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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민청학련, 조봉암 사건 모두 조사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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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혁당, 민청학련, 조봉암 사건 모두 조사불능"

[인터뷰] 유선호의원 "우리 지도부, 역사의식 없어"

"17대 국회의 한가지 사명이 있다면 한 시대를 정리하고 후대에게 역사의 교훈을 남겨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여야의 밀실타협은 그런 시대적 사명을 저버리고 망각한 것이다. 정말 부끄러운 입법이다. 우리가 일본에게는 식민역사에 대한 제대로된 반성을 요구하지 않나. 그런데 정작 우리 스스로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진실규명은 이 법으로 말미암아 물건너갔다."

***"차라리 법을 만들지나 말지..."**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전남 장흥영암)은 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누더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과거사법 '개악'과 관련, "이럴 바에는 법을 만들지 않는 게 나았다. 차라리 정치권이 아니더라도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이 낫지, 국회에서 유명무실하고 내용도 없는 법을 만듦으로서 국민들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정의에 대한 확신도 깨버렸다. 참 허탈감이 든다"고 자괴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금 법안대로라면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거는 묻어두는 것이 좋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흘러갈 게 뻔하다"며 " 과거의 사실을 들춰내는 것을 법이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결국은 아무런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고 비관했다.

유 의원은 이에 따라 "무력하기 짝이 없는 현재의 법을 시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인사에 대한 너무나 모욕적인 짓이자 부끄러운 짓이다"며 "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실효적인 장치를 강구하고, 조사범위와 조사위 구성, 권한 등을 전면적으로 다시 고쳐야 한다"고 법개정운동에 여야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한사람들이 가해자로 전락"**

유 의원은 우선 과거사법의 조사대상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한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가 포함된 것만으로도 "개악"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이 문구는 마치 국가권력은 절대적이고 무오류성임을 전제토록 함으로써 과거 국가권력이 상궤를 벗어나 국민들에게 가해자로서 저지른 악행에 대한 근본적인 조사를 막아버리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 문구 때문에, 통일운동을 비롯한 일련의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이 가해자로 전락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과거 국가권력의 인권 유린은 대부분 군이나 검찰, 법원, 안기부 등 최고 권력기관들이 깊숙이 관련돼 있는데 이를 드러내 조사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보안법으로 억울하게 처벌된 사람도 조사 못하고, 국가기관의 일탈행위도 조사 못한다. 결국 이 법안으로는 당초 원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확정판결이 난 사건의 경우 재심사유가 없으면 제외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 조봉암 사형사건 등 권력의 사주를 받아 국가기관이 양심을 저버린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사위원들이 재심사유를 인정한 경우 조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에 대해서도 그는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는 아주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이와함께 조사위원에 시민단체 인사 등을 배제키로 한데 대해서도 "과거 국가의 일탈행위에 부딪쳐 싸우면서 민주화를 이뤄내 국민들의 신망을 얻는 사람들은 포함될 수 없다. 그렇다면 과거사 조사의 추진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민주화 과정에서 기여한 분들이 중심이 돼서 과거 문제를 다루고 정치적 화해를 하자는 것이 우리가 모델로 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실과화해위원회인데, 과연 기존체제에 안주해 있던 사람들이 이 일을 맡아서 할 수 있겠나. 그들이 과거 왜곡된 국가권력에 도전해 민주화 운동을 하다 희생당한 분들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고 부연했다.

조사위원 추천권(국회8명, 대통령3명, 대법원3명)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국회 권한을 강화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그것이 정략적인 타협의 산물이라면 오히려 퇴보한 것"이라며 "국회가 각 정파별로 적절하게 위원들을 안배하는 방식인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당 지도부, 역사의식 없다"**

유 의원은 이어 당 지도부의 "지난해 협상에서 이미 독소조항이 들어가 있어 이런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치인은 책임은 최종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며 "중간에라도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 깨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가져야 했다"고 일침했다.

그는 "지도부가 개혁입법 처리가 부진한데서 오는 조급함이 있었다"며 "역사의식에 대해 투철한 소신과 가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어떻게 이 사회를 이끌어나가겠나. 문제가 있다"고 지도부를 직격하기도 했다.

다음은 유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

***"국민들의 정의에 대한 확신을 깨버렸다. 참 허탈하다"**

프레시안 : 과거사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유선호 : 우선 조사 범위와 관련한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한 세력'이라는 문구를 법안에 집어넣었는데, 최초 협상안에 없었던 이 내용이 들어간 것은 분명히 개악된 것이다. 이것은 과거사법의 제정 취지를 무시해 정반대로 가자는 것이다. 과거사법은 당초 식민지배 역사와 분단, 그리고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국가권력의 일탈과 불법행위로 인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된 경우 그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이었다. 진상규명을 통해 보복이나 단죄를 하자는게 아니라 사실확인을 통해 더 큰 용서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통합의 중요한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 들어간 문구는 마치 국가권력은 절대적이고 무오류성임을 전제토록 함으로써 과거 국가권력이 상궤를 벗어나 국민들에게 가해자로서 저지른 악행에 대한 근본적인 조사를 막아버리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이 문구 때문에, 통일운동을 비롯한 일련의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이 가해자로 전락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법안을 만든 사람들은 민주화운동자의 경우 국가보안법 등으로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문제가 없다고 답하더라. 말이 안되는 논리다. 사실은 불법에 관여한 국가권력기관을 조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과거 국가권력의 인권 유린은 대부분 군이나 검찰, 법원, 안기부 등 최고 권력기관들이 깊숙이 관련돼 있는데 이를 드러내 조사하지 말자는 것이다. 보안법으로 억울하게 처벌된 사람도 조사 못하고, 국가기관의 일탈행위도 조사 못한다. 결국 이 법으로는 당초 원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프레시안 : 확정판결이 난 사건의 경우 재심사유가 없으면 제외한다는 규정 때문인데, 그로 인해 누락되는 대표적인 사건은 무엇이 있나.
유선호 : 수도 없이 많다. 예컨대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 조봉암 사형사건 등 권력의 사주를 받아 국가기관이 양심을 저버린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판결문을 뒤져보면 이런 경우가 너무나 많다.

