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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파병논리, 일본이 한국 침략할 때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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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파병논리, 일본이 한국 침략할 때 논리"

[인터뷰] 손호철 교수 “盧, 운이 좋을진 몰라도 우리 국민의 운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는데 노무현 정부는 정말 운이 좋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운이 좋은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운이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김선일씨의 죽음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지만 총선 과정에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면 총선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어나야할 필연적인 사건이었더라면 총선 전에 일어났어야 했다. 보다 국민적으로 논쟁이 돼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총선을 통해 심판을 받았어야 했다.”

노무현 정부 1년을 “자해 정치”, “참여정부 아닌 참전(參戰)정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등으로 규정한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2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김선일씨를 죽인 직접적인 살해자는 테러리스트들이지만 간접적 살해자는 노무현 정부이고 이는 이미 예측됐던 것”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한국 스스로 국제 테러리즘의 표적을 자초”**

최근 노무현 정부 집권1기에 대한 평가서인 <빈수레의 개혁을 넘어서>(이매진 간)라는 책을 낸 손 교수는 인터뷰에서 “지금 이라크 파병부터, 부안사태, NEIS 등 모든 문제에 있어 철저한 행정 독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집권 1기는 한마디로 참여 정부가 아니라 참여 없는 참전 정부”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손 교수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 등의 새로운 정세변화에 의해서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 왔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김선일씨 사건을 계기로 마치 철군을 안하면 테러에 굴복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김선일씨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돕기 위해서 우리가 파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19세기 말 일본이 한국을 침략할 때 쓰던 논리”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제2, 제3의 테러 역시 걱정된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동에서 하던 광고까지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문제는 이라크만이 아니라 중동지역,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스스로 국제 테러리즘의 표적이 되도록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김선일씨 사건을 계기로 여야에서 재추진 목소리가 나오는 ‘테러방지법’ 법제화 움직임과 관련, “국가인권위와 개혁적 국회의원들이 반대했던 테러방지법이 다시 되살아나서 입법되는 악순환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세력이라고 하는 의원들, 1백8명의 초선의원들이 얼마나 빨리 기성정치에 야합하고 현실주의자가 돼버리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라며 “아마 초선의원들이 이처럼 비겁하고 원칙없는 정치를 하다보면 몇십년 후 대권이 걸리면 3김보다 훨씬 기회주의적이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손 교수는 이어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를 “굴종”으로 규정하고 그 이유로 “대통령 후보시절 ‘반미면 어떻냐’는 식의 선동적 레토릭을 쓰다가 대통령이 돼서 이를 만회하려니까 역대 가장 굴종적인 대미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리영희 선생의 ‘촌놈 신드롬’이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소위 무식해서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얼마나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인지를 모르다가 이해하게 되니 급격히 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달라지고 보수적이 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변해도 너무 변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갑자기 변해서 더욱 맹신하는 것은 더 위험하고 강경해 지는 모습으로 보면서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해찬 총리후보 지명, 당 컨트롤 시각에서 계획된 것”**

이해찬 총리후보 발탁에 대해서도 손 교수의 매서운 질타는 이어졌다. 그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보름 전에 떨어진 사람을 총리로 앉히면 당은 ‘엿먹으라는 것’”이라며 “신기남, 천정배 체제가 마음에 안들고 이를 소장파 의원들이 뽑았으니 이것을 제어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그때 떨어진 후보를 총리로 앉히는 것이었다”고 정치공학적 분석을 곁들였다.

그는 또 “이해찬 지명자는 김근태 의원, 정동영 전의장과는 운동권 후배, 동기인데, 그런 사람을 총리로 앉힘으로서 이들까지 한번에 보내버렸다”며 “이번 총리지명은 국가의 총체적 시각이 아니라 당을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느냐의 시각에서 계획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이해찬 지명자보고 개혁적이라고 하는데, 개혁에는 신자유주의적 개혁과 민주개혁 두가지가 있고 이해찬 지명자는 전자”라며 “정리해고하고 시장논리로 가는 신자유주의 개혁은 급진적으로 해왔지만, 민주개혁에 해당하는 집시법 개정, 국보법 폐지 등은 할 생각을 안한다”고 말했다.

