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당 대표로 조순형 의원을 선출했다.
‘안정과 균형’에 비중을 둔 신임 조순형 대표체제는 열린우리당과의 분당 이후 흐트러진 전열 정비에 주력, ‘쾌속’은 아니지만 일단 ‘순항’이 예상된다.
***정치개혁, 총선체제 정비에 박차**
당 안팎의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조순형 신임대표는 ‘안정속의 개혁’이라는 기조 아래 당분간 당 쇄신과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총선체제 정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조 대표가 그동안의 정치인생에서 뚜렷하게 소속된 계보나 당내 ‘비토그룹’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은 당내 화합과 전열 정비에 긍정적인 요소다. 서울 강북을이 지역구인 비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호남당’ 이미지 극복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표경선에서 한화갑 전 대표측과 구파인 정통모임측이 조 대표를 양면 지원해 향후 주요 당직 임명과 외부인사 영입 과정에서 계파간 지분다툼이 표면화 될 소지가 없지 않다.
더욱이 조 대표는 5선의 관록에 비해 당직에 중용된 경험이 많지 않아 그의 리더십이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는 점은 새 지도부의 연착륙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균환 원내총무가 사의를 표함에 따라 조순형 대표와 호흡을 맞출 새 원내총무가 누가 되느냐도 민주당의 항로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다. 경선 과정에서 조 대표와 ‘러닝 메이트’를 자임한 김경재 의원이 계파를 막론하고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김상현 고문, 김영환 의원 등도 물망에 오른다. 그러나 김경재 김영환 의원이 상임중앙위원을 사퇴하고 총무에 도전할 지는 불투명하다.
조 대표와 치열한 각축을 벌인 추미애 의원은 대표경선을 거치며 총무 후보군에선 제외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추 의원 스스로 총무 출마설을 공식 부인한 바 있고, 조 대표 역시 “총무는 의원들의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만큼 개입하지 않겠다”며 ‘추미애 총무’ 구도에 소극적 태도다.
그러나 68세의 조 대표와 함께 총무마저 중진급에서 선출될 경우 역동적 이미지가 크게 떨어져 총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나라-우리당, ‘조순형’ 변수에 촉각**
한편 정국 불안정성의 큰 변수였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얼어붙은 대치정국의 향후 추이에 정가의 관심이 몰려있다. 정치권은 조 대표의 당선이 당장의 정치상황에 미칠 영향과 장기적으로는 총선에 미칠 영향을 따지며 득실관계 계산에 분주하다.
비교적 완만한 개혁을 추구해온 조 대표의 정치 스타일 상, 현 정치지형도 급격한 지각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의 견해가 일치한다.
현안인 특검 대치 국면과 관련, 조 대표는 “찬성당론을 정해 재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어, 특검법안 재의결에 야 3당이 전격 합의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장의 국면을 풀기에는 조 대표 체제의 출범이 나쁠 게 없다는 표정이다. 한나라당의 구상대로 특검법 재의결이 야권 공조로 성사되면 국회 파행은 수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대표가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한나라당으로서는 꺼림직한 부분이다. 한나라당 대선자금 수사가 확산돼 새로운 사실이 등장할 경우,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선 결벽에 가까운 조 대표의 비판은 총선에서 상당한 무게로 압박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열린우리당은 조 대표 체제 출범에 안도하는 기류가 우세하다. 40대 개혁적 이미지의 추미애 의원이 대표가 됐을 경우 민주당과의 개혁 경쟁이 불가피한 환경이 조성, 잠복기에 접어든 우리당 내 세대 갈등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정쟁구도 속에 조 대표가 제도개혁과 민생안정을 우선의 가치로 내세우며 안정과 함께 개혁성을 선점할 경우, 총선을 코앞에 두고 우리당은 기존 정당과의 차별화라는 측면에서 정체성의 혼돈을 겪을 수도 있다.
***민주, 대정부 관계설정 변하나**
한편 새로 구성된 민주당 지도부가 이라크 추가파병, 부안 핵폐기장 건립 문제 등을 둘러싸고 향후 대정부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 조 대표는 “정부가 결정해 국회로 넘기면 동의안을 처리해줘야한다”는 입장이다. 부안 문제에 대해서도 조 대표는 정부의 일방주의적 의사결정은 비판하면서도 “정부가 결정한 국책사업이 불법폭력시위로 중단되는 사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긴급 국정현안에 대해 조 대표가 비교적 정부 방침을 수긍하는 편이어서 청와대의 대야 관계에는 일정부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민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파병 반대와 부안 핵폐기장 건설계획 백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 최종적인 당론 결정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을 ‘정치적 배신’으로 규정하고 ‘총선 심판론’을 제기하는 등 청와대에 대한 비판 수위가 결코 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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