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한상진 교수는 31일 열린우리당의 개혁-실용 논쟁을 일축하며 "어떤 개혁을 하든 실사구시적 방법론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가르기식 논쟁은 생산적이지 않아"**
한 교수는 이날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우리당 의원-중앙위원 워크숍에 참석, '광복 60주년과 한국정치의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실사구시형 개혁문화"를 강조하며 "국민의 삶에 봉사하는 실질적 효과를 내는 개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덕적 잠재력을 실질적 개혁에 접목시켜 국민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능력"이라며 "잘못하면 명분론에 사로잡혀 싸움을 위한 싸움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리당 개혁파와 선을 그었다. 그는 "편가르기식 논쟁은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고 개혁 목표는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이어 "외생 이념 논쟁에 너무 사로잡히지 말고 우리 안의 중요한 문화적 토대를 끌어내 철학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며 "생산적인 인본정책이 큰 틀이라고 본다. 민생, 민부, 민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그는 "집권여당이 여당다운 면모와 자신감, 철학을 보여줘야 하는데 많은 신진세력이 의회에 진출했고, 국민의 기대를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집권여당다운 철학과 리더십이 확립돼 있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 실망과 환멸을 표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한 화합형 리더십은 말처럼 쉽지 않지만, 여러 세력이 있는 열린우리당은 공유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고 활발히 토론하고 대승적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큰 틀을 갖고 야당과 정책대결하고 국민과 대화한다면 긴 역사적 흐름에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데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기남 "세상 이념에서 실사구시 아닌 게 어딨나"**
그러나 '실사구시'에 방점을 둔 한 교수의 강연은 개혁 성향의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신기남 의원은 "실사구시와 민본이 이념이라고 하는데, 세상의 이념치고 실사구시, 민본이 아닌 게 어디 있냐"고 반박했다. 그는 "그렇게 따지면 모든 정당이며 국회가 집단의 대표들의 모임인데 무슨 차이가 있느냐"면서 "여러 가치관 중에 중요시 여기는 우선순위가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임종인 의원도 "실사구시형 개혁 그 자체가 이념이라는 말은 이해가 안된다"고 가세했고, 문병호 의원은 "한 교수는 국민의 정부에 참여해 실천을 해봤는데 실사구시정책으로 한 게 뭔지, 하려고 했으나 못한 것이 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실사구시는 단순한 방법론은 아니라고 본다"며 "어떤 개혁으로 나아가든 경청해야 할 함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한 교수는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양승조 의원의 질문에 "박 전대통령은 부국강병에 대한 신념과 철학은 확고했다"면서 "산업현장을 무수히 방문하는 등 새로운 부국강병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식은 투철했고, 이 부분은 너그러이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그러나 "지역편중, 정경유착, 제도적 투명성이 약한 점 등 부작용도 있었다"면서 "박정희 시대는 반복돼야 할 시대라기보다는 청산해야 할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비판도 곁들였다.
***우리당 "불법대선자금 사회환원"**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의 '뉴스타트 운동'의 시작을 결의하며 1박2일간의 워크숍을 마감했다.
결의문에서 우리당은 "개혁과 실용으로 불리는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하겠다"면서 "일하는 개혁,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개혁의 추진을 통해 책임있는 여당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당은 7~8월 하한기간동안 민생현장 활동을 추진키로 했으며, '총선공약 A/S점검단', '24시간 국회의원 민원실' 등을 가동키로 했다.
이와 함께 우리당은 "불법대선자금 국고환수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겠다"며 "남은 임기 3년동안 의원들은 매월 일정액 이상을 적립시켜 국민들에게 되돌려 드리겠다"고 약속, 이행여부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