***“분양가 백지화가 탄핵에서 구해준 민의에 대한 보답인가”**

이에 따라 손 교수는 노무현 정부 집권2기에 대해서도 다분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처음터진 사건은 정동영-김근태 입각파동으로, 대통령이 (탄핵 이후) 돌아와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어떻게 다음 주자들을 관리할까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책적으로 한 것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라며 “이것이 국민들이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주고 탄핵에서 구해준 민의에 대한 보답이냐”고 쏘아붙였다.

손 교수는 집권2기의 국정운영과 관련, “개혁적인 내용을 보여주고 스타일은 부드럽게 나가서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개혁적인 원칙을 지키되 나머지 사소한 것으로 논쟁을 벌이지 않는 ‘상생의 정치’를 주문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손호철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김선일씨 간접 살해자는 노무현 정부”**

프레시안: ‘빈 수레의 개혁을 넘어서’란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 노무현 정부1기를 ‘빈 수레’로 규정하는건가.
손호철: 사실은 제목을 갖고 논쟁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깊은 강은 조용히 흐른다’로 하고 싶었다. 주변에선 ‘빈 수레와 자해정치’로 하자는 안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적이지 못했는데 이것은 한나라당의 발목 잡기로 인한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쓸데없는 말실수, 원초적인 발언 같은 형식의 급진주의 때문에 시끄럽기만 한 ‘빈수레 개혁’을 했다. ‘자해의 정치’라는 것은 노무현 정부뿐 아니라 지난 1년간의 정치권 전반에 관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잘못이지만 한나라당이 잘 했으면 노무현 정부가 저렇게 못한다. 지난 1년은 누가 잘 하나 게임이 아니라 누가 자살골을 많이 넣느냐는 싸움이었다. 시중에 나오는 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홍보위원장이었고 노무현 정부의 최대 선전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었다. 누가 자해를 많이 하느냐를 두고 정치권이 자해 경쟁을 벌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것은 제목으로 하기엔 너무 부정적 메시지가 강하다. 특히 탄핵을 거친 국면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자극적이란 평이 있어 ‘빈수레의 개혁을 넘어서’로 정한 것이다. ‘넘어서’라는 표현은 국정2기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담은 것이다.

프레시안: 책은 노무현 정부 1기에 대한 평가가 주였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달라.
손호철: 노무현 정부 1기를 평가하면 네 가지 분류가 가능하다. 첫째, 노무현 정부가 하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딴지를 걸어 못한 개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해당하는 건 별로 없다. 인사 문제에서 몇 번 있었지만 개혁 프로그램 추진 과정에는 없었다.

둘째, 한나라당이 딴지를 건 것을 노무현 정부가 수렴한 경우다. 대표적인 예가 노사문제다. 처음에는 정부에서 개혁적인 프로그램을 내 놓고 대화와 협상이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하다가 수구 언론과 한나라당이 시비를 걸자 지난 여름 화물연대 파업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가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 수렴해 버렸다. 이는 한나라당의 딴지 때문이 아니라 아니라 대통령의 철학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90년대 노태우 정권 이후 처음으로 한달에 노동자 6명이 죽어 나가는데도 대통령은 오히려 노동자를 질책했다.

셋째, 노무현 정부가 주도하고 한나라당이 공조해서 개악을 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라크 파병과 집시법 개악을 예로 들수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라크 파병은 노무현 정부가 주도했다. 또한 집시법 개악도 그렇다. 사실상 노무현 정권을 탄핵에서 구한 것은 국민들의 촛불시위였는데 이 촛불시위가 있기 한 달 전, 노무현 정부가 집시법을 개악해 이를 금지해 놓은 것은 격이다. 집시법 개악 법안에 찬성투표 했던 정동영 의장이 나중에는 촛불시위는 합법이라고 했는데 이는 국민들의 일반적 자유를 침해돼도 되지만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면 불법도 합법이라는 이중 잣대의 전형이다.

