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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2월 처리완료 불가능, 대체입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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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보법 2월 처리완료 불가능, 대체입법 검토"

[인터뷰] 김부겸 우리당 원내부대표, "친노세력 영향력 작년보다 퇴조"

정치권이 체제정비기를 마치고 2월 임시국회 전략에 몰입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새 원내부대표를 맡은 김부겸 의원은 "국가보안법의 2월 처리완료는 불가능하다"며 과도기적으로 '대체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국민참여연대 등 친노세력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왜 우리방식대로 하지 않느냐는 불만은 오류"라고 반박했다.

***"국보법 없애는 건 시간문제, 그 과정에 대체입법은 왜 안되나"**

열린우리당의 새 원내부대표로서 야당과의 대화 창구 역할을 맡은 김 의원은 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대의원의 지론은 '성공하는 개혁'을 표방한 정세균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현실을 반걸음이라도 앞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책을 내야한다"는 '주화론'이었다.

그는 "'실용'은 자전거의 뒷바퀴이다. 여기에 페달이 걸려 힘이 나온다. 그러나 방향은 앞바퀴가 정한다"며 "개혁과 실용을 대척점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고, 양자가 따로 갈수 있다는 데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으로 상징되는 국민들내의 세력이 엄연히 있다"며 "그 국민들이 완강한 자기 입장을 정해놓고 있는데 그분들과도 현실적인 타협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2월 임시국회의 '화약고'인 국가보안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식을 내세웠다.

그는 "지금은 국보법 폐지후 대체입법을 하는 편이 타협 가능성이 크고 인권적 독소조항도 많이 줄일 수 있다"며 "국보법을 없애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그 과정에서 왜 대체입법과 같은 전략을 쓰면 안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임채정 의장 등이 강조한 국보법 등 3대법안 '2월처리'의 의미에 대해서도 "지난해 양당간 합의서에는 '다룬다'고 했으니 이제부터 상임위 상정을 시작해서 다뤄보자는 것"이라며 "2월까지 처리 완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3년 유예' 요구는 얄미운 주장"**

김 의원은 이어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유예기간 부여에 대해선 "기업은 집단소송법이 당장 적용되면 경영권이 날아간다고까지 위협을 느껴 2년만 유예해 달라는 것인데, 여기에 총리가 사인을 보내는 것이 타협이고 굴복이냐"고 반문하며 2월중 증권관련집단소송법 개정 추진에 대한 의사를 재확인했다.

다만 전경련 등의 '유예기간 3년 요청'에 대해선 "기업들도 너무 얄밉게 그런 식으로 요구해선 안된다"고 반박, '유예기간'은 2년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임시국회의 또다른 쟁점인 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대해선 "경제부처를 옮기지 말라는 한나라당의 요구가 타당한 소리냐"고 반문하면서도, 부처이전 규모, 착공시점 등을 우리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선 "좀 더 무르익어 한나라당이 동의할 정도로 참았더라면 했다. 나도 불만이다"고 말했다.

***"친노세력, 자신들의 방식만을 고집해선 안된다"**

김 의원은 이어 국민참여연대, 참여정치연구회 등 소위 '친노(親盧) 세력'의 활발한 입당 움직임과 관련, "그 분들이 당의 에너지원임은 틀림없지만 그분들만의 목소리만으로는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민중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목표를 이루려면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방식만을 고집해선 안된다. 왜 우리 방식대로 하지 않느냐는 불만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간당원들의 '뭇매'에 대해서도 "내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데 못마땅해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우리당 적극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개혁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면서 "극단적으로 싸울 때 보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나오는데, 솔직히 우리도 포용 못하면서 누구를 데려오려고 하나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4월 전당대회에서 친노세력의 영향력과 관련해선, "새로운 기간당원들 중에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지난해 전당대회보다는 퇴조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또 재선그룹의 당권도전 논의와 관련, "중진으로만 지도부를 채워두면 젊은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자연스럽게 조만간 (재선그룹의)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김영춘, 송영길, 임종석 의원 등 '재선 3인방' 사이의 교통정리를 거론하기도 했다.

***"지율스님 사태 안타깝지만, 재검토는 불가"**

지난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의 '갈등 유발적 처신'을 직공했던 김 의원은 '경제올인'으로 대변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3년차 국정운영에 대해선 긍정평가했다. 다만 최근 교육부총리 인사논란, 지율스님 사태 등에 대해선 곤혹감이 역력한 가운데 당과 정부입장을 적극 방어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연한 이유로 개혁이 잘 안되니 경제로 목표를 옮긴 것이 아니라, 국가 운영을 하는데 큰 틀은 잡힌만큼 지금 집중해야 할 부분이 경제인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으로 본다"고 지원했다.

특히 이기준-김효석-김진표로 이어지는 교육부총리 인사 논란에 대해 "김진표라는 훌륭한 외과의사를 데려다가 문제가 있다면 수술하게 하는 것이 지혜라고 본다"며 "교육계는 '우리 교육을 어떻게 보고' 하는 식인데, 우리 교육이 지금 자존심따져 반대할만큼 한가하냐"고 적극 방어했다.

