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건설, 부안 원전센터에 이어 최근 지율스님 단식 이유인 경부고속철도 공사 등 노무현 정부 들어 국책사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선 공사 중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등을 이유로 이를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한다.
지율스님이 1백일 가까운 단식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원칙을 져버릴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국책사업, 애초에 논란 내포**
하지만 지율스님 단식에서 보여지듯 '무엇이 국가적 이익인가'에 대한 판단은 단순하지 않다. 과거 개발독재시절의 무분별한 국토 개발은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와 국민적 요구를 낳았다.
지율스님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경부고속철도 공사와 관련된 환경영향평가가 있었던 1991년 이후인 1998년과 2002년 각각 천성산 화엄늪과 정족산 무제치늪이 발견돼 생태계보전지역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천성산 지역에 대한 환경적 가치가 새로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 정권에서 지역에 선물 하나 던져주는 식으로 정치적 목적에 의해 시작된 국책사업은 처음부터 논란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지난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참여정부 들어 대형 국책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건 엄밀히 따지면 참여정부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이같은 논란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참여정부가 책임져야할 문제다.
***靑, 법원의 '천성산 결정'은 수용하고 '새만금 결정'은 거부**
하지만 지율스님과 새만금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전 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율스님 단식에 대해 청와대(정부)에선 '만약의 사태'를 걱정하면서도 공사중단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 이 문제의 최종 책임자인 이해찬 총리는 2일 "정책적으로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며 물러설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천성산 터널 백지화 및 전면 재검토'를 공약을 내세웠고, 환경부가 한때 '공사 중지 및 공동환경영향평가'를 지율스님과 합의했다가 번복했던 것을 보건데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이 총리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무엇보다 지율 스님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국책사업 추진과 관련해 향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개인의 요구에 정부가 굴복했다"는 비난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또 정부는 최근 "민관위원회를 구성해 새만금사업의 용도측정을 할 때까지 방조제공사를 중단하라"며 사실상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 일각에선 신행정수도건설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무산된데 이어 새만금 사업까지 사법부 손에 좌지우지 하게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지율스님 측엔 '도롱뇽 소송'으로 알려진 터널공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또 한편으로 새만금 사업과 관련된 법원의 조정안은 거부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새만금 문제와 관련, 전북 민심이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정한 것도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목적'을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책사업과 관련된 '환경'과 '개발'의 논쟁은 앞으로도 또 일어날 수 있는 논쟁이다. 노무현 정부도 '정치적 고려'나 '정부의 위신'을 감안해 결정을 내린다면 이같은 소모전은 계속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당장 지율스님의 단식과 관련해 '만일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노무현 정부가 감당해야할 몫은 그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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