마지막 유형은 한나라당과 상관없이 노무현 정부가 개악한 것인데 그 예가 부안사태와 NEIS다. 부안은 계엄상태까지 갔고 NEIS는 국가인권위가 다 반대했지만 여기에는 한나라당은 책임이 없었다.

프레시안: 이라크 파병은 노무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공조의 결과라고 했는데, 결국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김선일씨 피살 사건을 어떻게 보고있나.

손호철: 우선 고 김선일씨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 어떠한 테러, 소위 폭력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 나 역시 고 김선일씨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시민, 사회운동 속에서 이라크 파병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일조를 한 게 아니냐는 공범 의식을 느낀다. 사실은 김선일씨를 죽인 직접적인 살해자는 테러리스트들이지만 간접적 살해자는 노무현 정부이고 이는 이미 예측됐던 것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는데 노무현 정부는 정말 운이 좋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운이 좋은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운이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총선 직후, ‘17대 총선에 바란다’는 토론에 나간 적이 있다. 정치학 교수 출신 열린우리당 의원이 함께 나왔다. 평소에 개혁적인 분이라 생각해 왔던 터라 이라크 파병에 대해 고민스럽게 얘기할 줄 알았는데 당연히 가야 한다는 듯이 얘기 하더라. 그래서 내가 “노무현 정부는 운이 좋다. 총선 전에 혹은 총선 과정에서 이라크에서 한국인이 테러에 의해 죽었다고 생각해 봐라. 총선 결과는 전혀 달랐을 거다. 비례대표 24번을 받은 당신은 당선 못됐을 것이다”라고 한 마디 했다.

김선일씨의 죽음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지만 총선 과정에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면 총선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어나야할 필연적인 사건이었더라면 총선 전에 일어났어야 한다. 보다 국민적으로 논쟁이 돼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총선을 통해 심판을 받았어야 한다. 지난번 탄핵 관련 헌재 판결에서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는 위헌이라고 하면서 국가안위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서만 국민투표 하도록 돼 있는 국민투표 법을 인용했다. 나는 이라크 파병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라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에 국민이 바랬던 것은 참여정부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절차적인 측면에서 참여와 과정상의 민주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라크 파병부터, 부안, NEIS 등 모든 문제에 있어 철저한 행정 독재가 이뤄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 1기는 한마디로 참여 정부가 아니라 참여 없는 참전 정부라 할 수 있다.

***“국제 테러리즘의 표적 자초”**

프레시안: 이번 사건 이후 외교부로 대변되는 정부의 총체적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이라크 파병 자체의 문제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파병만 놓고 보면 김선일씨 피살 이후에도 여권은 오히려 전투병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손호철: 첫 단추를 잘 못 꿴 것이고 결국 다른 단추도 잘못 꿰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로 가고 있다. 명분론과 국제 신의를 얘기 하는데 이미 스페인은 철군했다. 나아가서 포로 학대 사건 등의 새로운 정세 변화에 의해서 새로운 판단 필요한 시점이 왔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김선일씨 사건을 계기로 마치 철군 안하면 테러에 굴복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논리다.

노무현 정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번 사태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세력이라고 하는 의원들, 더군다나 ‘백팔번뇌’라고 불리는 108명의 초선 의원들이 얼마나 빨리 기성정치에 야합하고 현실주의자가 돼 버리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3김 정치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왔는데, 요즘은 차라리 3김을 용서하고 존경하고 싶다. 몇 십 년씩 정치한 3김이 그 정도 밖에 타락하지 않고, 그 정도의 원칙을 지켰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아마 이번 초선의원들이 이처럼 비겁하고 원칙 없는 정치를 하다보면 몇십년 후에 대권이 걸리면 3김보다 훨씬 기회주의적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평화 재건이라는 파병목적마저도 파병부대의 성격변화로 인해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우려되는데.
손호철: 얼마 전 어느 신문에 짧게 나왔는데 ‘대한민국독립유공자유가족회’라는 단체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김선일씨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돕기 위해서 우리가 파병을 해야 한다고 정부가 주장하는데 이는 정확히 19세기 말 일본이 한국을 침략할 때 쓰던 논리라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지 않지만 조선을 돕기 위해서 군을 보낸다는 일제 침략의 논리로 파병을 하려는 것이다.