그는 "스승과 제자 학교와 학부모라는 평면적 관계에만 매달릴 수 있느냐"면서 "어렵게 키운 아이들이 일자리 못구하는 것보다는 교육의 내용을 바꿔서 어디 가서라도 취업할 수 있는 아이로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율스님의 단식사태에 대해서도 "스님이 목숨을 거신 환경보존이라는 가치를 우리가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법원에 압력을 넣어 결정을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사회의 객관적 눈으로 보면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적극 옹호했다.

김 의원은 대안노선 검토,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면서도, 지율스님에 대해 "우리 공동체의 어려움을 생각하신다면 단식을 중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서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최악의 사태로 인한 파장을 내심 우려하기도 했다.

***"우리당 박근혜 비난에 국민들은 짜증"**

김 의원은 이밖에 박근혜 대표에 대한 '수첩공주' 등 당의 자극적 비난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국정의 경쟁상대이자 협력자인 상대당 대표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며 "상대편에게 그런 이름을 갖다 붙여서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기를 했나, 한나라당 지지율을 깎아먹기를 했나. 국민들이 짜증내는 것이 그런 것이다"고 일갈했다.

그는 "박근혜 대표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이미 노출돼 있고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며 "박정희 딸로 자기지위를 유지하는지, 자기 지지층에 대한 리더십이 있는지는 국민이 평가한다. 거기에 우리가 자꾸 욕을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편 민주당과의 합당론에 대해선 "민주당은 엄연히 9석을 갖고 있고 한때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인데, 그 당을 마치 주머니속의 뭐인양 언제라도 접수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이라면서도 "지지층으로부터 (합당의) 요구가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변화는 언제나 큰 선거를 앞두고 닥친다"고 개헌론의 공론화 시점과 맞물려 양당간 합당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의원은 또한 최근 법원 판결로 잇따른 당 소속 의원들의 낙마 사태에 대해 "기소 단계부터 법원 판결까지 어느 정도 객관성이나 공평성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어 법사위에서 거론할 것이다"고 공식대응을 천명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부겸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

***"노대통령 국정운영 기조변화 우연한 것 아니다"**

프레시안: 노무현 정부의 올해 국정 운영 기조를 전망해 달라. 작년에는 문제제기를 한 바도 있다.
김부겸: 지난 2년간 욕을 먹으면서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나 일종의 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거의 고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로드맵은 만들어 졌고 이제는 로드맵에 따라 일이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완고한 관료주의, 타성 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적어도 각 분야별로 일을 어떻게 해야하느냐에 대한 소위 '일 머리'를 찾는 것 정도는 시작된 것 같다.

대통령은 작년 해외 순방을 통해 고민이 많으셨을 듯 하다. 유럽은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반해 남미는 엄청난 자원 부국임에도 국가 운영 시스템 때문에 디폴트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럴까, 왜 가난한 사람들 탈출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를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은 경제를 도약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무한 책임을 져야할 부분이라고 판단하신 듯 하다. 대통령이 우연한 이유로 개혁이 잘 안되니 경제로 목표를 옮긴 것이 아니라, 국가 운영을 하는데 큰 틀은 잡힌만큼 지금 집중해야 할 부분이 경제인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으로 본다. 모처럼 대통령, 정부, 당 간에 뭔가 해 보자는 의욕이 모여지는 게 느껴진다. 다행스럽지만 언론도 칼질을 덜 해대는 것 같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조금 좋아지는가 보다 하는 심리적인 안정도 찾아진 것 같다. 정세균 원내대표가 "지금 같을 때 정치권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정쟁 때문에 짜증을 안겨주고 경제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 최근의 교육부총리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는데.
김부겸: 안타깝다. 그러나 교육 부총리 인선 통해 대통령이 메시지만큼은 강하게 심은 듯 하다. 이제는 과거의 안일과 타성, 자신의 울타리에 안주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고통스런 통과 의례 거치지 않고는 못 바꾼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사회 곳곳에 퍼뜨리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분야가 교육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자 전 국민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교육에까지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김진표 부총리가 경제 전문가라 교육을 모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통령의 입장은 교육의 교육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을 같이 보자는 것이다. 형식적인 평등에서 벗어나서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다른 면이 좀 있다. 다음 세대에서 우리 아이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과학, 기술,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피하다.

프레시안: 대통령의 지향을 십분인정한다 해도 이렇게 교육계의 전면적인 반발을 사면서까지 무리수를 둘 필요 있느냐는 지적이 있다.
김부겸: 교육계가 교육 철학면에서 반발하기도 하지만, 교육계 전체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걸 주목해야한다. 굳이 따지자면 교육계의 자존심이 상한 측면은 있다. 소위 '우리 교육을 어떻게 보고' 하는 식인데, 우리 교육이 지금 자존심 따져 반대할 만큼 한가한가.

