 구속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는 사법부의 판단이지만, 사법부 판단 이전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행정권, 검찰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사지휘가 검찰 독립에 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남용된다면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은 초유의 일이고 특별한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안사건은 구속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이제 공안사건에 대해서도 불구속 수사를 해보자는 것이 수사를 지휘하는 천 장관의 마음속에 있었을 것"이라며 "이는 여권의 공감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지휘권에 대한 천 장관의 소신이 바뀌었다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선 "천 장관의 견해를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 취지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