프레시안: 다른 나라는 상황변화가 있을 때 철군을 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는 답답함을 많이 듣는다.
손호철: 탄핵과 파병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탄핵은 분명히 국민의 투표에 의해 뽑힌 국회의원들이 헌법에 부여된 자신들의 탄핵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를 반대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가 한나라당, 민주당 국회의원을 뽑았지만 이들에게 대통령을 탄핵할 권리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동일한 것이 파병이다. 노 대통령을 뽑았지만 파병을 할 권리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여론 조사는 지금까지 줄곧 일관되게 국민들의 파병 반대의사를 보여주고 있다.

프레시안: 여론 추이가 일반적인 진보진영의 생각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파병찬성론이 테러에 대한 응징의 논리에 힘입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손호철 : 충분히 예상될 수 있었던 것이고 우려스러운 것이다. 극우 민족주의로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다. 평화교육, 평화의식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또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차분한 시각에서 결국은 바라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경우 테러가 일어나 기자가 죽었을 때 이라크 어린이를 계속 도와준 선진 의식이 부럽다.

제 2, 제 3의 테러 역시 걱정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거기서 하던 광고까지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라크만이 아니라 중동지역,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스스로 국제 테러리즘의 표적이 되도록 자초했다는 것이다. 또한 우려되는 것은 국가인권위와 개혁적 국회의원들이 반대했던 테러방지법이 다시 되살아나서 입법되는 악순환이 가장 우려스럽다.

프레시안: 대안이라면 철회가 가장 최선이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철군은 더욱 어려워진 듯한 느낌이다.
손호철: 이미 참전을 안 한 게 아니라 우리 군이 가 있기 때문에 추가 파병이 필요한 것인지에는 회의적이다. 일정부분 체면치레는 했다고 생각한다. 추가파병 되는 지역도 쿠르드 지역으로 가게 되면 이라크의 다수 국민과는 관계가 묘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쿠르드족이 소수 민족이고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전략적 사고에서 선택한 지역이라면 나름의 의미를 평가할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니다. 정말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지금은 평화봉사와 같은 이라크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한다.

프레시안: 미국에서도 캐리후보의 경우 1년내 철군을 대선공약으로 했다. 우리의 의지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상황변화를 지켜보는 지혜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호철: 지금 위기관리 시스템을 보고 있으면 별로 미국 상황을 보면서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 정부는 국내 파병반대 움직임을 자기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써야 한다. ‘미국 내에서도 이미 철군을 얘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우리 국민 설득이 안 된다’는 식으로 국민 여론을 이용할 수 있는 정치력이 아쉽다.

프레시안: 외교부의 대처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총체적인 정부의 무능인데, 어느 면에 가장 주목해서 보고있나.
손호철: 지금 구체적인 사안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 다만 NSC 시스템서부터 그동안 외교부를 소외시키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한 관례는 외교부 관리들의 무사안일과 사보타지를 불러왔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NSC 이종석 차장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모아놓고 특강을 한 자리에서 참여정부가 미국과 협상한 최초의 정권이라고 말했다더라. 이것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아부성 발언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단히 무지한 발언이다. 나는 역대 정권을 미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미군에 통보하지 않고 포로 석방한 사람이고 박정희 대통령도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정상회담 자리에서 카터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에 대해 지금정권보다 훨씬 더 강한 입장에서 협상해 왔다. 그런 식으로 탈 역사적 주장이 어떻게 가능한가. 만약 이 차장이 알면서 아부성으로 한 말이라면 곡학아세고 이정도도 모르고 탈 역사적으로 자기도취식 논리를 편 것이라면 상당한 문제다.

