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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텃밭’ 지키자고 고용대책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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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북 ‘텃밭’ 지키자고 고용대책도 없이…

<기자의 눈> 경기 군포의 LG전선 전북 이전 논란

총선을 앞두고 여권과 전라북도가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LG전선 군포 공장의 전북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명분은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조치”이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더욱 큰 문제는 전북경제 활성화의 댓가로 현재 LG전선의 경기도 군포 공장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자칫 생존권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들어 전북도 주도로 공장이전 논의 급진전**

LG전선 군포공장의 전북완주 3공단으로의 이전 사업은 지난 10여년간 끊임없이 부침을 거듭해온 계획이다.

LG전선은 최초 92년에 계획을 수립해 군포공장 내 트랙터 사업부에 한해 이전을 추진했던 중 지난 97년 IMF사태가 터지면서 잠정 중단했다. 이후 99년 정부의 수도권기업 지방이전촉진대책이 나오면서 LG전선은 트랙터, 사출기계, 냉동공조기, 방위산업용 부품 등 4개 부문의 모든 사업부를 이전키로 계획을 확대하고, 이에 필요한 신규투자비 1천억원을 군포공장 부지매각대금으로 충당키로 했다.

이 계획에 따라 LG전선측이 군포공장부지 매매가로 제시한 금액은 평당 2백51만원. 그러나 지난해 1월 매입자로 나선 한국토지공사가 실시한 토지감정평가에서 평당 1백92만원이 제시됨에 따라 양측간의 가격차(총 4백59억원)로 협상이 결렬, 사업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올해 1월로 토지감정평가가 실시된 지 1년이 지나 재감정평가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춤에 따라 LG전선은 사업 재추진 의욕을 비쳤다. 여기에 전라북도측도 공장 유입에 따른 세수 증대 및 기타 파급효과 등을 기대하고 LG전선 전북 유치에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최근 강동석 건교부장관을 면담, 현재 일반공업지역으로 지정된 군포공장 부지를 '준공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땅 매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거용도'로 변경해 달라는 LG전선의 요구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경기도 및 군포시를 상대로 한 중재안이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협상 결렬의 원인인 가격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북도는 기대하고 있다.

강 지사는 이와 함께 LG전선 군포공장의 전북이전을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제1호 사업’으로 선정해줄 것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전북지역 파급효과 노린 우리당 적극가세**

이에 발맞춰 열린우리당도 전북 지역 파급효과에 주목하며 군포공장 이전 문제를 적극 거들고 나섰다.

25일 오전 우리당은 정세균 정책위의장 주재로 건교부, 전라북도, 경기도, 군포시, LG전선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군포공장의 전북 이전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정 의장은 “LG전선의 전북이전이 지역경제에 미칠 기대효과가 상당히 큰 만큼 LG공장 유치를 위한 자금 지원이나, 기업측의 애로사항 해소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줄 것”을 관계기관에 당부했다.

정 의장은 또 “용도변경이나 가격협상 등 미타결 문제는 궁극적으로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우리당은 수도권 대기업의 지방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당 강교식 수석전문위원도 “LG전선 이전이 성사된다면 국가적으로도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와 함께 전북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가격차이 4백59억원 가운데 전북도가 1백50억원을 지원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한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가격 협상을 설득키로 했다. 또한 경기도와 군포시 등에도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 군포공장 전북 이전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모색키로 했다.

***“여권 차원의 정치적 의도 개입”**

그러나 우리당이 중재를 서두르며 군포공장 전북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건교부가 경기도에 공장이전부지에 아파트를 세울 수 있도록 '주거용도'로 변경을 요청한 데 대해, 23일 손학규 경기지사가 “도내 공장들이 이전한 부지에 아파트를 건축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불허 지시를 한 데 따른 대응 성격이 짙다.

이는 최근 부동산 투기 붐을 타고 군포내 공장들 가운데 LG전선뿐 아니라 유한양행 등 여러 공장이 지방으로 공장을 옮기고, 대신 그 자리에서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개발차익을 거두려는 목적아래 '공장부지'를 '주거용지'로 전환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지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LG전선 전북유치를 주장해온 일부 전북지역 언론은 “전북도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수도권 자치단체가 국가균형발전보다는 지역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손지사를 맹비난하면서, 총선을 코 앞두고 전북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총선과 맞물린 정치적 맥락에서 LG전선 공장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군포지역에서 특히 강하다.

민주노동당 군포시지구당 송재영 위원장은 “전북 도지사뿐만 아니라 그 지역 총선에 출마하려는 일부 출마자들이 LG전선 전북 유치를 총선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며 “이는 여권 차원에서 움직이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전북지역의 대공장 유치 사업에 국가적 공리를 위해 존재하는 토지공사까지 개입해 시세차액도 기대할 게 없는 민간기업의 부지를 매입해주려 한 것도 정치적 특혜의혹을 불러일으켜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의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대기업을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도 없이 이렇게 마음대로 이전시키려 한 경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당 강교식 전문위원은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문제를 그렇게 보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반박했다.

***LG전선 노조, “공장 전북이전 반대”**

정치적 맥락의 개입 여부를 논외로 치더라도 전북도와 우리당이 서둘러 추진하는 LG전선 군포공장 이전은 사업에 얽힌 핵심 당사자임에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군포공장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공장 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에 대한 고용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계열의 LG전선 군포지부 김영무 사무장은 “전북 쪽에서는 다들 공장이전이 확정된 것 같은 말이 나오는데, 이전문제에 대해 노조는 아직까지 사측으로부터 아무런 공식적인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근본적으로 이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 대부분은 근속년수 20년을 넘긴 사람들이라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터전을 잡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며 살아왔는데, 이러다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불안감을 털어놨다.

민주노총 계열의 LG전선 현장조직인 ‘민주노동자협의회’ 정만철 군포지부장도 “전북지역으로 이전을 한다고 하면서도 여기 있는 직원들을 데려간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며 “그간의 수도권 지역 공장의 이전 경험을 보면 구조조정을 통해 쳐내려 할 것이 분명하다”고 반대했다.

이들 노조에 따르면 LG전선 군포공장을 생계의 근거지로 삼고 있는 인구는 4인가족 기준으로 환산할 때 3천여명(LG전선 소속 4백70여명 및 하청기업 소속 3백여명×4) 가량으로 추산된다.

‘수도권 과밀화 방지’와 ‘국가균형발전’ 논리 뒤에 정치적 의도를 숨긴 여권과 전라북도, 이를 배경으로 공장 이전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를 노린 LG전선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3천여 인구의 ‘생존권 위기’는 늘 뒷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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