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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자성 속 ‘盧 입당론’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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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리당, 자성 속 ‘盧 입당론’ 급부상

[우리당 비상의총서 쏟아진 말과 말] '모래알 같다"

지지율 정체, 외부인사 영입과정에서의 잡음, 여기에 특검법 재의에서 미니여당의 한계까지 절감한 열린우리당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5일 열린 우리당 의원총회는 시종 침체된 분위기 속에 "초심을 잃었다"는 자성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의원총회 '자성론' 봇물**

제도권 4개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이날 의총을 소집했을 정도로 열린우리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컸고, 의총에서도 상당히 비장한 자성론이 쏟아졌다.

신기남 의원은 "여론조사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우리당이 원내 활동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고 정강정책에서 다른 당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자성했다.

정장선 의원은 "우리당이 대선자금 정국에서 반사이익에만 안주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돕는 것은 좋지만 무조건 끌려다니면 오히려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와의 관계, 국정운영, 의회운영에 있어서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며 "청와대의 연말 개편에 대해서 당과 충분히 협의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당의 의견을 반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기선 의원은 "대통령이 집권 8개월만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는 식의 정치실험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노대통령의 정국운형 방식을 문제삼은 뒤 "전략이 흔들리는데 전술만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유시민 의원은 "온라인 상에서는 당 지도부의 지지부진한 의사결정에 대한 원망이 더 크다"고 지도부를 비판한 뒤 "원외에 계시는 분들이 조금 당의 결정에 대해서 엇갈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정체에 지도부 고민**

당 지도부의 고심도 역력해 보인다.

김원기 상임의장은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지역주의 타파와 정치개혁에 못지않게 정치의 중심이 국회가 되는 원내정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최근 일련의 현상을 보면 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고 제대로 이끌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며 어떻게 책임져야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중요한 당내 회의에 국회의원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고 정치경험의 기회가 없었던 분들은 열심히 참여해 원내 의원들의 불참 속에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염려스러운 현상이다"며 현역 의원들의 '불성실'을 다그쳤다.

***김근태, "당이 마치 모래알 같다 한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한층 강도높은 어조로 위기감을 피력했다.

김 대표 역시 모두발언을 통해 "47명의 국회의원이 정치생명을 걸고 결단을 내렸지만 국민의 지지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자신의 부족함과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고백한 후 고치고 결단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의 당내상황과 관련, "당내에는 아직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함께 했던 분들 사이에서도 시국을 보는 견해와 경향에 차이를 보이고 있고, 당이 '마치 모래알 같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 농담삼아 '너무 민주적인 것 아닌가'하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도 정체현상을 지적하며 "얼마 전에는 10%에 못 미치는 결과도 나왔다"며 "가능성이 없고 구제불능한 3등으로 보도돼 우리를 부담스럽게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이어"이 정도의 지지는 정치개혁을 통해 원내권력을 바꾸자는 우리의 원대한 포부에 비쳐보면 많이 부족하다"며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도 있지만 외부에 있는 원인을 극복하는 것도 우리 내부를 통해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자성론을 폈다. 그는 구체적으로 "그동안 의총에서는 민생문제, 정책문제, 법안문제를 논의해왔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고 당면한 현안들에 대한 우리당의 정책 부재를 자성하기도 했다.

***노대통령 입당론 급부상**

김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구체적 위기타개책으로 '노대통령 입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기에 노대통령 입당에 미온적이던 김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우리당 지도부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수의 정치가 횡횡하는 현실 속에서 소수당이라는 물리적 한계, 정신적 여당, 정치적 여당이라는 모호함도 있다"며 "참여정부와 우리의 철학과 소신이 같기 때문에 국민의 평가도 함께 짊어지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한다"고 사실상 노 대통령의 입당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정치적 여당의 내용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법적여당이 아니기 때문에 당정협의 채널이 부족하다"며 "이것이 원활하게 구조화되지 않으면 정국주도권을 갖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노 대통령의 입당론은 '정신적 여당'이 아닌 명실상부한 법적 지위를 갖는 책임여당으로 전환, 내년 총선에서 '여당 대 야당' 구도로 정면승부해야 한다는 논리가 바탕이다. 요컨대 '대통령 프리미엄'을 동원해야만 당면한 위기 돌파가 가능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근태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대선자금 수사가 끝날 즈음, 추측컨대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 전후쯤이 적절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늦어도 내년 1월초까지를 입당 적기로 내다봤다.

송영길 의원도 이날 의총에서 "민생현안에 대한 대안마련에 있어 양자간에 당정협의를 통해 진지하게 결론을 내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우리를 신뢰한다"며 "대통령을 빨리 입당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동영, 장영달 의원 등도 "정기국회가 끝나면 입당하는 게 좋겠다"며 연내 입당을 촉구하는 쪽이다.

이 같은 조기입당론에는 하루라도 빨리 공식적인 여당 지위를 확보하면 장관 및 청와대 비서관들의 대규모 '징발' 등 총선 전열 정비가 수월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정식 지도부를 선출하는 내년 1월11일 전당대회를 전후한 시점에 노 대통령이 전격 결합함으로써 상승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전략적 고려도 있다.

***"서둘러선 안될 일" 신중론도 제기**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입당 문제는 여유를 두고 판단하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태랑 상임중앙위원은 "지금 어려운 시기에 입당이 이뤄지면 대통령의 입당 정신이 정치공세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며 "당이 모양새를 갖추고 대통령을 모실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고 나서 해야한다"고 전당대회 이후 입당론에 무게를 실었다.

김한길 전략기획위원장도 "대통령 입당은 장단점이 있는 만큼 서둘러서는 안될 일"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신중론은 자칫 '우리당=노무현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될 경우 노 대통령 국정운영의 종속변수로 전락, 운신의 폭을 협소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5일 "노 대통령은 정정당당하게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총재로서 총선을 지휘하든지, 국가원수로서 국정에 전념하든지 명확히 선택해야 한다"고 파고든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또한 총선까지 이어지는 특검 수사에서 언제, 어떻게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노 대통령의 입당을 환영할 수만은 없는 요인이다.

일단 노대통령 입당 화두를 꺼내든 우리당은 오는 8일 의원 워크숍과 9일 상임중앙위원회에서 노 대통령의 입당 문제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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