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일방 외교를 '등신외교'라고 막말한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경북 상주)은 9일 청와대와 민주당의 사과 요구에 "'망언'운운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과민반응이고 그 자체가 망동"이라고 도리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등신이란 경상도 지역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애교섞인 책망을 할 때 흔히 쓰는 말"이라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그의 논법대로 한다면 이번 물의를 일으킨 그는 '등신의원'이 되는 셈이다.
***"등신은 경상도에서는 애교섞인 책망"**
이 의장은 '등신외교' 발언이 파문을 불러 일으키자 이날 오후 개인 명의의 자료를 내고 "여권이 노 대통령과 직접 연계시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자학이고 감상적 대응이며, 자가당착이고 제발등 찍기"라고 반발하며 "노 대통령의 일본방문이 준비부족, 성과별무, 국빈집착으로 국민정서에 반하고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 수사로 '등신(等神)외교'라고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어사전에는 '등신'이라는 단어가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로 되어 있고 경상도 지역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애교섞인 책망을 할 때 흔히 쓰는 일반적인 말"이라며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등신'이라는 정치적 수사는 노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이 야당 시절 습관적으로 자주 사용해 공식적 정치용어가 됐을 정도"라며 "너나없이 '등신' 용어를 사용해왔다"고도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야당시절 민주당의 '등신'발언을 소개하기까지 했는데, 그에 따르면 92년 2월 김영배 전 의원이 노태우 정권에 '인사등신'이라고 언급한 것, 92년 3월 정대철 대표의 '치안등신', 92년 3월 김민석 전 의원의 '경제등신'등이 있었다. 또한 김희선 의원은 96년 3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을 직접 겨냥, '경제등신'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이어 "이번 표현은 노 대통령 방일 외교 성과와 행태에 대한 수사적 비판에 불과한 것이었으며 노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도 초당외교입장을 후퇴시킬 입장 전환도 없었음을 확인한다"며 "이 점이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한걸음 발을 뺐다.
***집안싸움 여념없는 민주당 뒤늦은 사과 요청**
민주당은 이와 관련, 이날 오후 뒤늦게 대변인실 논평을 잇따라 내고 이상배 정책위원장을 성토했다.
문석호 대변인은 이상배 의장의 발언을 "막말중의 막말"이라고 규정하고 "이 의장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공식견해인지 분명히 밝혀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 의장의 발언 취소와 대국민 사과, 당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평수 수석 부대변인도 "차라리 귀를 씻고 싶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 "5.6공화국등을 통해 환경청장, 장관, 서울시장을 지낸 이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너무나 질이 낮다"며 국민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같은 대응은 이상배 발언후 청와대가 이날 오전 이해성 홍보수석 성명을 통해 발언을 비판하며, 그때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에게 강력 대응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란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상배 정책위의장 발언이 나올 때 당사에서 신당 창당을 둘러싸고 신주류와 구주류간 막말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고, 그 결과 이날 회의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전 10시10분을 끝으로 파장했다. 그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오전까지만 해도 이상배 발언에 대한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이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과 정부답변을 계속했다.
민주당이 펄쩍 뛰고 나선 것은 청와대의 강한 질책이 나온 직후인 오후의 일로, 민주당은 이상배 의장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사과할 때까지 속개할 수 없다며 반발해 오후 회의는 속개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민주당은 철없는 행동을 중단하라"**
한편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의 국회 대정부질문 참석 거부와 관련, "국정을 책임진 여당답지 못한 옹졸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철없는 행동을 중단하고 민생정치의 현장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의장이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이라고 밝혔고 이 의장의 발언은 당론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며 "민주당의 국회파행 행동을 최근의 굴욕적 외교행태에 대한 비판을 우려한 전형적인 '물타기'와 '발목잡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말해 이상배 의장의 '등신 발언'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의 대응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얼마나 일천한가를 여실히 드러내주었다는 데에서 새삼스레 할 말을 잊게 만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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