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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이호철-문재인' 지근거리에 앉힌 심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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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이호철-문재인' 지근거리에 앉힌 심경은?

임기 하반기 '청와대 부산파' 득세…행보에 관심

"참여정부 청와대엔 2인자가 없다"는 게 현 정권 관계자들의 자랑 중 하나다. 이후락, 차지철, 장세동, 박철언, 김현철, 박지원 등 바로 이전 정권까지 이어져 오던 소위 정권의 황태자가 현 정부에는 없다는 게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던 권력의 분산과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의 증거라고 주장해 왔다.

2인자가 없다는 것은 이같은 정치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측면도 있으나, 사실은 당초 '좌 희정 우 광재'로 불리던 안희정, 이광재의 두 핵심 측근이 이런저런 이유로 청와대에 입성하지 못하거나 청와대를 떠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렇게 된 측면도 있다.

이제 그 빈 자리를 12일 새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된 이호철 비서관이 메우는 듯 하다.

***이광재-천호선-이호철...386 측근들이 국정상황실장에**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혁신수석실 제도개선비서관으로 있던 이호철 비서관이 국정상황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에 대해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풍부한 청와대 근무경험을 갖고 있는 이호철 비서관이 남은 하반기 임기 동안 국정상황실장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사로 이호철 비서관은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박남춘 인사제도비서관, 천호선 현 실장에 이어 노무현 정부 네 번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됐다. 국정상황실장은 청와대 내에서 행정부처, 국정원 등으로부터 정보가 올라오는 '정보의 길목' 역할을 하는 핵심 요직 중 하나다. 따라서 이광재 초대 실장이 물러난 뒤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춘 비서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운 386 측근들이다.

지난 2003년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당시 국정상황실장이던 이광재 의원에게 권력이 독점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청와대 인적쇄신론'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이 의원이 물러나고 국정상황실의 선임 행정관이던 박남춘 비서관이 후임이 됐다. 그러다가 지난 1월 집권 3년차를 맞은 노 대통령이 '선진한국'이라는 국정운영 목표를 새로 제시해 보수세력으로까지 그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권력중추의 약화를 예방하기 위해 청와대와 여권 핵심 포스트에 386 핵심측근들을 전진배치하면서 천호선 당시 의전비서관이 국정상황실장이 됐다. 천 비서관은 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부터 결합한 '실세 386' 중 한 사람이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호철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림 사건'의 무료 변론을 맡은 것을 계기로 첫 인연을 맺은 뒤 변함없는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파문' 등 잇딴 인사 실패로 궁지에 처한 노 대통령은 직접 이 비서관에게 청와대로 복귀해달라고 요청을 했을 정도다. 이 비서관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월 혁신관리수석실 제도개선비서관으로 청와대를 떠난 지 10개월만에 복귀했다.

***임기말 노대통령 지근거리엔 문재인, 이호철**

보통 임기 하반기에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을 끝까지 보호할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2001년 3월 자신의 '오른 팔' 격인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해 지근거리에 뒀다. 이듬해 2002년 1월 청와대 정책특보로 승진시켰다가 그해 4월부터 김 전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일하게 했다.

임기 반환점을 10여일 앞둔 노무현 대통령 옆엔 문재인 민정수석, 이호철 신임 국정상황실장 등 소위 '청와대 부산파'가 자리를 잡았다.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인연보다는 그에 앞서 인간적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 온 지인들을 노 대통령이 더 신뢰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간 청와대 참모진들이 말로 안되는 억측 '언론이 만들어 낸 싸움' 정도로 치부해 온 청와대 내 부산파-서울파 간 다툼에선 어쨌든 부산파가 득세한 모양새다.

최근 노 대통령이 뽑아든 '대연정' 카드에 대해서도 "청와대 내 부산파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말들이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소위 청와대의 부산파로는 이 두 사람 외에도 최인호 부대변인, 송인배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이정호 동북아시대위원회 비서관 등이 있다. 정윤재 총리실 민정비서관도 노 대통령의 부산 386 인맥 중 한 명이다.

이호철 신임 국정상황실장에 대해 노 대통령은 "영혼이 맑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문재인 수석에 대해서도 "존경한다"는 표현을 쓸 만큼 노 대통령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절대적 신뢰'에 기반한 핵심 요직의 측근들은 '인의 장막'이 될 소지도 있음을 역대 정권들은 잘 보여주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여러차례 노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나 핵심 측근들이 연루된 비리 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해 들어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사건,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일각에선 "각종 권력형 비리로 임기 하반기를 보내는 이전 정권의 오류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우려가 기우로 끝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청와대 내 핵심 요직 측근들의 처신에 각별한 주의가 요청되는 시점인 것이다.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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