우리 가계 지출의 50%가 아이들 교육비로 들어가고 대한민국 많은 노동자들이 자식들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현재 공교육이 이같은 국민적 고통 속에서 안주할 수 있나. 그 중에서 스승과 제자 혹은 학교와 학부모라는 평면적 관계에만 매달릴 수 있나. 어렵게 키운 아이들이 일자리 못 구하는 것 보다는 교육 내용을 바꿔서 어디 가서라도 취업할 수 있는 아이로 경쟁력을 키워 줘야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중고교까지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아이들에게 뭔가 성취동기를 강화하는 식의 교육 철학도 유효하다. 하지만 그 부분까지 김 부총리가 건드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사실상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교육 경쟁력 저하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학교 교육만으로는 못 견딘다는 것이니 이 부분에 충격을 주고 기존에 가졌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사구시 중요하다. 실제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어느 것이 치유책인지를 봐야한다. 문제점이 어느 방법을 통해야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해봐야 안다. 과거 그 사람이 경제 관료일 때 가졌던 관행, 언표만 갖고 앞으로도 역할을 못할 것이고, 교육을 모른다고 단정 짓는 것은 좋지 않다. 교육에 있어 경제성, 효율성이란 측면도 있고, 교육계도 효율적이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사실이다. 그 점에서 과거에 교육계에 인연이 없다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자극을 주고 내부로부터 변화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혁신의 기제가 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교육계 문제와는 별개로 김 부총리를 비롯해 이기준 총장, 김효석 의원 등의 앞선 사례에서도 청와대의 인사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김부겸: 거기에도 일관된 흐름이 있다. 김효석 의원은 뛰어난 경영학자이자 IT 쪽에 아주 선구적인 학자다. 이기준 총장은 서울대 지방 이전 계획을 상당히 많이 추진했고 공학자로서 총장이 돼 끈질기게 이과계 교육 강화에 노력하신 분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어 낙마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점에서 교육계가 이번 사태를 교육에 대한 일종의 천대라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김진표라는 훌륭한 외과 의사를 데려다가 문제가 있다면 수술하게 하는 것이 지혜라고 본다. 수술할 것이 있다면 해 내고 공교육이 자극 받아 더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면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로서도 다행한 일이라고 본다. 정부에서도 공교육을 타박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투자가 좀 더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지 왜 이렇게 인물이 없냐는 식으로 비판하고 들 것이 아니다.

***"우리당, 과반의 안정감이 지나쳐 교만했다"**

프레시안: 천정배 원내대표 체제와 정세균 대표체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김부겸: 작년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정치에 대한 기대는 너무 컸고 상대를 정확하게 보려는 진지한 노력은 부족했다. 전체 분위기가 집단적 사고와 집단적 행동을 강요하는 분위기였다. 그 상황에서 천 전대표는 의원들의 열정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 아닌가 싶다. 운영이나 전략의 문제를 떠나서 작년 우리당에선 한나라당의 존재를 부인하고, 한나라당을 경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나라당과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터부시 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우리를 과거 여당이 하듯이 대통령이 명령 한 번 내리면 일사분란하게 날치기까지 하는 집단으로 봤다. 이처럼 거대한 집단 대 집단이 패싸움이 걸리니 정치적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 겨우 의원들 사이에 그런 행태들이 너무 지나쳤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듯 해 정세균 팀에는 전략이나 전술상의 폭이 좀 더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작년에는 피차 그렇다 보니 상대에 대한 극단적 언사를 거침없이 썼으나 이제는 그것이 현명하거나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다는 반성도 있다. 작년에 대한 이같은 반성으로 의원들도 자신들이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멱살잡이만 하려던 분위기가 아니라 상대도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 하는 식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요새 말로 접근 자체가 서로 쿨해 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요컨대 강경파의 퇴조는 청와대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와도 무관치 않은 듯 하다.
김부겸: 이제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기본 방향이 경제를 살려야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고 국민 삶의 조건이 좋아졌다는 표시가 있어야 개혁을 해낼 수 있겠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싸움을 통해 무엇을 관철하기 보다는 큰 물꼬를 차츰차츰 터 나가자는 내부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도 강경한 태도로 자신들의 존재의 이유를 지켰다고 하지만 그것이 한나라당의 발전 가능성 환골탈태 가로막았다고 보는 의원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양당 온건파들이 목소리 내기 시작했다고 본다.

프레시안: 당내 강경파들 경우 주장은 선명한데 방법론이 부족했고 온건파들은 협상을 강조한 나머지 개혁후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가 관건인데.
김부겸: 너무 단순한 분류다. 양 쪽에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너무 싸움에 몰두하다 보니 내부 결속이 부족했다고 본다.

정책위 단위를 활성화해 당정 협의 과정에서부터 의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도록 할 작정이다. 의원들은 신문을 통해 정책적 내용을 알고 추인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니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기 전부터 의원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걸러보자는 계획이다. 의원들이 정부로부터 한 번씩 들어본 얘기라고 하면 훨씬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정책위가 많이 강화된 것이다.

