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정조회장이 일제의 창씨개명은 당시 조선인들이 먼저 원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망언을 해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양국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이를 한 목소리로 ‘망언’으로 규정, 긴급 규탄성명을 내며 강력 반발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정조회장은 지난 달 31일 도쿄대학에서 “조선인들이 ‘성씨를 달라’고 한 것이 창씨개명의 시발이었다”고 주장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일 보도했다. 창씨개명은 일제가 조선 황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강제했던 일이다.
***“한글 문자도 일본인이 가르쳤다”**
아소씨는 이날 “당시 조선인들이 일본인의 여권을 받으면 이름에 ‘김(金)’이라든가 하는 (조선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것을 본 만주 사람들이 ‘조선인이네’라고 말해 일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선인들이) 성씨를 달라고 한 것이 원래 (창씨개명의) 시발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소는 이어 “한글 문자는 일본인이 가르쳤으며 의무교육 제도도 일본이 했다”면서 “옳은 것은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게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역사에 대한 인식을 둘러싸고 때만되면 계속되던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사례는 최근 비교적 뜸했었다. 일제의 창씨개명에 대해서도 지난 96년 6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많은 한국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고 사죄한 바 있다.
***정부와 여야, 강력 반발**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일본 정객의 이같은 망언은 정부와 여야 및 각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외교통상부 석동연 대변인은 1일 아소의 망언과 관련 “참으로 실망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하고 아소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도 2일 논평을 내고 “비뚤어진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이요,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야할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방일을 통해 아소 회장의 반역사적 언행에 대해 강력 대응해야 할 것”이라도 덧붙였다.
민주당 민영삼 부대변인도 같은날 “아소 다로의 망언을 규탄하고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우리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반시대적 망언이기에 더욱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한 논평을 주문 받고 “한국의 강경발언이 방일을 앞두고 감정을 자극할 이유가 있다”며 말을 삼가한 바 있다. 따라서 외교가 일각에서는 아소의 망언이 노대통령의 속내를 타진하기 위한 의도적 망언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국국주의화와 맞물려 다시 시작된 일본 노정객들의 망언에 노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