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은 1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갖고 “DJ는 총재직만이 아니라 당적을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하며, DJ가 완전히 정치권 2선으로 물러선다면 정계개편이 올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정치구도가 친(親)DJ 대 반(反)DJ 양분구도로 짜여져 있었지만, DJ가 물러선다면 다자구도일 수도 있는 새로운 정치구도로 짜여질 것”이라고 정계개편의 방향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또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에 대해서도 “친DJ 대 반DJ 양분구도에서 한나라당이 유일한 반DJ이고 이 총재가 확고부동한 자기위치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세론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양분 구도가 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친DJ 대 반DJ 양분 구도 이후의 정치구도에 대해서는 “지역주의 정당, 일인지배체제 정당을 깨고, 이념이나 정책 아니면 지금까지의 역사적 내력에 따라 새롭게 재편성될 것이고, 또한 환경 등 새로운 가치를 주장하는 정당도 출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김 의원은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나라가 흔들리는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 당이 집권하면 좋다,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 정치구도에서 이 정당에서 저 정당으로 정권이 바뀐다는 것이 국가, 국민, 정치발전을 위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평가절하했다.
이미 대두된 정계개편 전망과 관련해서 김 의원은 “YS-JP가 함께 앞장서서 신당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또 개혁신당설에 대해서도 “지역정당구도를 깨는 것이 우선이며, 그것이 깨지지 않는 한 개혁신당은 탄생할 수도 없고 탄생해도 의미가 없다”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또 “한나라당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일차적으로 우리 당이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주의를 깨고 일인지배 정당체제를 깨는,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구국운동, 신풍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DJ의 당적 포기와 완전한 정치권 2선 퇴진”만 거론했을 뿐, “그외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 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 구상을 밝히기를 극도로 꺼렸다.
10일 오전 10시부터 서초동의 김 의원 지구당 사무실에서 정관용 정치 에디터가 진행한 인터뷰는 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남의 당 얘기긴 하지만 아무래도 시끌시끌 하니까, 민주당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김덕룡 : 지금 아무도 단언해서 얘기할 수는 없는데, 어쨌든 잘 된다면 민주당이 지역정당, 일인지배 정당에서 탈피해서 정책정당, 민주정당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잘못하면 백가쟁명이랄까 중구난방이 돼서 당이 분해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첫 시작은 지난 재보선 선거의 패배에서 출발했는데, 그 패배의 본질은 결국은 뇌물, 부패로 인한 것에서 왔는데, 본질적인 것은 고치지 아니하고 서로 책임회피하려고 하고 그러면서도 권력다툼하고 거기다 또 대선경쟁까지 곁들여 가지고 엉망이 돼버린 것이다. 말로는 당정개혁 요구로 인해서 이런 상황이 온 것처럼 얘기됐지만 실은 그런 거다. 솔직히 지금은 당정개혁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정개혁적 차원에서 해야 하는데 그것도 기본적으로 지금 잘못 잡은 것이다.
***“민주당 쪼개질 가능성 있다”**
어쨌든 민주당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지금으로서는 단언해서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조금 시간이 흘러가면서 결정될 수 있을 것 같다. DJ가 얼마만큼 마음속으로 큰 결단을 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동의하기 어려운데, 그러려고 했다면 총재직만이 아니라 당연히 당적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과연 얼마만큼 진심이 담겨져 있는가 때문에도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는가.
김덕룡 : 그렇다.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프레시안 : 동교동계가 결국은 지금 분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 과거 김영삼 정부 역시 정권교체 과정에서 상도동계의 큰 분열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보았다. 그런 과정을 겪은 주역의 한명으로서 지금 동교동계의 분화랄까 권력다툼의 모습, 그런 양상을 보면서 어떤 느낌을 갖는지, 또 동교동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한다면.