프레시안: 파병문제만 보면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이유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미관계에서 노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태도변화를 어떤 이유에서 찾아야 하겠나.
손호철: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본다. 하나는 후보시절 보여준 형식의 급진주의 때문이다. 자주를 얘기하면서도 레토릭은 부드럽게 위장하고 미국의 적대감을 덜 일으키게 할 수 있지만 ‘반미면 어떻냐’는 식의 선동적 레토릭을 써 왔다. 대통령이 돼서 이를 만회하려니까 역대 가장 굴종적인 대미 발언을 할 수밖에 없다. 리영희 선생님은 ‘촌놈 신드롬’이라고도 표현하셨는데 소위 무식해서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얼마나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인지를 모르다가 이해하게 되니 급격히 변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달라지고 보수적이 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변해도 너무 변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갑자기 변해서 더욱 맹신하는 것은 더 위험하고 강경해 지는 모습으로 보면서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프레시안: 이번 사태를 겪으며 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기반이 전반적으로 붕괴해 간다는 말도 들린다.
손호철: 상대적인 것이다. 얼마만큼 한나라당이 개혁을 해서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가가 변수다. 이에 따라 상당히 많은 부분이 떨어져 나갈 수 있고 노무현 정부가 얼마만큼 개혁적인 자세를 보이고, 입지를 유지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개혁적 포스를 지키는 것이 열린우리당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라고 본다. 이제는 열린우리당이 노대통령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동반 몰락할 것이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의 경제 철학도 바뀌었다고 했는데, 이런 지적의 의미는 무엇인가.
손호철: 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장의 중요성은 60년대부터 주장되던 것이다. 그런데 후보시절에는 그렇지 않다가 갑자기 시장이 중요해 진 것도 무식해서 그런 것 이상은 아닌 것 같다.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로 공익을 생각하고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늦게 변신해 그저 시장주의를 맹신하고 있으니 우려스러운 것이다.

프레시안: 그렇게 보면 2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손호철: 이라크 파병이 중요한 시금석 될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과 노무현의 연합이냐, 민주노동당과 노무현의 연합이냐를 가를 것이다.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 1기를 표현하라고 하면 한나라당과 노무현의 연합 즉 ‘한노련’이다. 주류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사람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정신세계는 주류에 포섭됐다. NSC에 정형근을 앉혔어도 별 다를 것 없었을 것이다.

외형적으로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시련을 거쳤으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 않다. ‘봐라, 싸우면 내가 이기지 않냐’하는 자신감이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가 총리지명인데 이해찬 총리는 있을 수 없는 카드다. 그 양반이 반개혁적 교육정책을 편 것도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 선거에서 보름전에 떨어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총리로 앉히면 당은 엿 먹으라는 것인가. 정치공학적으로는 노무현 정부에 있어 이해찬 총리 카드만큼 최고의 카드도 없다. 신기남, 천정배 체제가 마음에 안 들고 이를 소장파 의원들이 뽑았으니 이것을 제어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그때 떨어진 후보를 총리로 앉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찬은 김근태, 정동영과는 운동권 후배, 동기다. 그런 사람을 총리로 앉힘으로써 이들까지 한 번에 보내 버렸다. 총리지명은 이처럼 국가의 총체적 시각이 아니라 당을 어떻게 콘트롤할 수 있느냐는 시각에서 계획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2기 이끌어 가면 희망이 없다. 긴 호흡의 역사관을 갖고 자성하고 한 발자국 물러서야 할 때에 더욱 자신감이 붙어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아직 희망을 버릴 수도 없고 이 정부마저 실패해서도 안되니 다양한 민중, 시민, 사회운동가들이 노무현 정부를 압박하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야 한다.