프레시안: 과반붕괴가 현실화된 점도 심리적 부담이 될 듯하다.
김부겸: 사실 지금까지 우리당이 수의 위력을 행사해 본 적이 없다. 그동안 우리가 교만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는 했다. 여차하면 힘이 있으니 다 할 수 있다며 우리 스스로를 과신하는 착오가 있었던 듯 하다. 이제는 혼자 힘으로 하기 보다는 상대 당, 정 안되면 비슷한 처지의 군소 당이라도 설득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공유해야 한다. 물론 훌륭한 의원 몇 사람 떠나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그분들 희생을 통해 우리가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 결국 숫자 한 두석으로 정치가 되는 것은 아닌데 여당으로서의 심리적 안정감이 지나쳐 국민들에게 교만하게 비쳐졌을 수 있다.

프레시안: 재판중인 의원들에 대해 사법부가 다소 편파적이라고 당내에선 지적하는데.
김부겸: 기소 단계부터 법원 판결까지 어느 정도 객관성이나 공평성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어 법사위에서 거론할 것이다. 그저 우리당 의원들이 많이 당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여야의 선거법 재판 결과를 놓고 지나치게 형평에 어긋났다는 지적을 하려고 한다. 나도 그 지적에 동의한다.

프레시안: 사법부가 왜 그렇다고 보나.
김부겸: 사법부 전체가 그렇다고 보긴 어렵지만 혹시 거대 여당, 권력 집단에 대해 묘한 견제심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거대 정치집단에 대한 견제 심리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정서적으로 용인이 됐던 부분이긴 하지만, 혹시 그런 이유라면 지나치다고 본다.

***"대체입법은 왜 안되나"**

프레시안: 실용주의란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데 내용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김부겸: 현실을 반걸음이라도 앞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책을 내야 한다. 그것이 실용주의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한나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원래의 개혁의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하며 일부 강경파는 야합이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김부겸: 국회에서 법 개정하는데 야당과 타협하는 것을 야합이라고 하면 우리의 가치만 옳다는 것인가. 동의할 수 없다. 협상의 내용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야당과 협상하는 것을 야합이라고 부르려면 의회주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한나라당으로 상징되는 국민들 내의 세력이 엄연히 있다. 그 국민들이 완강한 자기 입장을 정해 놓고 있는데 그 분들과도 현실적인 타협을 해 내야 하지 않나. 현재 국보법도 중간에 몇 번을 개정한 것이다. 어설프게 개정하느니 그냥 두는 게 낫다는 것은 무책임한 명분론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국보법은 북미 관계가 진전되고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면 시간이 갈수록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 중간 단계에서는 인권 측면에서 많은 독소조항 들어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시민단체에서 강경한 주장을 할 수 있고 국보법이 반민주적 요소를 지니고 있음을 동의하나, 한국사회에서 현실로 작동하는 기제인 법을 우리 가치에만 맞도록 다 쳐낼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호주제 왜 쉽게 못 없애나. 그만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새 제도에 맞게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 나가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폐지 후 대체입법을 하는 편이 타협 가능성이 크고 인권적 독소조항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 방향이 좋다고 본다. 국보법을 없애는 것은 시간 문제인데 그 과정에서 왜 대체입법과 같은 전략을 쓰면 안 되나.

프레시안: 지도부는 여전히 폐지 후 형법보완 당론이 유효하다고 못 박았는데, 그것은 협상전략인가.
김부겸: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다행히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자기네들도 안을 내겠다고 했으니 양 당의 안이 모두 법사위에 상정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진전될 것이다. 그렇게 차근차근 밀어 올려야 한다. 법사위 상정에 대해서 한나라당에서 다른 말을 하기도 하지만 지난 연말에 국회 의장까지 나서 한 합의를 그렇게 깨는 건 안된다.

