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국내 미술계에서 최대의 사건으로 지목되어 온 이중섭, 박수근 작품의 진위 논란이 일단락 됐다.
지난 7개월간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부장 김헌정)는 7일 "이중섭 작품 39점, 박수근 작품 19점 등 총 58점을 감정위원들이 안목 감정한 결과 모두 위작으로 판정났다"고 밝혔다.
***광복 이후 최대의 미술품 위조사건…전문가들 '이구동성'으로 '위작' 판정**
미술품 전문가들의 안목감정을 거친 결과 검찰이 수거한 이중섭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전문가 15명 전원이 위작 판정을 내렸고, 박수근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전문가 16명 전원이 위작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프레시안>이 지난 7월 29일 "이중섭 작품에 '14:0'으로 '위작' 판정"이란 제하에 단독 보도한 내용과 사실상 일치하는 것이다. 검찰은 <프레시안>의 보도 이후 전문가 한두 명을 추가해 두 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다시 한번 감정을 실시했고 이번에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검찰은 또 재질감정 결과에서도 박수근 작품 가운데 1점이 종이의 제작연대와 작품의 제작연대가 일치하지 않았고, 필적감정 결과도 두 화가의 작품 모두 진품과 서명이 상이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압수된 두 화가의 작품 2740점은 현재 정밀감정을 진행 중이나 제조유형 및 재료선택과 원화의 차용방법 등에서 감정대상물 58점과 유사성을 띠고 있어 위조그림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유형별 분석에서도 이태성(고 이중섭 화백의 차남·일본 거주), 김용수 씨가 제출한 소장품 중 절반 이상은 기존 작품의 일부분만을 발췌해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위작범' 잡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
문제가 됐던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작품에 대해 모두 위작 판정이 남에 따라 두 화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이태성, 김용수 씨로부터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던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소속의 송향선 씨 등 4명의 감정위원과 박 화백의 장남 성남 씨는 혐의를 벗게 됐다.
한국미술품 감정협회와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소는 그동안 흐지부지 됐던 국내 미술품 진위 논란과는 달리 이번 사건이 사상 처음으로 검찰을 통해 매듭지어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김용수 씨가 소장하고 있는 이중섭 작품 994점과 박수근 작품 1746점을 압수해놓고서도 이 소장품들이 위작으로 판정난 작품들과 비슷하다는 견해만 밝혔을 뿐 정적 '위작자'를 잡지 못한 점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위작 거래한 서울옥션측, 공식 사과 예정…타격 클듯**
한편 위작으로 판정 난 이중섭의 작품들을 경매에 내놓고 판매까지 했던 서울옥션 측은 이날 오후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옥션은 그 동안 한국 미술계의 '큰 손'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입는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과거 위작 전력이 있는 인물과 위작품 중개상 등을 파악해 이들을 상대로 문제가 된 작품들의 위작범이 누구인지, 또 이들이 김용수 이태성 씨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미술계는 미술품의 건전한 유통구조를 확립하고 제2의 미술품 진위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위조단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 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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