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리-한나라, 차라리 대구 재선거를 포기하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리-한나라, 차라리 대구 재선거를 포기하라"

[기자의 눈]'술자리 폭언' 진흙탕 싸움에 유권자만 '봉'?

대구 '술자리 폭언' 사건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싸움이 가관이다. 욕설만 없을 뿐이지 사건이 발생한 당일의 '폭언'에 버금가는 저열한 사후 공방은 차마 봐주기 힘들 정도다.

사건의 주연과 조연이 직접 나서서 '음모론'과 '역음모론'을 주고받는 안면몰수의 난장판 속에서 대구지역 유권자들은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당당한 '주연', 뻔뻔한 '조연'**

사건의 '주연'인 주성영 의원의 태도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사건을 보도한 매체를 "쓰레기"라고 규정하는 그만의 자신감,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더욱 당당한 몸짓을 하는 그의 '오버액션'을 보면서 기자는 주 의원에게 '국감기간 중 피감기관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본질적 문제점에 대한 부끄러움을 갖기를 바라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주 의원에게는 이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와 무관하게 '언론과 시민단체, 여권의 배후'가 만들어낸 '음모론적 합작품'이라는 주관적 확신이 이미 뿌리 내린 모양이다. "결백하지 않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그의 '기백' 앞에 국회 윤리위 제소 쯤이야 문제될 게 없다.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던 열린우리당 법사위 의원들도 대단하다. "표현은 적절치 않지만 (주 의원에게) 마지못해 끌려 내려갔다"(우윤근)는 것이다. 동석하지 않았던 이은영 의원도 "어디서 조연을 끌어와 모두에게 다 뒤집어 씌워 희생양을 만드느냐"고 '주인공 책임론'에 가세했다.

그래서인지 사건 초반에 우물쭈물했던 우리당 의원들은 작심한 듯 당시 주 의원이 "야, XX년아", "주둥이를 짓이겨버리겠다", "이 XX년들아 똑바로 못 해" 등의 욕설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 뒤늦은 증언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그 동안의 침묵에 대한 그들의 해명은 어처구니 없다.

이들은 "동료 의원의 일을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게 좋지 않아서"(최용규), "파문을 적게 해서 주 의원을 보호하려고"(정성호) 등 '감싸기' 의도를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감싸주려는 우리당 의원들의 노력을 음모론으로 몰고가서 기가 막히다"(선병렬)는 '적반하장론'까지 제기하며 분개했다.

***대구 유권자만 '봉'?**

'주연'과 '조연'의 공방이 이처럼 봐주기 민망할 정도에 이른 것은 내달 큰 선거가 대구 지역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주 의원이 실제로 폭언을 했는지가 선거 전에 규명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10.26 대구동을 재선거는 이 논란의 연장선 상에서 난장판이 될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양당이 '대구 대첩'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이 사건은 어쩌면 사상초유의 진흙탕 선거로 돌입하는 초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든다. 이런 우려대로라면 잇따른 술자리 파문으로 실추된 '대구'의 명예는 다시 한번 땅에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선거의 결과를 이 사건 공방의 승패처럼 여길 정치권의 호들갑까지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될 게 뻔하다면 차라리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모두 대구지역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신사협정'이라도 맺으면 어떨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의례적인 말을 곁들인 비방전을 벌이기보다 국민과 대구 지역 유권자들에게 가시적인 '예의'를 보여준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다.

물론 정치권이 이런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0%다. 이래저래 '주연'에게 표를 줘야 할지, '조연'을 뽑아야 할지 난감해진 대구 유권자들만 '봉'이 되는 것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