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즐기는 맥주와 포도주
독일에는 약 4000종이 넘는 맥주가 있다고 한다.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맥주를 제조해 마시기 때문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맥주가 아닐 경우에는 해당 지역을 찾아야만 맛을 볼 수 있다. 10년 넘게 살면서 매번 새로운 맥주를 찾았지만 아직도 맛보지 못한 맥주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쾰른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에는 '쾰시(Kölsch)'라는 것이 있다. 주로 약 200밀리리터(ml)의 길고 가는 마신다. 이 맥주는 부드러운 맛 때문에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 쾰시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어서 원하는 맛을 골라 마실 수 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고, 다양한 맥주가 여러 곳에서 경쟁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인지 맥주의 가격은 아주 저렴한 편이다. 500밀리리터 맥주 1병이 슈퍼에서 보통 0.5유로(약 730원), 저렴한 것은 0.3유로(약 435원), 아무리 비싸도 1유로(약 1450원) 미만이다. 크나이페(Kneipe, 카페의 독일어)에서도 맥주 값은 2~3유로(약 2900원~4350원) 정도로 그렇게 비싸지 않다. 따라서 누구나 부담 없이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비어가르텐(Biergarten)이라고 하는, 숲 주변에 만들어진 야외의 맥줏집이 인기 만점이다.
▲ 독일의 쾰시 맥주. ⓒ조성복 |
반면에 포도주는 그 가격 차이가 아주 심하다. 일반적으로 3~5유로(약 4350원~7300원) 정도면 괜찮은 포도주를 한 병 살 수 있지만, 고급 포도주의 가격은 그 상한선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병에 1유로인 포도주도 있는데, 어떤 슈퍼에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정확하게 0.99유로 하는 그 포도주는 프랑스산 수입품이었는데, 그런대로 맛도 괜찮았고 취하는 것도 똑같았다. 아마도 독일에 살면서 가장 많이 마셨던 포도주였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처럼 사회구성원 누구나 맥주와 포도주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서 서로 비슷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가난한 사람은 저렴한 포도주를, 부자는 좀 더 비싼 포도주를 마시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부가가치세 올라도 생필품 가격 여전
대부분의 생필품 가격은 저렴하고, 또 그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는 것 같았다. 다양한 종류의 빵, 우유, 잼, 치즈, 햄, 달걀, 오이, 당근, 양파, 양배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바나나, 사과, 오렌지, 주스 등 먹거리 가격이 10년 전이나 별로 차이가 없었다. 실제로 유학 생활의 비용에서 식비를 찾아보니 물론 우리 부부가 검소하게 살긴 했지만(커피를 보온병에 가지고 다니고 물도 늘 들고 다녔다. 독일 학생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유학 초기나 유학을 마칠 때나 한 달에 150유로(약 22만 원) 정도로 거의 비슷했다.
1990년 동·서독이 통일되고 구 동독지역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증가하면서 연방정부의 재정 상태가 악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1991년 통일세(Solidaritätszuschlag, 줄여서 졸리(Soli)라고도 한다. 통일 후 구 동독 지역 지원을 위해 소득세나 법인세의 약 5.5%를 추가로 징수하는 세금)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재정 상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2007년 연방정부는 16%이던 부가가치세를 19%로 인상했다. 당연히 장바구니 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슈퍼마켓들이 부가가치세 인상분을 모두 부담하면서 생필품의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독일에서 일상의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동네 슈퍼다. 이런 슈퍼들은 지역별로 또는 전국적으로 체인화 되어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상권을 형성하며, 주요 생필품의 대부분이 여기를 통해 유통된다. 알디(ALDI), 리들(Lidl), 풀루스(Plus), 페니마아크(Penny Markt), 레베(Rewe), 카이져(Kaiser) 등등 다양한 이름의 슈퍼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ALDI 회장(칼 알브레히트)이 독일에서 최고의 부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러한 상황이 이해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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