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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쿠마리' 숭배, 인권침해-종교관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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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쿠마리' 숭배, 인권침해-종교관습 논란

힌두교-불교 화합의 상징…대법원 곧 결정할듯

네팔에서 여신 취급을 받는 것이 들리는 것처럼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춘기 전의 어린 소녀를 선발해 살아 있는 여신으로 추앙하는 네팔 네와르족 사회의 수백년 전통이 논란이 되고 있다. 네팔에서는 4살 난 불교도 여자 어린이 중에서 쿠마리(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여신)를 선발해 추앙한다.
  
  2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쿠마리 의식에 찬성, 반대하는 2건의 상반된 탄원이 네팔 대법원에 제출돼 판결을 앞두고 있다.
  
  2005년 5월 푼 데비 마하르잔 변호사가 제출한 탄원은 쿠마리 의식이 아동의 권리와 여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트리브후반대학 춘다 바즈라차리아 교수는 쿠마리 전통의식이 보존돼야 한다는 탄원을 작년 4월 대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의 명령으로 작년 11월 중순 출범한 위원회는 쿠마리 관행이 기본인권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한 보고서를 2월 초 제출할 예정이다.
  
  카트만두 계곡 토착부족 네와르족에게 불교가정에서 힌두여신 탈레주를 대표할 쿠마리를 선발하는 풍습은 힌두교도와 불교도의 화합의 상징이다. 네팔 인구의 80%는 힌두교도지만 1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네와르족은 힌두교와 불교를 모두 믿는다.
  
  네팔에는 현재 "처녀"라는 뜻의 쿠마리 여신이 12명 있다. 이 중 바산타푸르가 가장 중요한 쿠마리다. 네팔 왕의 예배를 받는 바산타푸르는 네팔 왕정에 통치할 힘을 주는 여신으로 믿어진다.
  
  불교성직자 위원회는 후보 여자어린이의 첫번째 젖니가 빠질 때부터 일련의 절차를 거쳐 각 쿠마리를 선발한다. 쿠마리가 각광을 받는 기간은 길지 않다. 첫번째 생리를 하면 즉시 퇴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쿠마리는 퇴위시점에서 보통의 어린이로 돌아간다.
  
  1984년부터 1992년까지 수석 쿠마리를 지낸 라시밀라 샤키아는 이런 논쟁에 별 관심이 없다.
  
  샤키아는 살아 있는 여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특전이라면서 "아주 재미있다. 누구도 내게 화를 내지 않으며 일할 필요도 없다. 그저 인형과 놀면서 세월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카트만두 중심부에 있는 4층 주택에서 산다.
  
  법원에 제출된 탄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그건 정치"라면서 "말려들고 싶지 않다"고 간단히 대답했다. 부드러운 말씨에 수줍음을 타는 샤키아는 여신생활과 속세 모두를 경험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후회스런 것은 공식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다.
  
  학교 교과과정에서 쓰는 교과서를 받았지만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사람도 없고 시험을 볼 필요도 없었다.
  
  쿠마리 생활을 하는 동안 샤키아는 1년에 몇차례 세속의 가족들과 만났다. 늘 치장을 하고 풀먹인 뻣뻣한 여신의 가운을 입어야 했지만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들과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1992년 12살의 나이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환속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사회로 복귀한 지 10여 년이 지난 다른 쿠마리 출신을 만나본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는 자기가 만난 전직 쿠마리는 "쿠마리 거처에서 하던 방식으로 치장한 채 자기 방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면서 "그는 자기가 아직도 여신인 것으로 믿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를 보고 자신은 여생을 그렇게 보낼 수 없다고 다짐했다는 것.
  
  26세인 샤키아는 카트만두대학에서 정보기술학 학사 학위를 받기 위한 최종 시험을 최근 치렀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쿠마리 풍습은 프라탑 말라 국왕 치세인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설에 따르면 왕은 힌두여신 탈레주와 몰래 주사위 놀이를 하곤 했다. 어느날 밤 왕이 색욕을 품자 탈레주가 홀연히 사라졌다. 꿈에 나타난 여신은 왕에게 통치할 힘을 줄 어린 불교도 여자를 선발하라고 일렀다. 그 이후 매년 인드라 자트라 축제기간에 왕은 수석 쿠마리로부터 앞이마에 행운의 딱지와 함께 왕에게 한해동안 통치할 힘을 주는 검을 받게 됐다.
  
  쿠마리 전통은 올해 중대한 시험을 받는다. 곧 선출될 특별의회가 네팔의 왕정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쿠마리 신봉자들은 법원의 판결과 함께 여신이 네팔의 왕정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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