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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위원장-한나라 '지연작전', 국보법 상정 또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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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위원장-한나라 '지연작전', 국보법 상정 또실패

[법사위] 몸싸움-인신공격-3차례 정회, '진통' 계속

열린우리당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상정할 방침이었으나 한나라당의 완강한 반대와 사회봉을 잡은 최연희 위원장의 고의성 짙은 의사진행 지연으로 끝내 상정에 실패했다. 오후 3시30분께 개회돼 3차례의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11시40분까지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도 고성과 막말, 몸싸움 등 전날의 구태는 어김없이 재연됐다.

***우리당 "상정부터" vs 한나라 "토론부터"**

회의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최연희 위원장이 그간 법사위에서 진행된 국보법을 둘러싼 논란의 경위를 설명하며 "원만한 타협"을 강조하자, 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원만함을 가장한 지연전술에 불과하다. 의사권 남용이다"면서 "어제 토론에서도 방망이 때리고 도망가 놓고서 아무런 반성이 없다. 기피와 회피, 거부를 거듭한데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사과해야 할 사람은 열린우리당과 최재천 의원이다"고 맞받아쳤다. 주 의원은 특히 "지난달 23일 법사위에서 한나라당이 공정거래법 처리를 묵인해주는 대신 국보법 철회를 열린우리당이 약속했다. 공정거래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자 마자, 잉크도 마르기전에 약속을 배신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믿을 수가 있겠느냐"면서 "이것은 일본이 처음에 우리나라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했다가 한일합방으로 간 을사보호조약이나 다름 없다"는 뜬금없는 비유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외에도 "한나라당의 국보법 개정안이 곧 나올 것이다. 안이 나온 뒤에 토론해도 되지 않겠느냐"(장윤석 의원)는 등의 '달래기 전술'과 "상정 강행은 파국으로 가는 길이다"(김재경 의원) 등 '강경 맞대응 전술'을 섞어가며 거듭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선(先)토론, 후(後)상정'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에게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하던지 사회권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한편, 한나라당에게는 "오늘은 법안 상정만 할 것이고 추후 얼마든지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며 '선(先)상정, 후(後)토론'을 거듭 요구했다.

논란이 거듭되자 최 위원장은 개회 1시간이 지난 4시30분께 정회를 선포했고, 이 순간 최 위원장의 퇴장을 막아선 우리당 의원들과 이를 다시 제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10여명, 양당 당직자, 보좌관들이 뒤엉켜 출입구 앞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정회하는게 위원장 권한이냐" "차라리 사퇴하라"는 우리당 의원들의 비난과 "말조심해, 합의처리 하자는데 왜 힘으로 밀어붙이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설전이 오갔다.

***위원장석 쟁탈전 치열**

정회시간에도 자리를 뜨지않은 양당 의원들의 공방은 계속됐고, 최재천 의원은 "최 위원장은 지금 즉시 의사일정에 따라 안건 처리를 수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를 수행치 않을 경우 법사위원장의 의사진행 거부로 간주, 국회법 50조에 따라 직무대행 지정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다수당 간사가 직무대행을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최 의원은 "이런 식으로 위원장이 직무거부를 거듭할 경우 위원장직 사퇴 권고결의안 제출이나 윤리강령 위반으로 국회 윤리위 제소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최 의원은 또 이같은 압박에도 6시까지 최 위원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더이상 못기다린다. 명백한 회의 기피다"며 위원장석 착석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한발앞서 위원장석을 점거했고 김재경 송영선 박승환 의원도 양옆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방어막을 쳤다.

위원장석을 겹겹이 에워싼 양당 의원들의 승강이 속에 최재천 의원은 김성조 의원을 끌어당기며 "비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김 의원은 양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은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양당의 격한 몸싸움 속에 "위원장이 옆방에 있는데 무슨 회의기피냐"(주성영 의원), "이러면 나 또 쓰러진다"(김용갑 의원), "열린우리당은 깡패 데려왔냐"(남경필) "법안 안만들고 여태까지 놀다가 이제와서 이러냐"(우원식) 등 고성과 막말도 폭주했다.

20여분간 양측의 위원장석 쟁탈전은 계속됐고, 최 위원장이 2시간만에 입장해 회의는 간신히 속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속개된 후에도 양측의 공방 내용은 지루하게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은 같은 내용으로 사흘째 반복되는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만 제한없이 허용해 시간끌기라는 인상을 짙게 남겼고, 의원들의 목소리가 조금만 높아져도 곧바로 정회하는 등 면피성 회의진행 태도가 역력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양당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는 더이상 법사위를 운영하기 어렵다"면서 "상임위에만 맡기지 말고 큰 그림을 그리는 원내대표단에서 조치를 취해야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사전에 조율해야지 이 작은 법사위에 큰 짐을 지우는 것은 무리"라고 정치적 이유로 의사진행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했다.