프레시안: 대체입법 내용도 우선 폐지를 하고 새로운 대체입법을 하는 것이냐, 아니면 한나라당처럼 이름만 바꾸는 등의 개정이냐는 것도 문제다.
김부겸: 애매하고 미묘하다. 다만 법 폐지 후 일정 기간이라도 공백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것이 법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우리 사회에는 국보법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법이 없어질 경우 나라의 안보를 우려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 그 사람들의 의견은 별것 아니라고 치부해도 되는가. 우리는 국정 운영 책임져야할 여당이다. 또 국보법을 둘러싼 국민적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제, 민생에 대한 국민 에너지를 함께 모으는데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프레시안: 국보법에 대한 대통령 입장도 작년에 비해 많이 바뀐 것 같다. 그로 인한 영향을 무시하기 어려울 듯하다.
김부겸: 산이 높으면 돌아가라는 말씀까지 하셨으니 박물관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발언 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지신 것 아닌가 한다. 자꾸 개혁 후퇴라고 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병자호란 때의 최명길을 생각해 봐야 한다. 한 공동체가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는 삼학사의 입장이 유효했지만 도탄에 빠진 백성 구하는 데에는 최명길이 필요했다. 나는 양자가 자전거 양 바퀴라고 본다. 실용이 자전거 뒷바퀴이다. 여기에 페달이 걸려 힘이 나온다. 그러나 방향은 앞바퀴가 정한다. 양자를 대척점으로 모순으로 보는 것에도 반대지만 양자가 따로 따로 갈 수 있다는 데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임채정 의장이 국보법 2월 처리 의사를 밝혔다. '처리'의 의미가 무언가.
김부겸: 합의서에는 '다룬다'고 했으니 이제부터 상정을 시작해서 다뤄보자는 것이다. 2월까지 처리 완료는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이 협조를 안 해 줄 것 아닌가. 밀어 붙이려면 작년 연말에 했어야 하는데 안했다. 그에 따른 의회 파행 결과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지금 사회를 안정시켜 돈 있는 사람 지갑을 열고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동참케 해 사회가 에너지를 내게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하는데 의회가 파행되면 누가 감당하나.

프레시안: 과거사법과 사학법 처리 전망은 어떤가.
김부겸: 국보법 제외한 나머지 법은 지난해에 의견 접근을 많이 봤다고 본다.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하면 되지 특별기구 혹은 별도기구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 법 외에도 중요한 법안 많다. 앞으로는 3대 법안이란 말도 가능하면 안 쓰겠다. 개혁 법안, 쟁점 법안 말고도 정말 중요한 법들이 많은데 그 때마다 별도기구 만들 수는 없지 않나.

프레시안: 정세균 원내대표는 '성공한 개혁'을 말씀하셨는데 2월 국회 뿐 아니라 전 임기 동안에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듯이 비쳐진다.
김부겸: 무리수라기 보다는 작년 같은 정치 환경은 서로 안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의원들을 만나 봤겠지만 최근 정치인들이 갖는 위기감은 대단하다. 연휴에 지역 활동해 보면 의원들 등에 땀 흐를 것이다. 한 공동체의 대표라고 하는 자들이 성원들로부터 그런 평가 받으며 도대체 무얼 할 수 있나. 우리 사회 최하위층, 혹은 차상위 계층이 갖는 절망감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프레시안: 증권관련집단소송제 개정안도 이번 임시국회 현안이다. 과거 분식회계를 유예해주는 것은 곧 경제개혁 후퇴로 보는 비판이 있다.
김부겸: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개혁은 기득권 세력에게 굴복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폄하한다. 만약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작은 치유만 해서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게 한다면 맞는 소리다. 그러나 우리 경제 양극화는 중증으로 가고 있다. 지금 우선적인 국가 책무는 가장 밑에서 탈락한 사람을 그물망으로 받쳐서 최소한 따라가게 하는 의무를 지는 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진 사람들이 돈을 안 쓰겠다는 식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면 우리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

우리는 증권관련 집단 소송제 적용에 2년간 유예를 두자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던 우리의 불투명한 과거가 있고 그 짐을 기업만 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어두웠던 과거에서 여러 가지 부정한 자금이 기업에서 나갔으니 최종 담당자가 기업이라고 볼 수 있고 그것을 분식회계라는 방식으로 편법처리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의 요구는 집단 소송법이 당장 적용되면 경영권이 날아간다고까지 위협을 느끼니 2년만 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총리가 사인을 보내는 것이 타협이고 굴복인가. 편견으라고 본다.

프레시안: 전경련의 일관된 주장이긴 하지만 어제는 3년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요구했는데.
김부겸: 기업들도 너무 얄밉게 그런 식으로 요구해선 안 된다. 기업들도 거대 노조에겐 타협하고 하청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쪼아대는 일종의 떳떳치 못한 노사 관계는 청산해야 한다.

프레시안: 정부가 경제활성화 대책을 세우면서 기업에겐 특혜를 주는 반면 비정규직 대책 등은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친재벌적이라는 비판은 그런 예에서 나오는 듯하다.
김부겸: 파견 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그 부분은 국회에서 논의해 봐야 한다. 정부 안대로 그대로 되지는 않을 테니 좀 더 논의해 봐야 한다. 물론 왜 정부가 전 업종으로 확대하자는 것인지도 들어봐야 하지만, 비정규직을 확산해서 일자리 창출의 인센티브가 될 수도 있을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도 문제지만 노동시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아예 퇴장 당하는 쪽도 정부로서는 심각한 문제다.