***“분양가 백지화가 탄핵에서 구해준 민의에 대한 보답인가”**

프레시안: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파트너로 이해찬 총리가 될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나.
손호철: 문제가 있다. 교육개혁에서 보여준 모습으로는 절대 반대다. 스타일 측면에서도 독선적이라 적합하지 않다. 노무현과의 콤비네이션에서도 그렇다. 대통령이 부드러우면 강한 총리를 쓸 수도 있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강성이면 부딪힐 뿐 아니라 국정 균형이 안 맞다. 둘 다 투사라 문제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혀 좋은 선택 아니라고 본다.

물론 노무현과 코드가 맞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해찬보고 개혁적이라고 하는데 개혁에는 신자유주의적 개혁과 민주개혁 두 가지가 있고 이해찬은 전자다. 정리해고 하고 시장논리로 가는 것이 신자유주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급진적으로 해 온 것이다. 민주개혁에 해당하는 집시법 개정, 국보법 폐지 등은 할 생각을 안 한다.

신자유주의 개혁은 별로 걱정할 게 없다. 한나라당이 도와줄테니까. 집권 1기 동안 한 것은 이라크 파병, 집시법 개악이다. 한나라당과 쿵짝이 맞았던 것이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못한 측면이 있다면 이것은 민주운동 진영의 힘이다. 민주노총이나 민주운동에서 막고 있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지 정치권내 힘이 없어 못할 일은 아니다.

프레시안: 민주 개혁은 기대난망인가.
손호철: 해야 할 민주개혁은 못하고 있고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강하게 추진하려고 하고 있는 양상인데 지금도 그런 식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국정 2기가 시작되면서 처음 터진 사건이 정동영, 김근태 의원의 입각 파동이다. 대통령이 돌아와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다음 주자들 관리할까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당정분리 얘기하는데 지금처럼 할 바에야 내놓고 컨트롤 했으면 싶다. 정책적으로 한 것은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다. 이게 국민들이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 주고 탄핵에서 구해준 민의에 대한 보답인가.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은 국민의 경고 사인이다. 참패했으면 초심으로 돌아가서 제2기의 방향을 국민 참여를 늘리고 개혁하고 화합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별로 그런 것이 안 보인다는데 걱정이 있다.

***“박근혜, 여전히 가부장제의 유산아래 있다”**

프레시안: 집권1기를 규정한 말 중 ‘한노련’이라는 평가는 한나라당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공생의 의미를 강조한 것인 듯 하다. 그렇게 보면 한나라당도 노무현 정부 1기 실패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는데.
손호철: 노무현 정부가 이렇게 흘러온 데에는 한나라당과 나쁜 의미의 적대적 상호 의존이 있었다.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패배 후,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이 있었지만 안 고쳤다. 안 고친 데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반사이익만 얻어도 일정 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노 대통령이 오만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탄핵하지 않고 총선 치렀을 경우에도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지난 1년동안 이런 악순환으로 계속해 왔다.

노 대통령의 독선에는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최병렬 한나라당 전대표가 대통령 잘 못 뽑았다고 했다는데 야당 대표도 잘못 뽑았다. 착각의 정치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권 포기한 정당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최대의 적은 시간이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2007년 대선에는 탈 냉전세대 인구가 더 늘어난다. 이때 20~30대와 50~60대의 중요한 차이는 미국과 북한에 대한 생각이다. 지금과 같은 꼴보수의 냉전논리를 갖고 있는 한 한나라당은 계속 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개념의 소수 이념 정당, 정권 포기하고 소수 극우 정당으로 남아서 이념을 지키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그것을 원하지 않으면 결국 바뀌어야 한다. 이때 냉전적 반공주의를 버리고 나면 과연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뭐냐는 어려움에 봉착하고 열린우리당과 뭐가 다르냐는 딜레마에 부딪히고 만다.

