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달째 계속되고 있는 고(故) 이중섭(李仲燮) 화백 작품의 진위 논란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최근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로부터 문제가 된 작품들의 감정을 의뢰받은 미술관계자 14명이 전원 '위작'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
이에 따라 검찰은 이중섭 화백 작품의 진위 논란과 이를 둘러싼 명예훼손 사건 등을 조만간 매듭짓고 '위작의 제조 및 유포과정'을 규명하는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달 미술계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전문가 O, K, C씨 등 14명으로부터 문제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내린 판단을 취합한 결과 '14 : 0'으로 '위작'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
검찰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윤수 관장에게 이들 14명의 개별적인 의견을 취합해줄 것을 요청했고, 김 관장은 검찰이 수거해 보내 온 문제의 작품 6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4인의 '감정인'들에게 개별적으로 모두 보여준 뒤 취합한 의견을 최근 검찰에 통고했다.
검찰이 선정한 14인의 감정인단에는 미술평론가, 화가, 화상(畵商), 미술품 감정전문가 등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감정 절차는 통산 '안목(眼目)감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작가의 서명에 대한 감정과 미술품 재료에 대한 감정 뒤에 행해지는 것으로 미술품의 진위를 따지는 데에 가장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 이 안목감정은 6월 말~7월 초 사이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이중섭 화백의 둘째 아들 태성 씨(일본 거주)가 '이중섭 50주기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매에 내놓은 작품에 대해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위작'으로 판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감정협회는 '물고기와 아이' 작품 및 참고작 세 점에 대한 적외선 검사, 도상 및 서명 기준작품 과의 비교 등을 통해 감정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작' 판정을 내렸던 것.
이에 대해 태성 씨는 4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감정협회의 주장을 반박하며 협회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 태성 씨는 "아버지는 동일 소재의 그림을 여러 점 그려 어머니와 자신을 포함한 두 아들에게 각각 준 사례가 많다"면서 "작품의 진위 판정에는 유족의 안목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 동안 검찰은 태성 씨가 보관해 왔다는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서울옥션측과 이중섭 그림 650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용수씨, 감정협회의 최명윤씨 등 관계자 수십 명을 불러 조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가 이처럼 일치된 의견으로 나옴에 따라 검찰의 수사는 훨씬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의 감정인 선정 자체가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 감정인들이 일치된 의견으로 위작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향후의 수사는 훨씬 홀가분한 상태에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14 : 0'이라는 판정은 여론까지 등에 업고 '위작의 제조 및 유포과정'을 수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우리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면서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던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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