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이 포항 경남지역에 이어 국내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의 80%을 차지하고 있는 경인지부 소속 컨테이너와 광양제철소가 있는 전남 광양지부까지 가세해 물류대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대처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 시작된 화물파업이 파업 엿새째를 맞아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사진>파업중인 화물연대
***화물파업 전국으로 확산, 사상최악 물류대란**
화물연대 오윤석 경인지부장은 6일 "생존권 차원에서 요구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6일 오후 1시부터 경인지부 소속 컨테이너 차량 2천여대가 운행을 중단하고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경인지부 컨테이너 차량들은 경기 의왕시 경인내륙 컨테이너 기지와 인근 수원, 안양 등지로 속속 집결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엿새째 제품 출하가 중단돼 11만5천여톤이 야적장에 그대로 쌓여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조업단축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며, 포항제철 제품을 이용하는 울산의 현대미포조선은 선박용 후판을 공급받지 못해 7일부터 조업을 중단했다. 또 INI스틸 포항공장은 6일 오후부터 원자로 반입이 끊겨 4게 전기로중 3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포항철강공단 내 입주업체인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20여개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고, 이밖에 비료생산업체, 시멘트 생산업체도 물류 수송이 막혀 피해가 전 산업으로 확대될 우려를 낳고 있다.업계에서는 화물파업이 계속될 경우 내주부터는 자동차 및 가전업계로까지 그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운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차들이 6일에 이어 7일 오전 경부고속도로에서 준법운행을 벌이고 있어 곳곳에서 지체와 정체가 반복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으로 보이는 화물차 10여대는 이날 오전 7시께부터 1시간 30여분에 걸쳐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신동재에서 영천IC까지 시속 50~60㎞의 속도로 준법시위를 벌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같은 방향으로 앞서 가 경산IC 부근에서부터 준법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간헐적으로 부산방향 2개 차선을 모두 가로막고 운행하고 있다.
경찰측은 화물 차량들이 최저 제한속도 이상으로 운행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별다른 처벌 방법은 없다고 곤혹스런 입장을 밝혔다.
***화물연대, "생존권을 건 싸움"**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선 표면적인 가장 큰 이유는 경유가 인상으로 인한 실질소득의 감소이다. 화물연대는 92년 리터당 3백24원이었던 경유가가 현재 8백원선으로 1백50% 가량 인상됐으나, 운송료는 92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근대적인 지입차주 방식과 다단계 알선 등의 화물운송체계도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병폐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 지입차주들은 하나같이 "내 돈 주고 산 차에 대한 소유권이라도 제대로 주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화물운송 업계의 고질적인 다단계 알선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대부분 3~4단계의 알선을 통해 화물운송량을 배당받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화물지입차주에게 돌아오는 수입은 화물운송요금의 70%밖에 안되며, 월평균 70만원의 극한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 못해**
6일 노무현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관계장관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오늘까지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관계부처의 미온한 대처에 대해서도 강력히 질타했다. 이에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도 "파악중이나 포철 수송과 관련해 '화물연대'나 교통문제에 대해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화물 파업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이미 지난 3월부터 '고속도로 준법운행 투쟁', '노동절 상경투쟁'을 통해 실력행사를 꾸준히 예고해왔고,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노동부, 기획예산처 등과 계속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황파악'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정부가 화물연대와의 협상에 어떤 자세로 임해왔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조세형평을 이유로 경유가 특소세 면제를 인정할 수 없고, 화물차의 도로파손으로 인해 도로비도 인하할 수 없다며 같은 주장만 되풀이해왔다.
이같은 정부해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3월부터 문제를 제기한 화물연대와 정부가 성실히 대화를 했더라면 화물파업이라는 극한사태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는 파업이 발발하면서도 정부도 밀릴 수 없는 처지에 몰리면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인 제도개혁 마련해야**
현행 노동법상 화물연대 소속 지입차주들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노동부도 적극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며, 경찰이 강제해산하려 해도 화물차가 워낙 대형이고 고가이기 때문에 물리력을 쉽게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화물연대가 전국적으로 고속도로 준법운행 투쟁에 나설 것을 경고하고 있어 쉽게 공권력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운송하역노조 정호희 사무처장은 "정부가 강경대응에 나설 경우 우리도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며 "그러나 포항에서 시작되는 철강, 운송업체와의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최선을 다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운송료 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화물연대는 포항에서 7일부터 화물운송업체와 다시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운송료 인상만으로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통한 화물운송 체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화물파업에 대한 정부의 관계부처 대책협의회에서도 '화물 재알선'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제도 개선책을 함께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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