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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후보 출마? 전혀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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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열린우리당 후보 출마?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인터뷰]'제2의 조승수' 꿈꾸는 현대차 '터줏대감' 정갑득 씨

민주노동당의 울산 북구 재선거 후보로 선출된 정갑득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6대, 8대)을 11일 오전 국회에서 만났다. 전날 불과 14표 차이로 당내 경선을 통과한 직후여서인지 그의 표정은 여전히 상기돼 있었다.

'출마 인사차' 상경한 길에 작업복을 잠시 벗고 말쑥한 곤색 정장을 차려 입었지만, 여전히 그의 어투에선 '국회의원 지망생'보다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동운동가'다운 면모가 진하게 느껴졌다. 현대차 노조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구 선거에선 분명한 '강점'이겠으나, 다소간 거리를 두고 이번 재선거를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출마를 위해 월차를 낸 그에게 "가서 꼭 당선돼라. 국회의원에게 작업 지시를 했던 반장이 되고 싶다"고 했던 후배 작업반장의 격려가 '제2의 조승수' 탄생으로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편집자>

***"민노당, 대중 속에서 호흡하지 못하면 어려워질수도"**

프레시안 : 어떻게 보면 갑자기 출마를 하게 된 것인데, 타당 의원도 아니고 민노당 의원의 빈자리에 출마한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정갑득 : 1년 6개월 전 (조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서 패해) 떨어졌을 때 '다음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 몰랐다. 무엇보다 조 전 의원이 뜻밖의 일을 당해 아쉬움이 크고, 그에 못지않은 부담감도 상당히 크다.

프레시안 : 이번에도 당내 경선이 상당히 치열했다. 14표 차이로 후보가 된 소감이 어떤가.
정갑득 : 우선 울산 북구 주민들과 나는 조승수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당원들이 나에게 '당당히 나가서 싸워 이겨라'고 명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역사를 봐도 진보정당에 대한 탄압은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어려운 시기에 단결해서 싸워서 발전해나간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조승수 판결'에 대한 처음의 격앙된 반응이 전체적으로는 다소 줄었다. 울산 분위기는 어떤가.
정갑득 : 현장 노동자들은 입법발의 요건인 10명 선이 무너진 것에 대해 굉장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대법원이 보수정당 의원들에 비해 편차 있는 판결을 한 것도 10석을 깨서 의안발의를 막기 위한 보수진영의 판단으로 보고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많다. 울산 현지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매우 괜찮다.

프레시안 : '제2의 조승수'라는 꼬리표를 언제까지 달 수는 없다. 정갑득으로서의 포부를 밝히자면….
정갑득 : 민노당이 국민들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기 위해선 대중 속에 살아 숨쉬는 공동체적 정치를 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면 민노당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브라질 노동당의 경우 폭넓은 농민 지지층이 있다. 우리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폭넓은 지지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 일반 국민들 속에 뿌리를 박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구 의원으로서 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 살아 숨쉬는 정치,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삶을 통해 생명력 있는 정치의 모범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프레시안 : 10% 안팎의 당 지지율만 봐도 원내활동 1년 6개월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이 대중 속에 뿌리박지 못하고 있는 게 드러난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정갑득 : 울산 현지에서 느낀 바로는, 대중사업에 대한 평가와 방향성 제시보다는 현안에 급급한 일이 많았다고 본다. 즉자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권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힘이 미약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원내활동에 국한해서 평가한다면….
정갑득 : 그런대로 잘 한 것 아닌가 싶다. '10인의 전사'라는 표현을 쓰는데, 각종 통계에서도 잘 한 것으로 나오고 있지 않나. 다만 대중적으로 중간허리가 뒷받침되고 있지 못한 한계가 있다. 10명을 격전지로 내보내 놓고 당이 큰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는 긍정적으로 본다.