프레시안: 최근 한나라당이 대북관계에서 유연성을 보이는 모습이나, 진정성에는 의심이 가지만 분양원가 공개 등의 문제에선 전통적 지지층의 요구를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손호철: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한국 사회는 정확히 3분할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한나라당으로 표현되는 냉전적 보수 세력과 반공주의자들과 근본주의적 기독교 세력의 모임인 자유시민연대가 있고,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인 열린우리당과 하부의 다양한 시민단체가 있다. 그리고 진보적인 민주노동당 민중연대가 있다. 이제 냉전적 보수세력은 점점 줄어들고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대결로 나가는 모양새다. 한나라당이 개혁적 보수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면 정범구, 정형근씨 말대로 열린우리당이 해체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지지기반과의 딜레마가 생긴다. 한나라당의 선택의 문제다.

프레시안: 박근혜 대표 체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손호철: 박근혜 체제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이제는 총체적 진보의 대치선, 즉 민주대 반민주의 단일 전선 은 아니다. 다층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내가 진보적이라 생각하지만 성(gender) 문제에서는 나는 남성이라 기득권 세력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박근혜를 얘기 할 때는 정치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다.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경우 가장 보수적인 여성이 가장 진보적인 남성보다 진보적이라는 전제 아래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박정희와 다름 아니고 여전히 가부장제의 유산 아래 있다. 단 소프트한 리더십이 노 대통령의 대척점으로의 의미가 강했을 뿐이다. 퍼스트레이디로 역할하면서 교육받은 세련되고 차분한 리더십 덕이다. 다만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내에서 TK 정치인으로서 유연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어 긍정적이다.

프레시안: 물밑에선 박근혜 대표의 대북 특사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손호철: 좋다고 본다. 우선 정치 효과 면에서 결국 남남갈등을 치유할 수 있고 대북 정책에 있어서 국민적인 합의를 낳을 수 있는 중요한 카드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메시지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차기 대권과 관련돼 있는 정치적 함의가 있어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노 대통령이 당내 차기주자에 대한 견제카드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큰 틀로는 찬성한다.

프레시안: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야 할 부분이 있을 듯한데.
손호철: 한국 사회는 냉전적 보수, 개혁적 보수, 진보로 나뉘어 있는데 김대중 정부의 집권이후, 6.15 이후 나타난 것은 냉전적 보수 세력의 조직화가 눈에 띈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진보세력이 반영되지 않고 보수 양당이 지배해 왔던 구조였다. 이제는 진보세력도 정치권에 나타나 제대로 좌우 양 날개로 날 수 있게 됐다. 제도 개혁 덕이지만 제도가 아니더라도 지역구 2명이 됐으니 3김 정치 끝나며 지역주의가 해체되고 있는 징표로 본다. 초계급적 지역 연합 구조에서 초지역적 계급 연합으로 바뀌어 가는 측면이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적 정책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역시 보수 정당은 안 된다는 인식을 이끌어 냈다.

이런 면에서 민주노동당은 세 가지 정도 기여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제일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진보정책과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 정당이 하도 경쟁력이 없는 정당이라 민노당이 근대적 대중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0분의 1 발언을 하면서 8백 몇억대 113억을 강조하는데 대통령 선거는 둘이 뛴 것 아니다. 셋이 뛰었다. 113억대 0을 봐야한다. 두 번째는 정책대결을 활발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이 정책정당을 자임하면서도 정책적 차별성이 없어 정책 대결을 못했다. 마지막으로 지역주의 해체에 기여할 것이다. 지역주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정당 간 이념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기가 없지 않다. 하나는, 서구의 좌파 정당을 보면 성공의 역사는 패배의 역사였다. 초보적 위험은 부패에 있다. 민노당이 지금까지 깨끗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패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위기는 체제내화다. 2012년에 집권하겠다고 하지만 2012년에 집권하면 이미 민주노동당이 아니다. 서구의 진보정당이 1백50년 동안 우경화한 것 보다 훨씬 빨리 우경화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세 번째는 변하지 않더라도 능력부족, 제도적 장벽 등에 좌절할 수 있다. 마지막 위기는 정파주의. 성공이라는 것은 파이가 커지는 것이니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집권2기, 쓸데 없는 것으로 싸우지 말기를”**

