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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대세론'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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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대세론' 급제동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시기 대립 심화

민주당의 ‘이인제 대세론’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그간 대세로 받아들여졌던 ‘3-4월 후보선출 전당대회안’이 강력한 반대에 부닥친 것이다.

당 쇄신과 발전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특대위)에서 지도체제, 경선방식, 경선시기를 논의할 당시만 해도 당내 대세는 3-4월에 지도체제 구성과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고,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쪽이었다.

시기적으로 전당대회를 두 번에 나눠 실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상황논리가 배경이 되었지만, 사실상 당내외에서는 “이인제 상임고문 밖에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이인제 대세론’과 연결된 시각으로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금주 당무회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 이젠 ‘3-4월 전대론’이 오히려 수세에 몰리게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암묵적으로 퍼져 가던 ‘이인제 대세론’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잇따른 게이트 파문으로 인해 국민적 시선을 모아가던 민주당의 쇄신논의가 주춤거리는 정국상황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위 ‘게이트정국’이 내년까지 연결될 경우 3-4월 전국을 순회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바람몰이’를 하겠다는 민주당의 의도가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시기 둘러싼 갑론을박**

민주당은 27일 연 6일째 당무회의를 열어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국민예비경선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이견 조정에 실패,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특대위 측과 이인제, 노무현 상임고문 측은 ‘3월 대선후보 선출’을 주장한 반면 쇄신연대 측과 한화갑, 김중권, 정동영, 김근태, 정대철 상임고문 측은 ‘7, 8월 선출’ 안으로 맞섰다.

특히 그동안 지도체제와 경선방식이 중요할 뿐 경선시기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온 쇄신연대가 ‘지방선거 후 후보선출’ 입장을 결정하고, ‘지방선거 전 후보선출’ 입장이었던 정동영, 김중권 고문도 ‘지방선거 후 후보선출’ 쪽으로 방향을 선회, 그동안 압도적 다수로 여겨졌던 ‘3, 4월 전대론’의 세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3월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와 당 지도부를 동시에 선출하자는 주장은 대선에 이기려면 지방선거 이전에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지방선거에서 지고나면 당력이 지리멸렬해지기 때문에 6개월 뒤의 대선은 치르나 마나라는 것이 특대위 측의 입장이다.

물론 이러한 특대위 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측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하는 대선주자들이다.

당내외 지지도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인제 고문 측은 3월 전대 개최가 현재의 우위 구도를 조기에 굳힐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대중지지도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노무현 고문 측도 국민선거인단 제도 도입으로 일반 여론의 지분이 늘어나면서 ‘기회가 생겼다’는 반응이다. 노 고문은 “3월 전당대회는 지구당 위원장들의 다수 의견으로 나타난 바 있고, 지방 선거 전략상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한화갑 고문을 비롯, 김중권, 김근태, 정동영, 정대철 고문 측의 전대 연기론은 “국민참여 경선제로 인한 붐이 본선에 까지 연결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후에 전대가 개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중권 고문은 “특정인을 위해 예비경선을 한다면 이 제도는 실패한다”면서 “대선후보를 3월에 선출해서 12월까지 열기를 이어갈 수 있겠느냐”며 ‘지방선거 뒤 후보 경선’ 쪽으로 선회했다.

정대철 고문은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3월 경선을 반대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정 고문은 “각종 게이트 등 스캔들 정국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3월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끌기는 힘들다”고 못 박았다.

또 “3~4월 경선은 6월 월드컵 분위기 속에 묻힐 수밖에 없다”며 월드컵이 끝난 후 대선 후보를 가시화시켜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표결처리 강행시 강력 반발 예상**

이에 따라 당내 정치일정에 대한 합의가 연내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은 점차 힘을 잃고 쇄신안 논의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중권, 정동영 상임고문의 입장 선회에 따라 다급해진 특대위와 이인제 상임고문 진영은 연내 쇄신안 확정을 주장하며 ‘3월 전대론’을 골자로 한 특대위안을 표결처리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대위 측과 당 지도부는 쇄신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당이 다시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고 보고 막판에 표결처리를 불사해서라도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은연중에 밝혀왔다.

특대위 측은 27일 오후 4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쇄신안 확정 지연에 따른 대책을 협의했다. 이날 특대위 지지파는 쇄신안을 반드시 연내에 확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표결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대위 관계자는 “연내에 논의할 수 있는 시일이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이상 더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표결처리 등 다각도의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인제 고문 측도 최근 계보 모임을 잇달아 갖고 표결처리 방안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은 “3월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일정을 연내에 확정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일치가 이뤄져 있다”며 “반드시 연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쇄신연대와 한화갑 고문 등 ‘反 이인제 진영’은 특대위 안에 대한 표결처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화갑, 김근태, 정대철 고문 등은 27일 전격 회동을 갖고 표결처리 대비책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연대도 상임고문단 회의를 거쳐 쇄신안을 확정하자고 제안, 특대위 측이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대위가 당 내분의 소지를 없애자는 명목으로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오히려 내분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쇄신연대 측의 입장이다.

27일 오전 전체회의를 가진 쇄신연대의 장영달 총괄간사는 “동교동계 구도로 이뤄진 당무회의에서 쇄신안 등이 표결 처리될 경우 반대할 것”이라며 “표결 시 엄청난 분란을 초래, 회복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민주당은 후보확정 시기를 놓고 첨예한 대립점을 보이며 당무회의 표결처리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최대한 내부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 ‘연내 표결처리’란 무리수가 강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광옥 대표도 당초 ‘연내 확정’ 입장에서 ‘합의 도출’ 쪽으로 강조점을 옮겨 가고 있다.

따라서 좀 더 시간을 갖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화노력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대선주자들 사이의 이해관계 차이가 너무 커 과연 타협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앞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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