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여야 '빅딜'관계자, 정치 그만둬라"

소장파들도 "지도부, 빅딜설 진상 해명해야"

행정도시특별법과 과거사법의 '빅딜' 의혹으로 확산된 한나라당의 내부갈등이 여야 지도부의 해명에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4일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을 안고 똥물로 뛰어든 꼴이 됐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박근혜 대표도 "표결로 당론을 결정했는데, 그 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있어서 정말 안타깝다"고 반대파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재오 "빅딜 관련된 사람들은 정치 그만둬라"**

행정도시특별법 반대파 의원들은 '행정도시특별법-과거사법 빅딜' 의혹을 계기로 지도부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반대파는 이날 오전 '김덕룡 원내대표 퇴진'을 공식 제기한 데 이어,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여야지도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여야 지도부의 정계은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우선 열린우리당에 대해 "만약 정세균 원내대표가 말한 빅딜설이 사실이라면, 정말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열린우리당이 반대의 목소리를 누르고 수도분할에 관한 법을 직권상정해 날치기를 했다면 열린우리당은 더이상 민족과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이다"고 여당 지도부를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어 화살을 한나라당 지도부로 돌려 "한나라당 지도부와 협상책임자들이 이것이 사실인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당과 국민들앞에 사과하지 않은 채 오히려 변명하거나 오도하거나 축소왜곡한다면 그들은 또 한번 범죄적 행위를 음모하는 꼴이다"며 "이 빅딜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정치를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수도를 분할하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안고 똥물로 뛰어든 꼴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야 지도부는 이 모든것을 명쾌하게 해결할 지도력이 없다면 17대 국회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역사적 소임을 감당할 도덕성과 진실성이 없기에 즉각 해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반대파 요구대로 표결 통해 결정한 것"**

반면 박근혜 대표도 여전히 반대파 의원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날 나라발전연구회 초청 특강에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 "행정도시법 합의에 대해 수도분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과천청사의 이전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반대파들 주장을 일축했다.

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에 반대하는 분들이 표결을 주장해서, 그 분들의 뜻대로 표결로 당론을 결정했는데, 그 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있어서 정말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특위에서 합의안을 가져왔을 때 저 역시 만족스럽지 않아서 몇번이나 다시 협상하도록 되돌렸고, 마지막 날에는 12시까지도 재협상하도록 했다"고 고심의 결단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소장파, "지도부 빅딜 해명해야"**

이런 가운데 그동안 행정도시 논란에 소극적이었던 소장파 의원들은 이날 '빅딜' 의혹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상세한 해명을 요구하며 조속한 당내분 수습을 촉구했다.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세균 원내대표는 법안처리와 관련, 빅딜설을 의도적으로 흘려 야당을 분열시키려는 구시대적 공작정치를 국민과 야당 앞에 사죄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요모임은 또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빅딜설에 대해서 상세히 해명을 해야 한다"며 "만약 빅딜설이 사실이라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작금의 한나라당내 갈등과 분열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규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요모임은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의 조속한 수습과 해결에 전력을 다해야 함에도 지도부가 앞장서서 당내의 분열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경솔한 처사"라며 "지도부는 분열을 선택하기 보다는 포용을 통해 당의 위기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논란 수습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모임의 핵심멤버인 원희룡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 "만약 이번 특별법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서 계속 박근혜 대표를 흔들고, 상처 내고자 하는 분들이나 세력들이 있다면 그 분들과 맞설 것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표를 지켜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설 용의도 있다"고 반대파의 박근혜 흔들기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행정도시법 후폭풍은 주말과 휴일을 고비로 확전이냐 수습이냐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선 반대파의 내부기류를 박세일 의원 등 '정책적 반대파'와 일부 이명박계 의원들의 '정치적 반대파' 등으로 구분, 이들이 지속적인 단일대오를 형성해나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