프레시안: 행정수도 문제도 이번에 쟁점이다. 특위에서는 5일까지 법안 내겠다는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김부겸: 한나라당이 크게 합의해 준 것은 이전 하라는 것과 금년 안에 부지 매입하라는 것인데 이쯤이면 핵심은 다 합의해 준 것이다. 하지만 경제부처 옮기지 말라는 요구는 타당한 소리인가. 실질적으로 수도 이전을 하려는 이유가 지방 분권과 국토의 균형 발전에 있는데 뭐도 가지 말고 뭐도 가지 말라는 게 말이 안 된다. 국토 균형발전에 새로운 전망을 가져야지 계속 서울로 모이는 현실을 그대로 둬선 희망이 없다. 그래서 정부안이 아니라 여야 공동 발의로 하겠다는 것이다. 공로를 열린우리당이 갖고 가는 쪼잔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법안공동발의를 얘기하면서, 몇 개부처를 이전한다느니 2007년에 착공한다느니 발표해서 한나라당을 자극할 필요 있었나.
김부겸: 나도 불만이다 좀 더 무르익어 한나라당이 동의할 정도로 참았더라면 했다. 나도 그 분들을 진솔하게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2007년 착공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만하다.
김부겸: 현실적으로 다음 대선 전에 일이 진행돼야하지 않나. 그러려면 빨리 해서 이 쟁점 없애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도 신행정수도 반대로 인한 데미지는 없을 것 아닌가.

***"친노세력, 왜 우리방식대로 안하느냐는 불만은 오류"**

프레시안: 재선 그룹이 세력으로 그룹핑이 되더라. 당권도전 논의가 얼마나 진행됐나.
김부겸: 어제부터 의원들이 모이기 시작했으니 며칠 내로 만나기는 만날 것이다. 이제 막 기간당원 지방 조직이 끝났으니 좀 더 논의해 봐야 한다. 다만 한나라당에도 지도부에 원희룡, 김영선이라는 젊은 의원들을 선출해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지도부에 반영할 통로가 마련됐는데, 우리당도 중진 그룹들로만 지도부를 채워두면 젊은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어렵지 않겠나. 그래서 30~40대가 나서야 한다는 당위론이라고 본다. 그런식으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여질 것이다. 총대 메는 것이다.

새 지도부가 정해지면 당의 노선이나 컬러는 정리될 것이고 중심이 서면 이제는 풍부하게 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우군도 확보하고. 그럴 때 재선 그룹들이 제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김 의원도 출마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물리친 이유는 무엇인가.
김부겸: 우리당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 중 하나가 의원들간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것인데 상임중앙위원 선거에 나갈 사람은 많지만 언로를 트고 의원들 사이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엔 내가 좀 장점이 있는 것 같았다. 또 이 시점에 당을 위해서 정세균 대표를 도와 그런 식으로 기여해 달라는 선배들의 권유도 있었다.

프레시안: 기간당원 모집이 끝났고 당원 협의회장 선출도 마무리 단계다. 국참연, 참정연 등 소위 친노세력의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부겸: 그 분들이 당의 에너지원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기간당원 모집에는 의외로 전통적인 민주당, 평민당, 국민회의를 지지했던 분들이 많이 왔다는데 그분들에 신세대 지지자들이 더해져 당이 좀 더 풍부해 지리라 기대한다. 소위 친노세력이라는 분들이 과거 당원들만 갖고는 어려운 역동성을 갖고 있으니 접목돼야 한다. 그러나 그분들만의 목소리만으로는 어려운 점도 있다.

프레시안: 친노세력이 대통령을 오히려 곤란하게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하나.
김부겸: 정치적 패턴을 보면 열혈지지세력 덕으로 집권해도 그 지지층 폭만으로 국정 운영이 안되니 갈등이 벌어진 예가 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도 막상 집권하고 브라질을 운영하려고 보니 과거 방식만으로는 안되고, 그래서 많이 바꾼 것 아닌가. 노 대통령 역시 스스로는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로 변화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으로 본다. 대통령의 도전적인 태도나 개혁과 변화에 대한 열정을 보고 선택한 분들이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어떡하겠나.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국정 운영의 틀도 바꾸고 내용도 풍부하게 해서 가난하고 어려운 분들에게 다른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큰 변화고 개혁 아니냐.

프레시안: 집권 이후에는 과거지지 세력과의 거리 두기는 당위라는 것인가.
김부겸: 당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나라에서 그런식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정 운영을 책임지면 그 전보단 분명히 더 많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그 만큼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한 시기의 흐름을 이끌고 간다는 것은 단선적이지 않다. 당위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과거의 예를 보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표로 당선되는 것이니 그런 패턴들이 나타난다.

노 대통령은 성공해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의 내용 중에는 지지자들이 꿈꾸는 개혁의 핵심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민중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그 목표를 이루려면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방식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 왜 우리방식으로 하지 않느냐는 불만은 오류다. 경기를 감독에가 맡겼으면 역전되고 때론 점수를 잃더라도 재량권을 줘야한다.

