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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의 '평일골프'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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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의 '평일골프'를 보고

<기자의 눈> 골프, 환경, 그리고 정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지난 4일 가진 평일 골프모임이 구설수다.

박 대표를 비롯해 김영일 사무총장, 이규택 총무, 박종희 대변인, 김용학 대표비서실장, 임인배 수석부총무, 박원홍 홍보위원장 등 7명이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오후 6시경까지 경기도 고양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것.

이날은 임시국회가 열려있던 날이자 한나라당이 주최한 국가정보원 개혁방안 토론회가 개최된 날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들의 ‘직무유기’를 질타하는 여론이 일었다. 또한 경제가 극심한 불황국면에 접어들어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득한 시점에 '평일 골프'가 웬 말이냐는 비판도 많았다.

이에 대해 며칠 전 여야대표끼리의 호화판 룸살롱 양주파티로 곤욕을 치뤘던 박 대표는 “국회의원에게 출퇴근 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평일 골프’라고 나무랄 것은 못 된다”고 짜증스레 반박했고, 박종희 대변인도 “국회의원들이 주말에는 지역구 관리로 오히려 더 바쁜데 ‘평일 골프’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도리어 언론의 ‘과민반응’을 질책했다.

***“노무현 정부 환경정책은 낙제수준”?**

아이러니하게도 4일 골프 회동의 일원이던 박종희 대변인은 바로 다음날인 5일 ‘제8회 환경의 날을 맞아’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그는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원상복구가 거의 불가능하고 이는 우리 후손들의 삶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백년대계인 교육에 버금가는 중요한 국정현안”이라고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이어 “우리당은 후손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주기 위해 앞장설 것이며, 국토의 친환경적 관리를 위한 법과 제도, 조직의 정비 등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 최선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 뿐인가. “노무현 정부의 환경정책은 환경의 날의 의미를 무색케 할 정도로 낙제수준”이라며 “정부당국은 환경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환경보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질책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의 눈치보기 환경정책**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그간 환경정책에 대해 보여준 모습을 상기해 보면 차라리 침묵이 나았을 법한 논평이라는 느낌이다.

예컨대 한나라당은 처음엔 새만금 사업 중단 서명에 비교적 많은 수의 의원들이 동참했으나, 전북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고있다.

김정숙 최고위원은 4일 “한나라당 의원 1백여명이 환경단체의 새만금 사업 중단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알려진 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박희태 대표도 “한나라당은 새만금사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한 적도 없고 이에 대한 당론도 없다”고 말했다.

까놓고 말해 내년 총선이 환경문제보다 급하다는 얘기다.

***과연 환경을 고민하는가**

'직무유기' 논란을 빚은 골프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4일 골프를 치는 동안 골프장 농약으로 인한 토양과 식수 오염, 지하수가 고갈, 급기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골프와 환경의 반비례 관계를 잠시라도 생각해 보았을지 의문이다.

해마다 장마철 폭우로 인한 피해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골프장 공사가 원인이 된 산사태, 도로유실 보도를 접한다. 또한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27홀 규모의 골프장 면적인 60만평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평균 1천여종 이상 되는데, 골프장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농약으로 인한 생물종의 감소는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좁디좁은 우리나라 생태환경에서 골프는 생태계 파괴적 스포츠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늘상 있는 정치인들의 골프 회동을 가지고 웬 트집이 이렇게 심하냐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내건 성직자들의 3보1배와 연이은 환경운동가들의 단식농성 등으로 환경문제가 초미의 현안이 된 시점이다. 이런 때 의회 과반수이상을 차지한 거대정당으로서 갈등 해소를 위한 진지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기는커녕 평일 골프를 즐기는 한나라당 모습은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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