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우리사회의 정언유착, 정경유착 등을 언급하며 "특권적 문화, 조폭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 강력한 언론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연세대 리더십 센터에서 있었던 '변화의 시대 새로운 리더십' 특강에서 "권언유착은 끊긴 것 같고 아직 정부 안에 있는 권력기관에도 이 사고의 잔재 남아 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제가 정부는 책임지겠다. 정경유착도 높은 수준의 것은 끊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언유착 청산은 국민이 좀 해달라"며 "조폭적 문화를 청산하자는 대안적 운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당부함으로써 국민이 언론개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조폭문화 청산 위한 대안적 운동 필요한 시기"**
노 대통령은 우선 조폭 문화의 특성에 대해 "자기들끼리는 칼같은 법을 세워놓고,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 칼 들고 나오고 페어플레이 없고, 무조건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공격하고 내부는 강력한 룰을 만들어 놓고 그 사이에서 철저한 충성과 보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정의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보편적 지지가 없으니 많은 사람의 저항이 있고, 그러니 강고히 제압하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주종관계를 맺고, 물질.명예적 관계를 준다"고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과거 군국주의 군대에도 살아 있었고 정치권력에도 이 논리가 통했던 때가 있었다"며 "제가 정경유착을 끊자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보수, 합리적 보수도 '바꾸지 말자'다"**
우리사회의 진보, 보수 논란과 관련, 노 대통령은 "헷갈릴 때도 있지만 자본주의에 사는 한 보수는 약육강식, 되도록이면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처럼 아주 오른쪽에 있는 나라는 더더욱 바꾸지 말자는 기득권 향수가 강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성장과 분배는 반드시 배치되는 개념인가"라고 반문하며,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클리츠 교수에 의하면 같이 가야 장기적으로 성공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 19일 삼성증권 초청으로 방한해 미국식 신자유주의 대신 '사회 안전망'을 대폭 구축한 스웨덴식 자본주의를 한국의 새로운 자본주의 방향으로 제안한 바 있다.(<프레시안> 5월19일 소개)
'경제위기론'에 대해 노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많은 지표를 보고 있는데 위기는 언제든지 오지만 잘 관리하고 있어 제가 있는 동안은 문제 없다. 안심하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했다.
***"(김혁규 총리건) 표결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김혁규 전경남지사 총리 내정 사실을 놓고 한나라당 등 야당이 '상생의 정치'를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노 대통령은 "상생은 진실하게 이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에 양보 받기 위해, 공격하기 위해 상생 내세우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세상 변화를 수용하고 새 문화를 장려해야할 때 낡은 문화를 고집하면 안된다. 시대의 흐름을 맞춰야 하고 상생할 기본 조건 갖춰야 한다. 배제의 습관이 남아 배제하려고 하는데 그런 방법으로는 상생할 수 없다. 상생은 결국 대화, 토론, 설득 얼추 다 됐는데 마지막 꼭지가 안 따질 때 표결하고 결과를 승복하는 것이 상생이다. 그 규칙 무시하면 상생은 커녕 스포츠 게임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 야당의 김혁규 총리 반대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비판도**
또 노 대통령은 이날 주제인 지도자의 리더십과 관련, "신뢰와 민주주의 중에 신뢰가 먼저"라면서 지도자의 신뢰를 힘주어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는 진실을 말하고 말대로 실천해야 한다"면서 "지도자는 말할 자격을 가져야 한다. 말할 자격 없는 사람이 좋은 말 자꾸 하면 좋은 말을 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장한 '한국적 민주주의', 전두환 전대통령이 내세운 '정의로운 사회' 노태우 전대통령이 표방한 '보통사람' 등을 예로 들어, 간접적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한국적 민주주의란 이름을 붙여서 민주주의를 말살시켜 놓고 입만 열면 민주주의 한다니까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80년대 전두환 대통령이 내건 게 정의로운 사회다. 절대 보통사람일 수 없는 분이 보통 사람이라고..."라고 말했다.
이같은 강도 높은 비판에 이어 노 대통령은 "강연이 위험한 게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비방하는 결과가 됐다"며 웃음으로 비껴나가기도 했다.
***"내 성공 비결은 화끈한 투자"**
노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믿는 질문에 대해 "화끈한 투자"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가진 것은 그대로 갖고 더 갖겠다는 도전은 안전하지만 성공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면서 "멀리 내다보기는 하지만 그것은 내다볼 뿐이지 항상 현재에 전부 투자했다"고 이른바 '올인 전략'이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보니 다 죽다 살아난 사람이다. 이승만 그렇죠? 박정희 대통령은 결코 찬성할 수 없지만 한강 건널 때 목숨 걸지 않았나. 전두환, 노태우, 어떻든 쿠테타는 실패하면 죽는 것이다. 죽어요. 찬성할 수 없지만 공짜로 한 것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다들 돌아가실 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저는 다행히 목숨 걸지 않고 대통령이 된 첫 번째라는 점에서 국민에 감사하지만 밑천을 들인 것을 보면 제가 제일 화끈히 투자했다. 제대로 못할 바엔 정치 안한다는 결심 갖고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다른 성공 비결로 "끊임없이 변화했다"는 점과 "열심히 공부했다", 또 "운칠기삼이라는데 시대가 요구하는 것과 상징적으로 비슷하게 보였나 보다"라며 '운'을 꼽았다.
***"참모진들이 말렸는데..."**
노 대통령은 강연을 시작하면서 "오늘 일정을 결정하며 약간 논란이 있었다. 의전(비서관들)이 안된다 하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안된다는 거 되게 하려면 한참 싸워야 한다. 이번에도 약간 싸웠다. 왜 연세대 가나, 대통령이 말 아껴야 하는데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끝나고 나면 무슨 소리 나올지 모르니 의전에서는 신경 쓴다"며 이번 특강이 성사되게 된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이 꾀를 내 저를 초청했고, 기회 되면 다른 학교도 가겠다"며 "제 아들, 며느리가 다 연대 출신이다. 아마 그것도 결심에 약간...비서실장은 (연대 출신이란 것) 여러분들이 잘 아실 것이다"고 연대와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5분께부터 질의응답을 포함해 두 시간 가량 강연했고, 강연 뒤 연세대 총장 및 리더십센터장과 비공개 오찬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김우식 비서실장, 윤태영 대변인, 천호선 의전비서관 등도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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