김덕룡 : 난 그때와 지금 동교동계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세력이 있을 것이고 쇄신과 개혁으로 가자는 사람들이 갈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집권당이 흔들리고 공백 상태에 있다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적 불안을 자아내는 일이기 때문에 가부간에 결단을 빨리 내야 옳다. 정말 자연스럽게 분화의 길로 가든지, 아니면 당 체질을 개선해서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나든지. 민주당이 지역정당이라든지 일인지배 정당 구조를 깨버리고 정책정당 내지는 민주정당으로 태어나든지 아니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각자의 색깔과 이념에 따라서 가든지 하는 것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동교동계의 분화에 대한 조언은 조금 말을 아끼시는 것 같은데..
김덕룡 : 그러니까 가부간에 그런 결정을, 새롭게 태어나든지 분화의 길을 가든지, 난 그래야 옳다고 생각한다. 뭐 동교동계 사람이니까 하나로 단합해야 한다거나 그런 파벌적 의식 같은 것은 지금 의미가 없고, 내 판단으로는 내부가 이미 감정적으로도 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시안 : 민주당 후보는 누가 될 것으로 보는가.
김덕룡 : 지금 현재로써는 민주당이 어떤 가닥이 잡혀질지 새롭게 간다든가 새로운 당으로 재출발하느냐, 여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고 가닥이 잡혀진 후에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 지금 누가 될 것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누구도 이야기 할 때가 아니지 않느냐.
프레시안 : 앞으로 대선까지 일년 남짓 남았는데, 그 동안에 지금의 체제가 거의 유지될 것이다 하는 시각과 대폭의 정계개편, 정치적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다 하는 양쪽의 시각이 있는데, 어느 쪽인가.
김덕룡 : 정계개편이 가능하려면 첫째 그런 토양과 환경이 만들어져 있어야 하고 거기에 동력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재보선 선거에서 느꼈던 것은 여야를 통틀어서 국민들이 싸늘한 눈길을 보내는 것은 ‘우리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하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있고, 실제 여야 할 것 없이 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파 사람들이 반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親DJ 대 反DJ 양자 대결구도 사라질 것"**
그렇다면 정계가 재편되어야 한다. 그런 토양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동력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에 DJ가 총재직을 사퇴함으로써 우선 여권 내에서 동력이 나오고, 주어지고 있다. 그래서 정계개편의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
지금까지는 우리 정계가 친(親)DJ 대 반(反)DJ, 이런 양자 대결구도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DJ가 완전히 정치권 2선으로 물러선다면 친DJ 대 반DJ는 의미가 없어지고, 이런 대결구도가 의미가 없어지면서 새로운 정치구도가 나올 수 있다. 그것이 다자구도일 수도 있고.
어쨌든 그럴 가능성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일이 꼭 되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정당이 만들어지려면 필요충분조건, 여러 가지 전제조건들이 있는데, 그것이 충족되느냐의 여부는 시간이 흐르고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방금 친DJ 대 반DJ 라는 기존의 구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했는데, 완전히 그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는 뜻으로..
김덕룡 : 그렇다. DJ가 물러나면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반대로 국민들이 보기에 기존의 친DJ 대 반DJ 라는 구도에서 원내 136석을 갖고 있는 최다의석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분명 있는데, 여기 대해서는...
김덕룡 : 솔직히 지금까지 이회창 대세론을 많이 말을 했는데, 그것은 이회창 총재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약점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정계가 친DJ 대 반DJ로 갈라져 있었고, 반DJ 정치집단으로는 유일하게 한나라당 밖에 없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회창씨가 어떤 이유로든 확고부동한 자기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회창 대세론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친DJ 대 반DJ의 영역으로 양분된 정치구도가 깨지고 있고, 깨어져 갈 것이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또 정치라는 것이 항상 변하는 것이고 아직도 시간이 많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것은 누구도 뭐라고 단언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친DJ 대 반DJ의 양분구도가 엷어지면서 새로운 구도가 짜인다면, 예컨대 예상하는 구도는 어떤 것인가.
