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 34명이 27일 법원의 새만금 사업 조정권고안 수용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제출했다. 정부는 28일 조정권고안 수용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확정키로 했으나, 내부 방침은 '거부'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왜곡된 정보'로 국론분열 가속화"**
열린우리당 김원웅, 한나라당 전재희,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등 여야의원 34명은 이날 '새만금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조속히 수용함으로써 지난 96년 시화호 문제가 불거진 이래 10년 동안 환경오염 문제와 사업목적의 타당성을 두고 전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새만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원의 새만금사업 조정권고안은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특정과 개발범위에 대하여 검토하고 결정할 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둘 것 ▲위원회는 현재의 새만금 사업 중단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정부부처 그리고 전라북도가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할 것 ▲위원회에서 논의가 끝날 때까지 방조제는 막지 않을 것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은 "새만금 사업이 국론분열과 예산낭비를 부추기는 표본으로 전락하게 된데에는 그동안 정부가 주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한번 시작하면 비용이 아무리 더 들고 기존에 알지 못했던 심각한 문제점들을 도중에 발견하게 되더라도 게속 밀어붙여야 한다'는 관행을 탈피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이번 조정권고안은 사법부가 그러한 정책집행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그동안 전라북도 주민들은 새만금 사업이 지역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어왔지만, 이는 그동안 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편익이 과대 계상되거나 이중계산된 '왜곡된 정보'로 국론분열을 가속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뜻을 같이한 의원은 김원웅 문병호 우원식 안민석 제종길 이철우 유승희(이상 7명, 열린우리당), 전재희 이군현 이주호 배일도 이재오 안상수 권영세 공성진 정화원 나경원 정형근 정두언 김재경 이경재 고경화 박찬숙 박계동 김재윤(이상 18명, 한나라당), 단병호 천영세 심상정 노회찬 현애자 이영순 권영길 조승수 최순영(이상 9명, 민주노동당) 등 총 34명이다.
***새만금 주변어민, "정부 사기극에 속았다"**
새만금 주변 어민들도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방조제 건설로 바지락과 김 양식이 갈수록 황폐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때 성황을 누렸던 포구마다 그 기능을 상실하는 등 폐촌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조정권고안 수용을 촉구했다.
어민들은 "새만금방조제 건설공사로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지대가 낮은 농경지는 침수 피해가 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새만금 상류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잇고 있는 농민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또 "지난 1990년대 어업보상을 받을 때는 바다가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정부의 사기극에 속았다고 생각된다"면서 "정부의 보상금 문제는 지난 14년간 겪었던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그 대가를 치렀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현욱 지사, "새만금 사업 표류하면 지사직 사퇴"**
반면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26일 '새만금 중단획책 전북 죽이기 규탄 범도민 총궐기대회'에서 "새만금 사업이 표류하면 즉각 도지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반발했다.
강 지사는 "정부가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여 공사가 중단되면 대재앙을 부르고 전북의 꿈도 꺾일 것"이라며 "그 책임은 반드시 정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8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새만금사업 조정권고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놓고 최종 입장을 확정키로 해 주목된다.
정부는 현재 새만금 사업의 장기표류 등을 이유로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고 법원에 이의를 신청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모아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미래의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우량농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혀 조정권고안 거부 방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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