프레시안 : 조사위원들이 재심이유를 인정한 경우에는 조사할 수 있다고 돼있지 않나.
유선호 : 실효성이 극히 희박하다.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는 아주 제한적이다. 앞서 말한 모든 사건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그럴 바에는 법을 만들지 않는게 나았다. 차라리 정치권이 아니더라도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이 낫지, 국회에서 유명무실하고 내용도 없는 법을 만들면 국민들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정의에 대한 확신도 깨버렸다. 참 허탈감이 든다.

***"기존체제에 안주한 사람들이 과거사를 다룬다?"**

프레시안 : 시민단체들은 조사위원들의 자격도 문제삼고 있는데.
유선호 : 같은 입장이다. 당초 법안에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진실과 화해를 도모할 수 있는 신망있는 인사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시민단체나 언론기관 인사들이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다 빠져버렸다. 성직자로서 10년이상 재직한 자가 포함된다고 하지만, 죄다 제도권에서 안주한 사람에게 조사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과거 국가의 일탈행위에 부딪쳐 싸우면서 민주화를 이뤄내 국민들의 신망을 얻는 사람들은 포함될 수 없다. 그렇다면 과거사 조사의 추진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 아닌가.

우리가 당초 모델로 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화해 위원회와 비교해도 그렇다. 민주화 과정에서 기여한 분들이 중심이 돼서 과거 문제를 다루고 정치적 화해를 하자는 것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델인데, 과연 기존체제에 안주해 있던 사람들이 이 일을 맡아서 할 수 있겠나. 그들이 과거 왜곡된 국가권력에 도전해 민주화 운동을 하다 희생당한 분들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프레시안 : 조사위원 추천권(국회 8명, 대통령 3명, 대법원 3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유선호 : 국회 권한을 강화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그것이 정략적인 타협의 산물이라면 오히려 퇴보한 것이다. 당초에는 정치권은 과거사 규명의 객관적인 방향설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정치권 밖에 있는 민주인사들이 맡아 확고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어떠한 방해나 압력을 받지않고 추진해나가는 조사위원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국회가 각 정파별로 적절하게 위원들을 안배하는 방식인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누더기법, 전면적으로 다시 고쳐야"**

프레시안 : 결론적으로 이번 법안에선 일말의 긍정성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인가.
유선호 : 이것저것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객관적 사실규명을 바탕으로 진정한 화해를 이루자는 것은 말은 쉽지만 어려운 것이다. 국가기관이 자기고백을 하고, 그에 관여한 공직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최소한의 증거확보조차 쉽지 않다. 보통 용기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 법안대로라면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거는 묻어두는 것이 좋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흘러갈게 뻔하다. 조그마한 용기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과거의 사실을 들춰내는 것을 법이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결국은 아무런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권한이 약화돼서 내 생각에는 굳이 이 정도라면 제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회의가 든다. 17대 국회의 한가지 사명이 있다면 한 시대를 정리하고 후대에게 역사의 교훈을 남겨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여야의 밀실타협은 그런 시대적 사명을 저버리고 망각한 것이다. 정말 부끄러운 입법이다. 우리가 일본에게는 식민역사에 대한 제대로된 반성을 요구하지 않나. 그런데 정작 우리 스스로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진실규명은 이 법으로 말미암아 물건나갔다.

프레시안 : 여야 밀실타협이라고 규정하나. 실망감 때문이겠지만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이 더 많다.
유선호 : 어제 대표단이 협상과정을 보고하기를, 작년협상에서 이미 독소조항들이 들어가 있었고, 그 협상안을 바탕으로 협상을 하다보니까 그런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책임은 최종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입법과정에 대해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만한 설명은 아니다. 따라서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중간에라도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 깨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가져야 했다.

프레시안 : 지도부 성향을 볼때는 예정된 수순같다.
유선호 : 그런것도 있고, 개혁입법 처리가 부진한데서 오는 조급함도 있었다고 본다. 역사의식 대해 투철한 소신과 가치가 유지되고 확보되지 않으면, 어떻게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겠나. 문제가 있다.

프레시안 : 일각에선 새로운 법개정 움직임도 있는데.
유선호 : 물론이다. 법개정을 위한 가열찬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무력하기 짝이없는 현재의 법을 시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인사에 대한 너무나 모욕적인 짓이자 부끄러운 짓이다. 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실효적인 장치를 강구하고, 조사범위와 조사위 구성, 권한 등을 전면적으로 다시 고쳐야 한다.

개악된 부분에 대해선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정파적 입장을 떠나야 한다. 그것이 우리 17대 국회의 시대적 소명을 지키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본질적인 부분이 왜곡된 것에 대해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후세로부터 마땅히 지켜야 할 역사적 책임을 방기했다는 책임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다시한번 자세를 가다듬고 법개정 운동에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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