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미국의 '프로파간다 전쟁'은 미국과의 협상을 모색하고 있는 이란과 북한 정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개혁파로 분류되는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핵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실질적인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며 강력한 협상 의지를 내비쳐왔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 역시 "과감한 평화조치를 구상하고 있다"며 미국에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최대 당면 과제로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저울질하면서 무력행사의 정당성 가운데 하나를 북한과 이란에서 찾으려고 한다. 시리아 공습의 십자가를 짊어진 존 케리 국무장관은 연일 언론에 등장해 "시리아에 대한 무력 사용 허용 여부는 다른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나는 이란이나 북한 등의 경우와 관련해서도 매우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리아 사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으며, 아사드 정권이 증거를 없애고 있다고 비난했다. ⓒAP=연합뉴스 |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응징 여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동기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의 사용을 또 다시 고려할 수 있는 헤즈볼라와 북한과 같은 테러집단과 독재자"와도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사드 정권을 이번에 강력히 응징해야만 테러집단과 독재자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및 사용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프로파간다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북한과 이란이 쫄아서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미국의 희망사항과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 직후 테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선제공격 대상에 올려놓으면서 그 핵심적인 근거로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는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켰던 북미 기본합의를 붕괴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한 직후에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를 찾는 데 실패하자 이른바 '이라크 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후세인이 제거됨에 따라 위협을 느낀 이란과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란과 북한이 선택한 방법은 본격적인 핵개발이었다.
북한과 이란의 핵에 대한 집착은 리비아 사태를 거치면서 더욱 강해졌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했던 리비아 카디피 정권이 서방의 군사 개입으로 몰락하는 것을 목도하고는 '힘이 있어야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강하게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이 이란과 북한을 들먹이면서 시리아 공습을 강행하면 이들 나라 지도부의 핵에 대한 생각이 또다시 달라질 수 있다. 협상을 모색하려는 온건론이 위축되고 미국에 맞설 수 있는 핵이 있어야 한다는 강경론이 또 다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시리아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의 위협을 끌어들이는 것은 소탐대실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시리아 공습의 정당성 확보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확실한 반면, 이란과 북한의 미국에 대한 불신은 더더욱 증폭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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