프레시안: 국참연, 참정연 등이 이번 전대에서 발휘할 영향력은 어느 정도로 보나.
김부겸: 과거만큼은 아닐 것으로 본다. 지난 전당대회보다는 퇴조할 것으로 본다. 이유는 새로운 기간 당원들 중에 전통적인 지지층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의장 선출에 따라 당의 노선이 많이 달라지는데 어떤 형 지도부가 가장 바르다고 보나.
김부겸: (웃음) 내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노선들이 전부 제출될 것이고 노선에 따른 안배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전당 대의원들이 모두 현명해 노선에 따라 편향되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에서 계보를 분류하는데 크게 보면 두 개의 노선이 있다. 이에 대해서도 대의원들이 고루 판단할 것으로 본다. 결과가 나와보면 어떻게 이렇게 교묘하게 잘 섞어놨을까 싶게 안배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한나라당 탈당파로서 한계를 느낀 적 있나.
김부겸: 아직은 우리당 지지자들이 내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데 못마땅해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내가 그 당시 집권 여당의 양지를 찾아 온 것도 아니고 새 정치를 하기 위해 걷어 치우고 나온 것이고 함께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이해가 됐다고 보는데 열린우리당 적극 지지자들이 보긴에는 개혁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아직도 극한적으로 싸울때 보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란 말이 나오는데 솔직히 우리도 포용 못하면서 누구를 데려 오려고 하나 싶다.

프레시안: 한나라당 탈당파, 소위 '독수리 오형제'의 당내 위치가 불안정해졌다. 이우재, 이부영 의원은 원외에 있고 안영근 의원은 당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데 한 배를 타고 나온 입장에서 어떻게 보나.
김부겸: 뭐 뭇매 맞으며 크는 거고 맷집도 강해지는 것 아닌가. 그 과정에서 자기 나름대로 공동체를 사랑하는 방법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중과 교감하고 당 시대의 목소리를 당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대선때는 돼야 정계개편 가능"**

프레시안: 민주당과의 합당은 가능하다고 보나.
김부겸: 그 얘기는 조금 오해가 있다고 본다. 김효석 의원은 나와 같이 브라질에 있을 때 전화를 받은 듯 했다. 깊은 얘기는 안했지만 눈치는 챘다. 나는 대통령이 김효석 의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원래 알고 있었고 대학 교육을 경쟁력 있게 바꿔야 하는데 경영 전문가를 발탁해야 한다는 식으로 순수하게 이해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으니 오해를 산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그 뿐 아니라 이전에 추미애 전의원에게도 입각 제의가 있었다고 한다.
김부겸: 그 것과는 패턴이 다르다. 추 전의원 경우는 지금처럼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짠게 아니라 추 전의원에 대한 대통령의 마음의 부담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그런식으로 됐다고 안다.

프레시안: 당에선 합당론이 이미 공공연하다.
김부겸: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런 변수를 두고 얘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엄연히 9석을 갖고 있고 한 때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인데 그 당을 마치 주머니 속의 뭐인양 언제라도 접수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이다. 그 지지층으로부터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 시기는 정치권 내의 몇 차례 고비가 있으니 정치권의 변화는 언제나 큰 선거를 앞두고 닥친다. 대통령이 내년부터 개헌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런 것과 연관되는 문제라고 본다. 그걸 당장 합당할 것이냐라는 식으로 나와선 곤란하다.

민주당이 스스로의 칼라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우리가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하지만 길게 보면 민주당과 우리당의 지지층이 일치한다. 정당의 존립 근거는 지지 국민인데 강한 요구가 거기서 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런 요구가 올 때까지는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프레시안: 장기적으로는 같이 갈 수 있다고 보는 거냐.
김부겸: 당연하다. 양 쪽의 지지층이 같은데.

프레시안: 민주당과의 합당과는 다른, 큰 틀의 정계개편 얘기도 거론된다.
김부겸: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아직은 정치적 상상력 차원이라고 본다. 그 정도의 큰 변화라면 대선이나 총선 때나 돼야 가능하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유동적이다.

***"지율스님 사태, 서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 될 수도"**

프레시안: 정세균 원내대표도 말했듯이 지율 스님 문제가 곤혹스러울 것 같다.
김부겸: 걱정이다. 다른 분도 아니고 종교인이시니... 천성산 현장을 가 봤더니 너무 공사가 많이 진행됐더라. 우회로 있을 수 있다고 하나 그것을 철도청이 전혀 고려 안했다고 보는 것은 너무한 시각이다. 단식을 중단해 주기를 호소드리고 싶다. 스님이 목숨을 거신 환경 보존이라는 그 가치를 우리가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법원에 압력을 넣어 그런 결정을 한 것도 아니지 않나. 사회의 객관적 눈으로 보면 공사가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워낙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며 환경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신데 누구라도 좀 말렸으면 좋겠다. 그 분 스스로가 의지를 바꿔 주시길 바란다. 지율스님이 판단하기에 우리 정부가 너무 반환경적이라 판단하신다면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단식을 중단해 주시길 바란다.