프레시안: 참여정부의 국정목표가 지방분권와 동북아중심국가다. 이부분과 관련한 평가를 하자면 어떤가.
손호철: 지방분권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게 행정수도 이전인데, 이미 국민의 80% 이상이 행정수도이전과 관련해 국민투표 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니 어떤 방식이든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하더라도 위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통일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통일과 연관해 행정수도를 두 번 옮기는 낭비 없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계획해야 한다.

동북아중심국가 계획은 다르게 얘기하면 탈 국민적 자본유치 국가 모델의 전형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기본적 인프라를 김대중 대통령이 만들었다면 이제는 실행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최대 외환보유고를 자랑했다. 김대중 정권 초입에서 외국인 주식 투자 비율이 3%였는데 이제는 40%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나라 주식 40%가 팔아 흑자내지 못 내는 나라는 없다. 알짜 주식 40% 헐값에 팔아 외환 많이 갖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냐. 이처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무비판적 사고는 위험하다.

동북아 중심국가도 21세기 한국 사회 발전 모델에 입각해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 한국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고 있는데 이는 청년실업, 카드빛 등 사회 문제와도 다 연결돼 있다. 분리된 현상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생산적 자본 들어와서 고용 창출하면 바람직하지만 지금까지 들어온 외자의 90%가 투기 자본이다. 고용창출 못한다.

동북아 중심국가는 또 주한미군 철수 등과 맞물려 외교 안보적인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우려되는 것은 작년 8.15 기념사에서 노 대통령이 말한 자주 국방론이다. 이는 규범적으로 틀릴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틀리다고 본다. 일본, 중국, 러시아에 싸여 있는 우리나라가 GNP 얼마를 국방비에 투자해야 자주국방할 수 있나. 군비경쟁 통한 자주국방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동북아 평화 중심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 동북아를 평화의 중심으로 만드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야하고 이에 기초해서 동북아 중심적으로 신자유주의 대안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평화와 번영 정책에서 평화는 자주국방이 아니라 복지와 인권에 대한 중시와 투자로 이뤄지는 것이다. 번영도 외자유치를 통한, 사회적 양극화를 통한 것이 아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조봉암 이후 한국의 대통령을 노렸던 정치인 중 가장 진보적 정치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김대중 정부가 가장 반서민적인 정부였다. 빈부격차를 78년부터 지수를 내기 시작한 이래 역대 정부 최고치로 올려놨고 속도는 영미권의 4배나 빠르다. 발전모형을 하면서 고치겠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발상의 전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프레시안: 집권 2기는 어쨌든 시작됐다. 우선적으로 어떤 부분부터 풀어야 하겠나.
손호철: 이라크 파병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경제문제는 어렵지만 쉬운 답이나 속전속결적 처방은 없다. 좀더 신중하고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개혁적 정책은 많다. 우선은 집시법 재개정 약속하고 여당 대표와 노 대통령이 사과해야한다. 국보법같은 민주적 개혁 법안들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갖고 해 나가는 방향이 필요하다.

내용적으로는 개혁적인 내용을 보여주고 스타일은 부드럽게 나가서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쓸데없는 것으로 싸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말로 트집잡히지 말고 개혁적인 원칙을 지키되 나머지 사소한 것으로 논쟁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의 ‘상생의 정치’를 주문하고 싶다. 노 대통령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은 전투적 리더십에 있다고 본다. 전선을 만들고 지지기반을 동원하는 데에 유능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제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이니 통합의 리더십을 구사해야 한다. 불필요한 것으로 싸우지 말라. 대표적인 예가 김혁규 총리 지명 건이다. 김혁규가 아니면 개혁이 안 된다면 머리 싸매고 해야겠지만 개혁과 상관없는 작은 것이라면 과감히 포기하고 개혁에 관한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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