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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비교 우선 대상은 장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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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비교 우선 대상은 장종훈

[프레시안 스포츠] 흥미위주의 보도로 초점 흐려

최근 국내언론들 대부분 이승엽 선수의 빠른 홈런페이스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홈런기록(55개)을 갖고 있는 왕정치(오 사다하루)의 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고 세계야구선수가운데 최연소로 3백홈런을 달성하는 타자가 될 것이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물론 이승엽의 홈런기록이 수치상으로는 일본과 미국프로야구기록에 비해 앞서는 면이 있지만 홈런의 특성상 구장의 크기나 투수들의 능력이 서로 다른 일본, 미국, 한국을 직접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내프로야구는 짧지 않은 21년 역사를 갖고 있어 자체의 얘깃거리가 충분히 많다. 국내언론들이 흥미위주로 숫자놀음에 불과한 이승엽의 아시아, 세계홈런기록경신을 앞다퉈 다루는 것 보다는 오히려 이승엽의 국내 홈런기록 경신가능성과 국내프로야구 전 세대 홈런타자들과의 비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美,日 홈런기록은 자국리그의 자존심**

일본야구계에서는 한때 역대홈런기록에서 왕정치가 메이저리그 홈런왕 행크아론보다 앞섰기 때문에 왕정치를 '세계홈런왕'으로 추켜 세웠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를 무시했다. '왕정치가 세계홈런왕으로 인정받으려면 메이저리그에 와서 기록을 깨봐라'하는 게 메이저리그 측의 주장이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일본에서는 왕정치가 1965년 세운 55개 홈런기록이 일본 프로야구의 영원한 전설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아졌다. 랜디 바스, 터피 로즈, 카브레라와 같은 외국인 용병선수들은 이 때문에 왕정치의 홈런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상대투수들의 고의사구와 집중견제로 기록경신에는 실패했다. 대부분의 일본 선수들은 미국이나 중남미 용병선수에게 왕정치의 홈런 기록을 뺏기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였다. 1961년 로저 매리스가 61개의 홈런을 쳐내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깼지만 매리스의 기록에는 별표가 붙어야 했다.

베이브 루스가 한 시즌 홈런기록을 세웠던 1927년에는 1백51게임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1백61경기를 해 루스의 기록을 경신한 매리스의 기록은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였던 포드 프릭에 의해 평가절하됐고 루스의 영원한 홈런기록을 바라는 팬들은 커미셔너의 결정에 찬성했다. 반면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로저 매리스는 1998년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한 시즌 홈런기록을 깼을 때 집중 조명될 수 있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 미국 프로야구의 홈런기록은 자체적으로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왕정치로 인해 한 번 진통을 겪은 후 단순비교만이 가능한 세계홈런기록과 같은 것은 재론되지 않았다.

***이승엽의 비교대상은 로드리게스, 왕정치가 아니라 장종훈**

이승엽 타자가 이번 시즌 55개, 아니 56개의 홈런을 마크해도 그것은 한국 프로야구 한 시즌 홈런기록경신이 우선이다. 국내언론이 숫자를 통해 호도하는 것처럼 아시아 신기록이 우선시 되면 안된다.

국내언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승엽 타자가 1백33경기로 메이저리그에 비해 29경기가 적은 국내프로야구에서 60~70개 사이의 홈런을 때렸을 때는 한 경기당 홈런비율에서 이승엽이 메이저리그 한 시즌 홈런기록보유자인 배리 본즈를 제쳤다는 보도가 뒤따라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2백97개의 통산홈런을 쳐낸 이승엽이 세계 최연소자로서 3백호 홈런을 기록할 것이라는 사실도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한국프로야구 역대 홈런기록 보유자 장종훈이 1천5백65경기 만에 3백홈런을 기록한 것에 비해 이승엽은 1천66경기동안 2백97개의 홈런을 쳐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승엽이 3백홈런을 기록할 때 국내언론에서 비교대상으로 삼고 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왕정치 대신 1990년대 초반 홈런열풍을 일으켰던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이 재조명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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