프레시안 : 최근 당 중앙위에서 당직-공직 겸직 분리 원칙을 계속 유지키로 결정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원내 중심성에 대해 여전히 당원들이 부정적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정갑득 : 당 대표 정도는 겸직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 견해였다. 중앙당이 원내에 있는 의원들을 지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차기 총선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보강될 것이다. 현 최고위원들이 의원직을 수행해 본 적이 없어서 원내 활동에 감이 좀 떨어지는 면은 있지만 앞으로 그 분들이 당의 주력군으로 이동하게 되면 지도력이나 판단력이 나아질 것이다. 결정이 난 사항인 만큼 우리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이 결정이 원내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겠나.
정갑득 :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당에서도 많이 노력했다. 최고위원회가 한쪽에 쏠려 있다는 비판이 많지만, (기존 1인7표제에서) 1인1표제로 가면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원내에서도 최고위원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초기보다는 나아졌고, 최고위원들도 밖에서 사회운동을 해 왔던 분들이라 제도권에 대한 이해관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발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선거는 우리표 결집해 가는 싸움"**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이 공천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는 안 했나.
정갑득 : 내부 경선이 워낙 치열해서 그에 대한 유불리를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다만 '소연정'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다보면 패배도 할 수 있고 좌절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힘을 키워가면서 전진해야 한다. 주변 여건의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뚜벅뚜벅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린우리당 후보 출마 여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프레시안 : 원론적 입장이다. 3자 대결 구도가 선거전에 어려운 요인이라는 점은 사실 아닌가.
정갑득 : 열린우리당이 보수 진영의 표를 갉아먹을 것이냐, 진보 진영의 표를 갉아 먹을 것이냐의 판단이 전제인 것 같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진보진영의 표를 잠식했던 것은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내려가면 민노당이 올라가는 현상이 있긴 했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공천한 후보는 바로 공무원 노조에 대한 징계를 안 한다고 북구청장을 고소한 보수적 성향의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크게 염려할 바 아니다. 공무원 노조 징계는 2년안에 결정하면 되는데, 그 기한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고소를 한 것은 진보정당을 탄압하겠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게 분명하다. 우리가 공격할 명확한 명제도 생긴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어차피 우리표를 결집해가는 싸움이다.

프레시안 : 요컨대 열린우리당 후보의 보수성을 공격하면 한나라당-열린우리당 간의 보수층 잠식 싸움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인가.
정갑득 : 이쪽 저쪽 다 잠식할 것으로 본다. 두고 봐야겠지만 3자 구도가 되면 내가 좀 더 여유로울 수도 있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도 지역 기반이 튼튼하다고 한나라당은 평가하고 있다.
정갑득 : 지난해 당내 경선 당시 조사한 바로는 나와 김광식, 조승수 모두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윤두환 후보에 비해) 당선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었다.

프레시안 : 다른 당 후보들과 비교해 정 후보의 강점이 뭐라고 판단하나.
정갑득 : 최근 자료는 없지만, 지난해 당내 경선을 할 당시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다. 울산 북구 주민들에 대한 나의 인지도로 43%가 나왔다.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과 노동운동이 서로 견제-견인 해야"**

프레시안 : 선거와는 다소 떨어진 이야기지만, 민주노총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갑득 :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민주노총만큼 깨끗한 집단이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순도 100% 짜리 금반지는 없다. 99.9% 순도에는 불순물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고, 그 불순물을 제거해가도록 노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수호 위원장 스스로 책임을 지고 직무정지를 시킨 것이 한국노총과 다른 점이라고 본다. 이 위원장이 책임지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무리없이 내부에서 극복해 갈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100% 순도를 떨어뜨리는 데에는 정 후보가 몸담은 현대차 비리도 일정한 기여를 했다. 또한 노동운동의 위기론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민노당이 노조비리 문제에 대해 어정쩡 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갑득 : 노동운동으로만 사회를 변혁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노동조직이 비록 상급단체가 있긴 하지만 당 운동과 노동운동이 서로 견제 내지는 견인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당과 노동운동은 구조적으로 단일한 기반에서 성장 발전해 왔다.

대외적으로는 현대차 문제에 대해선 정말 할말이 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봤을 때 비리에 걸렸던 사람 중에는 운동을 해서 수배를 받았거나 징역살이를 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리고 대의원 활동가 중에도 불순물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울산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갑득 : 민노당은 울산 북구를 위해 진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경선에 갑자기 출마하면서 내가 속한 작업장 반장한테 선거 때문에 월차 휴가를 쓰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반장이 "가서 꼭 당선돼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나는 국회의원에게 작업을 지시했던 반장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획기적인 권력 구조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꼭 실현해서 민주노동당이 원하는 새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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