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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4대입법 속도-내용 '후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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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4대입법 속도-내용 '후퇴' 조짐

이부영 "산이 높으면 좀 돌아가야", '4대개혁' 용어도 폐기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0일 4대 개혁입법 처리와 관련, "산이 높으면 좀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얕은 곳을 골라 건너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법안처리에 있어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강조하며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고 말해 기존의 4대법안 강행처리 방침에서 한발 물러났다.

***"한나라, 색깔론 전개 안하면 유연한 협상"**

이 의장은 이날 열린우리당 창당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당이 좀 더 유연하고 포용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가야한다"면서 "우리가 과반이 넘을만큼 지지를 받았다면 야당도 1백20석이 넘는 지지를 받은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또 "한나라당이 국회에 다시 등원한 이상 서로 대화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한나라당이) 색깔논쟁을 벌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협상이나 타협이 유연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한나라당이 색깔론 공세를 전개하지 않는 한 4대 입법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그는 특히 국가보안법과 관련, "한나라당 보수 의원들이 국보법 대안을 내놨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평가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4대입법의 연내처리가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그 안에 조건이 만들어지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조건부 처리' 방침을 강조했다. 한나라당과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연내 강행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그동안의 적극성에 비춰볼 때 크게 후퇴한 발언이다.

***"너무 느리게 간다는 말을 들을 지경으로..."**

개혁입법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부족하다는 점도 이같은 입장 선회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 의장은 지지율 하락에 대한 고민을 언급하며 "개혁입법 작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 우리당이 하고 있는 개혁작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자신이 주관적 의지에 열중하다보니 객관적 조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우리는 야당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저 정당이 쉼호흡을 하고 가는구나, 가쁜숨만 내쉬는 게 아니구나, 조급증에서 좀 벗어나는구나'하는 안정감을 주면서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나는 우리가 너무 느리게 간다는 말을 들을 지경으로 여유있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대개혁과제' 용어 공식 폐기**

이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열린우리당이 최근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을 주요 민생경제 법안과 묶어 '50대 민생개혁법안'이라는 용어로 대체키로 결정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4대법안이라는 말은 우리당이 마치 그에만 매달려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50대 개혁입법이라고 해서 4대 입법과제의 연내처리 원칙에 변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안개모'를 중심으로 국가보안법 등에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당내 여론과 한나라당의 반발 등을 감안, '4대개혁과제'의 선명성을 희석화할 필요성도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은 50대 법안을 ▲민생안정 ▲경제활성화 ▲산업혁신 및 중소기업 육성 ▲경제구조개혁 ▲환경사회정책 선진화 ▲반부패 ▲인권신장 ▲남북화해협력 ▲민주사회발전 ▲정치개혁 등의 세부분야로 분류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인권신장 분야에, 언론관계법, 사학법개정, 과거사기본법은 민주사회발전 분야로 각각 분류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여야 합의가 가능한 법안부터 처리키로 하고 4대법안은 한나라당과의 지속적인 조율작업을 병행키로 하는 등 우선순위를 재조정해나갈 방침이다.

당의 한 초선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쉬운것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발언도 있고, 당내에선 국보법 등에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4대 법안에 대한 지지율 추이도 살펴야 하고, 한나라당이 결사항전하면 직권상정이 과연 가능하겠느냐 등 세부적인 원내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덕룡, "국보법 보류하면 3대법안 협상"**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도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국보법 폐지를 일단 보류하고 다른 법안을 가지고 이야기하겠다면 충분히 우리가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보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의 합의처리 가능성에 대해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안이 있기 때문에 두 안을 놓고 함께 심의해 타협안을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다만 "국보법을 폐지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절대로 그것을 저지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원내외를 불문하고 우리 국민과 함께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여야의 반응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간 협상 과정에서 '4대입법'을 둘러싼 속도조절, 내용상의 '수위조절'에 대한 모종의 타협이 오갔음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찰의 소지가 큰 국보법은 법안처리의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나머지 3개 법안에 대한 여야간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럴 경우 우리당내 개혁파와 민주노동당 등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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