김덕룡 : 우리가 지금 지역으로 갈갈이 찢어져 있는데, 국민 에너지를 선진국 진입으로 결집시켜야 한다, 이런 것이 국민적 요구이다. 지금 이 지역주의,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는 지역주의, 이걸 타파해야 하지 않느냐.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역정당구도를 혁파해야 하지 않느냐. 지금 현존하는 정당 셋 다 엄격히 말하면 지역정당 아니냐. 그럼 이런 정당들을 혁파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요구가 합치된다면 정당구도 개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 구도 아래 한나라당 집권 의미 없어**
그래서 지금까지는 지역정당이었는데 앞으로는 정당이 이념이나 정책이나 색깔에 따라, 아니면 지금까지의 역사적 내력이라든가 이런 것에 따라서 새롭게 재편성 될 수 있는 소지도 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이념과 가치, 예컨대 환경이니 이런 것을 주장하는 정당도 출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다.
프레시안 : 그런 정계개편에 김의원 자신도 역할을 할 것인가.
김덕룡 : 나는 정계개편에 무슨 역할을 한다기보다도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정계개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계개편보다는 지역주의를 깨고 일인지배 정당체제를 깨는, 일인이 한 당을 좌지우지하고 일인이 지역구도 당을 운영하는 이런 것만은 내가 앞장서고 깨야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정치적 목표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시각에서 본다면 집권의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져 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어쨌든 현재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일단은 이회창 총재가 집권을 하고, 그다음에 정치구도를 바꾼다는 식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김덕룡 : 5, 6공 당시 군부통치를 종식시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주장하던 ‘수평적 정권교체’ 즉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정권교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집권하고 빼앗기고 이런 것이 정당으로서, 대통령 개인 당사자로서는 큰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과연 이것이 정치발전이나 국가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현재 이런 지역주의구도, 일인지배체제를 온존시키면서 이 정당에서 저 정당으로 정권이 바뀐다는 것이 과연 국가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정치발전을 위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바로 이점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당이 집권하면 야당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내 개인을 위해서도 거기서 또 내가 다음의 정치적인 기회를 크게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가 크게 변하고 있지 않는가. 이 세계화의 거센 바람도 있고, 내부적으로 국민이 이렇게 갈갈이 찢어져 싸우고 있는데, 한 당이 집권을 따냈다 이런 것에 만족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나라가 흔들리고 총체적인 위긴데 이 나라를 풀려면 그리고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일 이런데 나름대로 전력을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 당이 집권하면 좋다,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20세기 초에 잘못 선택했기 때문에, 그 당시 세계의 흐름에 어긋나는 쇄국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나라를 잃고 분단되고 쓰라린 경험이 있는데, 지금 21세기도 커다란 변화 속에서 앞으로 5년 내지는 10년이 21세기 우리 전체의 국가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이 절대절명의 시기다. 그래서 정권하나 바뀐다 안 바뀐다 이런 측면에서 한가롭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현역 정치인, 특히 야당 의원으로써 하기 힘든 얘기다. 정권교체를 뛰어 넘는 더 큰 차원의 얘긴데, 그렇다면 지금 현실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서 그렇지 따라만 준다면 한나라당에 함께 있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당을 나가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맞는 것 같은데..
***한나라당 안 떠난다**
김덕룡 : 난 일차적으로 우리 당이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우리 당이 지역당적 성격에서 해방되고, 일인지배체제에서도 완전히 자유스러운 체제로,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정당, 정권이 우선이 아니라 국익을 우선으로 하고 국민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변하기를 바라고 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그런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서 당의 지도체제 변화라든가, 구조적 측면은.
김덕룡 : 지도체제 변화도 주장해 왔다. 부총재를 전당대회에서 뽑으면서 부총재에 권한을 주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총재단회의를 합의체로 해라. 그런데 지금 당을 보면 총재가 의견을 듣는 것으로 끝난다. 모든 결정을 혼자 한다. 그러려면 뭐하려고 직접 뽑는냐.