프레시안: 지율스님 말릴 수 있는 것은 대통령뿐이라고 하더라. 환경영향 재평가도 어렵나.
김부겸: 재평가는 지난 일 년을 두고 한 것 아니냐. 나도 현장에 가 봤는데 굳이 따지면 재평가 통해 바뀔 것이라기 보다는 우회 노선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대안 노선은 노 대통령 이전부터 검토한 것이다. 땅이 신음을 한다는 종교인의 화두를 그렇게 함부로 평가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 공동체의 어려움을 생각 하신다면 단식을 중단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서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박정희 전대통령 얘기가 많다. 왜 이시점에 또 화두가 됐다고 보나.
김부겸: 두 가지로 본다. 개발연대, 일사 분란한 통치 권력, 모두가 어려워 상대적 박탈감이 어려웠던 그 시대에 대한 향수가 있다. 권위주의 체제가 묘한 매력을 준다. 복종만 하면 삶엔 불편함이 없으니 그러하다. 그에 비하면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휩싸인 우리 현실은 각박하다. 정부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하는 밑바닥 그물을 제외하곤 현실이 엄혹한데 그런 현실에서 오는 향수가 있다고 본다. 또 한가지는 박근혜 대표의 출연으로 그 배경으로서의 박정희의 모습이 있다고 본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공과가 다 있는 인물이다. 인권침해, 정경유착 등의 어두운 면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서도 볼 수 있는데 개인의 채권을 정부가 그렇게 무력화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나. 그러나 또 그 대일 청구 자금으로 산업의 동력이 된 포철을 만든 공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제는 어느정도 박 대통령에 대한 공과 평가가 차분해 졌다고 본다. 국민의 여론은 공이 좀 더 많은 분이라는 것이고 현재 개혁 진영에서는 과가 크다고 보는 차이가 있지만 다만 어쨌든 공과가 다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프레시안: 정치적 수사일지는 모르나 한나라당에서는 공과의 비율이 7대 3이라고 하더라.
김부겸: (웃음) 세상에 그게 어떻게 수치로 딱 부러지게 표현이 되나. 편하게 정리한 것이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정도 민주화 이루는데 산업화가 가져온 중산층의 양성이 큰 몫을 했음은 우리가 늘 인정해야 한다.

프레시안: 열린우리당이 김 의원만큼 그렇게 유연하하지는 않은 듯 하다. 박근혜 대표 등장 이후 열린우리당의 박정희 들추기가 심했다는 지적이 있다.
김부겸: 외교문서 공개는 법원 판결에 의한 것이고 광화문 현판은 해프닝이라고 본다. 다만 '수첩공주' 등의 표현은 용어를 언론에서 과장한 것이기는 하지만, 국정의 경쟁 상대이자, 협력자인 상대당 당 대표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나.

우리당이 지나치게 용어만 그렇게 쓰는 것은 좀 고쳐야 한다. 표현을 그렇게 한다고 상황이 변하는 것도 없다. 상대편에게 그런 이름 갖다 붙여 우리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길 했나, 한나라당 지지율을 깎아 먹길 했나. 국민들이 짜증 내는게 그런 거다.

박 대표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이미 노출돼 있다.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 박정희 딸로 자기 지위 유지하는지, 자기 지지층에 대한 리더십이 있는지는 국민이 평가한다. 거기에 우리가 자꾸 욕을 하는 것은 넌센스다.

프레시안: 한나라당이 박정희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부겸: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 근대화 성과를 나름대로 자신들의 기반으로 생각하는 분들 있을 테지만 한나라당도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수도권에서 새로 당선된 분들은 생각이 다르실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한나라당 우경화에 대한 지적에 동의하나.
김부겸: 나는 한나라당이 더 이상 우경화할 데가 없다고 본다. 거기도 1백20석 가진 거대 정치집단이고 브레인이 있다. 오히려 누가 가운데층을 차지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리가 아무리 죽을 써도, 한나라당이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20% 고정 지지율은 있다. 정치 지형이 사실상 거의 굳어졌으니 중도를 두고 다투는 경쟁일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이념 잣대를 두고 싸우기 보다는 누가 더 현실적인 차상위층,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를 경영하고 사회 시스템을 짜 내느냐의 경쟁으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차기 대권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분들에 대한 평가를 해 줄수 있겠나. 혹은 후보군이 넓어질 수도 있다고 보나.
김부겸: 정동영, 김근태 장관과 이해찬 총리가 모두 현실적 능력 발휘할 자리를 잡고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본다. 그 분들이 개혁성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밀릴 일은 없다.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믿고 맡길만 한가,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가를 볼 것이고 거기에 모자라지 않는다고 본다.

프레시안: 얼마전 정치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니 김 의원도 차세대 리더로 거론되고 있다.
김부겸: 어느날 히트곡 하나 낸 반짝 가수라고 보면 된다. (웃음) 기본적으로 세상 리더십은 꾸준하게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인물도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게 꾸준히 쌓아놓은 것이 있었기에 대통령이 된 것이다. 거기에 막판 노사모라는 폭풍이 분 것이지 굴곡과 좌절은 도외시하고 신데렐라라고 부르면 안된다. 대중과 잘 호흡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나누고 정치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리더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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