이에 우리당 최재천 최용규 의원 등은 "법사위가 왜 (정치적) 짐을 떠안으려고 고생하느냐. 법사위는 법안만 심사하면된다. 수많은 법안을 심의하면서 어느 당이 태클을 걸때마다 이렇게 할 것이냐"고 반박하며 즉각 상정을 거듭 요구했다.

회의는 결국 1시간만에 다시 정회됐고, 이때부터 "오늘도 상정이 어려울것 같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회동안 김원기 국회의장을 접촉해 경위를 전달했고, 한쪽에선 한나라당 박근혜 김덕룡 대표가 회의장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 법사위원인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막후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별무성과였다.

***법안상정 끝내 실패**

9시50분께 회의는 다시 속개됐다. 이 자리에서도 최 위원장은 "법사위 전체회의가 7일 소집돼 있고, 8.9일 본회의가 있는만큼 그 사이에 무언가 정해지기를 기대한다. 나도 압박을 가하겠다"면서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 내가 사회보는 것이 못마땅하다면 나도 생각을 깊이 해보겠다"고 우리당 의원들의 사회권 이양 요구를 피해갔다.

또한 우리당 의원들은 "더이상 의사진행발언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항의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11월 23일 법사위 속기록을 구구절절 읽어가는 등 여전히 지연전술을 폈다.

참다못한 우리당 의원들은 곧바로 정회를 요구한 뒤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 10시30분께 마지막 회의가 속개됐지만 상황은 달라진게 없었다.

최재천 의원 등은 "표결처리를 계속 거부하면 의사진행 거부, 기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면서 "표결처리 하지 않으려면 위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했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위원장의 의사진행에서 제대로 못한 것을 체크하고 있었다. 이미 도가 지나쳤다"면서 "더이상 의사진행발언을 받지 말고 표결처리 하라. 그것이 힘들면 사퇴하라"고 가세했다.

그럼에도 최 위원장이 '합의처리' 종용만을 되풀이하자 우리당 의원들은 위원장석으로 다가가 마지막 몸싸움을 벌였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함께 뒤엉켜 회의장은 또한번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11시40분께 최재천 의원은 "위원장의 법안처리 거부가 확인된 것이다. 오늘은 의사봉이나 위원장석을 뺏지는 않겠지만 내일이건 모레건 전체회의를 소집해 다수당 간사인 내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겠다"고 압박하고 동료의원들과 함께 퇴장, 끝내 이날도 법안 상정에 실패했다.

회의 종결 후 우리당 내에선 한나라당과 최 위원장을 비난하는 말이 일색인 가운데, "우리당 의원들에게서도 법안상정의 절박함이 크게 보이지 않았다"는 등의 내부 불만도 일부 나왔다.

***인신공격 난무**

한편 이날 회의장에는 법사위원이 아닌 여야의원 50여명도 참관해 몸싸움과 상대당에 대한 야유를 퍼붓는데 일조했다. 특히 회의시작 1시간 전부터 여야 의원들은 위원장석 주변을 에워싸고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일찌감치 등장한 김용갑 의원은 귓속말로 젊은 의원들에게 "위원장석 자리를 지켜라. 잘못하면 뺐긴다"고 전열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우리당 의원들에게는 "나 좀 살려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죽으면 다시 살려내겠다. 국보법 때문에 억울하게 죽어서 살릴 수 없는 분들 많다"고 쏘아붙였다. 유 의원은 또 "사람죽이는 칼을 썼던 분들이 이제 그것을 식칼로 만들자는데 왜이러느냐", "한나라당 전신에서 얼마나 많이 죽였느냐"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또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왜 국보법을 폐지하려 하는 것이냐"고 우리당 의원들을 향해 반복해 묻자, 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심재철씨, 그렇게 공안검사 출신처럼 말하지 마쇼.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라는 얘기를 하지 말라"고 정색해 분위기가 냉각되기도 했다.

이를 보던 공안검사 출신의 주성영 의원이 발끈해 "말씀이 너무 심하다"면서 "사람을 프락치라고 때려죽인 사람도 있지 않느냐"고 유시민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유 의원은 "법사위 수준이 이정도냐"고 받아쳤고, 되돌아서던 주 의원도 "유시민 수준보다는 낫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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