그리고 부총재 열두 명 중 여섯 명은 뽑고 여섯 명이나 총재가 임명해 버린다. 그게 무슨 총재단이냐. 임명직 부총재를 없애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우리가 당세를 확장하기 위한 외부 영입인사 몫으로 작게 한두 자리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열두 명 부총재 중에서 여섯은 뽑고 여섯을 임명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내에 지금 김 의원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김덕룡 : 상당수,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제 얘기 다 공감한다. 다 공감하는데 아까 얘기한대로 우리 당이 집권해야겠다, 그리고 집권할 것 같다, 그러면 어차피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 될 것 같은데, 괜히 내가 딴소리 해서 귀에 거슬릴 것이 뭐 있겠느냐 이런 생각, 편한 게 좋은 게 아니냐 이런 생각 때문에 자제한다고 할까.
프레시안 : 그렇게 한나라당이 탈바꿈한다면 좋겠습니다만 지금으로 봐서는 전망이 암담하지 않나.
김덕룡 : 정치란 것은 끝까지 절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같은 것도 있다. 왜냐하면 제일 중요한 건 지도자가 충분히 민주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고 싶은 얘기 당무회의라든가 의원총회에서 할 수 있지 않냐 이렇게 얘기할지 몰라도 다 각본 짜놓고 누구 무슨 이야기 하고 누구 무슨 이야기해라 해 놓고 딴 이야기 하려면 심지어 몸으로 제지하고... 이러면서 뭐 되겠는가.
프레시안 : 몸으로 제지한 일도 있었나.
김덕룡 : 의원총회에서 그런 일도 있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퍼스낼리티, 의지라고 생각한다. 실제 역대 어느 정당이건 과거 야당은 그랬다. 주류, 비주류가 공존하면서 최소한 당직을 6대4로 나누어서 했다. 지금 일방적으로 총재 일인세력이 다 차지하고 있고 그렇게 되니까 총재 주변에 정직한 사람이 없고, 당 운영이 권위주의화되는 것이다. 이걸 극복해야 한다.
***YS-JP 신당, 개혁신당 모두 안된다**
프레시안 : 이미 몇가지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우선 YS-JP 신당설이 있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김덕룡 : 지난 번에 YS가 이미 ‘앞장 서서 안 만든다’고 하지 않았느냐. JP는 현역 정치인이고 정당 대표이므로 신당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두 분이 앞장서서 만드는 정당은 없지 않겠나. JP에 대해서는 서양시인의 싯귀를 인용하고 싶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싯귀 말이다.
프레시안 : 이른바 ‘개혁신당’설에 대해서는.
김덕룡 : 지금 같은 정당구도에서라면 탄생할 수도 없고, 탄생해도 의미 없다. 이미 여러번 경험하지 않았느냐. 정신은 숭고하지만 안될 것이다. 현재의 지역당 구도가 깨어지면서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정치의 본질을 바꾸는 일이 우선이다.
프레시안 : 본질을 바꾸는 일이 무엇인가.
김덕룡 : 3김정치 청산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3김정치의 본질이 지역주의 일인지배 정당체제, 말하자면 대권만을 의식하는 것이고 그것을 대결로만 의식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의 질과 형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개혁정당 하나를 만들어야 겠다 이렇게 하면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치판을 바꾸는 일, 이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3김정치는 이제 DJ 임기가 끝나면, 또 아까 JP는 떠나야 할 것이란 표현을 했듯이 자연스럽게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아직은 강하지만 조금씩 약화되고 있는 그런 상태인데, 이런 상황에서 정치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김덕룡 : 3김정치가 세분이 떠나면 완전히 끝나느냐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세분이 떠나도 세분이 만들어 둔 정당구도 그것이 온존한다면 3김정치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3김이 떠나고, 그리고 3김이 만들어둔 정당구도 이것까지 바뀌어야 3김 정치가 청산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정당구도를 바꾸는 일을 하다보면 개혁신당은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것인데, 개혁신당 만드는 일에 주력하다 보면 현 정당구도가 깨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질을 바꾸는 '신풍운동' 해야**
프레시안 : 정당구도를 바꾸는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김덕룡 : 몇 가지 아까 얘기했지만, DJ가 당적을 버리는 일이 그런 것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외 다른 몇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어떤 것.
김덕룡 : 지금 내가 여기서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 : 정치학계나 시민단체 쪽에서는 개혁신당 출현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많은데...
김덕룡 : 학자적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정당이 서게끔 정치판이 되어 있느냐를 따져야 하는데 그런 정당이 설 수 있으려면 지금 현재 이 튼튼한 지역구도가 깨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전혀 불가능한 가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려면 하나의 세계를 깨야 하는데, 새가 알에서 태어나려면 알을 깨는 일부터 해야 하는데, 알 깨는 일은 생각하지 못하고 새가 태어나는 일만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프레시안 : 새로운 걸 뭘 만들면 저절로 깨지는 것 아닌가.
김덕룡 : 순서가 깨지 않고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프레시안 : 그럼 어떻게 깨느냐.
김덕룡 : 깨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다. 그걸 학자들이 얘기 안하고 지금 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가만 보면 그걸 ‘깨는 일’을 하지 않고, 깨지 않고는 불가능한 ‘만드는 일’을 자꾸 생각한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프레시안 : 그 깨는 방법에 대해 정말 말을 아끼시는데, 구체적으로 한 가지만 지적한다면...
김덕룡 : 몇 가지가 있다. 우선 DJ가 당을 떠나고 당적을 버렸다면 그것이 깨지는 촉발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솔직히 민주당이 지역정당 호남정당 아닌가. 거기에 아무리 경상도사람 합류를 해도 안 된다. 그런데 DJ가 당적을 정말 버리고, 그 사람이 자기쇄신을 한다면 지역 정당이 아닌 쪽으로 갈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또 갈라져서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지역정당 구도를 깨는 촉발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얘기했듯이 당적을 버려야 한다. 나는 여러분들 관심 안 가졌을지 몰라도 정권출범 때부터 계속해서 말했다. DJ가 앞으로 국민 통합시키고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등 할 일이 많은데, 다수 야당 상황에 절대로 소수 정파의 총재를 해서는 안 된다. 또 지금 지역정당구도를 깨야하는데 대통령 DJ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야지 지역의 보스, 호남 보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정당, 호남 민주당 당적을 버리면 그것이 지역분할구도를 깨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써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것이 내 주장이다. 이번에도 총재직을 버리고서 당적까지 버렸다면 이 정당구도를 깨뜨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밖에 몇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말할 수 없다.
프레시안 : 현재 상태에서 DJ가 당적을 버리고, 한나라당의 경우는 부총재간의 합의체 운영형식으로 가면서 이총재 리더십도 변하고... 그렇게만 하면 되나. 민주당은 쇄신하고 한나라당은 탈바꿈하고 그러면 지역정당 구도가 깨지는 것인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김덕룡 : 점진적으로 깨져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깨지는 것은 아니고.
프레시안 : 한나라당의 내년 대권후보 결정하기 위한 경선에 나갈 생각인가.
김덕룡 : 지금 이 시점에서 나간다 안나간다 얘기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나라가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고 나는 우리가 구국운동 해보자는 것이고,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신풍운동 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가서 때가 되면, 다 때가 있는 거다. 지금 아직 때는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지금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그때 시기가 되면 그때 가서 결정을 하겠다. 많은 사람들과도 의논을 하고.
프레시안 : 구국운동, 신풍운동 시작됐나.
김덕룡 : 지금 이런 메시지를 자꾸 전달하는 자체가 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야를 떠나서 토론에서도 얘기를 하고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고, 이런 것들이 하나의 모습이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그 운동의 조직적인 출발은 아직 구상하고 있지 않나.
김덕룡 : 나름대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
김덕룡 : 프레시안의 발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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