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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2의 매카시 선풍' 불기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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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2의 매카시 선풍' 불기 시작했나

'야구 명예의 전당', 反부시 외친 팀 로빈스 영화 기념식 취소

'야구 명예의 전당' 사장 데일 페트로스키는 야구계의 매파인가,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원칙주의자인가?

지금 미국에서는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야구 명예의 전당에서 오는 26,27일에 열릴 예정이던 야구영화 <불 더햄(Bull Durham)>의 기념식 취소사태를 놓고 격론이 가열되고 있다.

데일 페트로스키는 "영화 <불 더햄>에 나오는 팀 로빈스의 반전 메시지 때문에 영화 15주년 기념식을 취소한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팀 로빈스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반박했다.

***"부시를 비난하는 건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

데일 페트로스키는 팀 로빈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후세인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거의 30만명이나 되는 미국 병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에 투입됐다. 명예의 전당은 1939년 개장이래 미국과 자유의 수호를 항상 지지해 왔다. 비록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이지만 현 시점에서 조지 W. 부시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미군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라며 영화 기념식 취소이유를 밝혔다.

페트로스키는 이어 “명예의 전당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곳이며 특정인사가 대중이 모이는 명예의 전당에서 팀 로빈스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야구인들중 꽤많은 사람들은 2차대전 등 전쟁때마다 앞장서 군대에 입대하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관계자들은 "과거 레이건 행정부에 몸담기도 했던 데일 페트로스키의 결정은 일종의 사전검열제도와 같은 것"이라고 반발하며 "그가 만약 민주당 정치인들과 오랜 시간 교류를 가졌다면 결과가 똑같았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영화배우 한 명의 반전메시지가 미군을 위험하게 할 수는 없다”라며 페트로스키와 명예의 전당측의 과잉반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기적의 메츠는 영원하다”**

영화 <불 더햄>의 기념식 취소결정을 통보받은 팀 로빈스는 이미 반전 메시지의 여파로 부인 수잔 서랜든이 지난 달 27일 탬파베이에서 열리는 유나이티드 웨이의 자선행사 참여에 취소통보를 받았던 상황이어서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로빈스는 페트로스키에게 보내는 답장에서 다음과 같이 신랄히 반발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을 비판하는 것은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는 당신의 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는 부시, 체니, 럼즈펠드가 주도한 이라크 전쟁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세 명 모두 전쟁에는 참가해 본 적도 없으며 그 중 한명은 화려한 정치활동을 위해 베트남전 입대도 회피했습니다.

나는 사실 당신이 부시나 레이건 행정부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솔직히 얘기해 주기를 바랬다. 당신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반부시를 외치는 수백만명을 위협하는 이같은 행동을 하게 되면, 결국은 당신은 스스로 야심과 강한 당파심으로 똘똘뭉친 권력의 맹목적인 도구임을 드러내는 꼴이 된다.

나는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1969년 기적의 메츠 신화 등 모든 불가능한 기적들이 계속되리라고 항상 믿어 왔다.”

***제2의 매카시 선풍이 불기 시작했나**

이같은 페트로스키의 행동은 야구계인사들로부터도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예로 저명한 야구저술가 로저 칸은 페트로스키의 행동을 보고 명예의 전당 참석을 거부했다.

자신의 신간인 <10월의 남자들(October Men)>의 홍보활동을 겸해 명예의 전당에서 연설을 하기로 했던 로저 칸은 “정치적 이유로 <불 더햄>의 명예의 전당기념행사를 취소한 것은 자유를 기치로 내건 미국의 정신을 외면하는 행동이다. 명예의 전당은 팀 로빈스의 자유를 뺏은 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영화 <불 더햄>은 메이저리그에 비해 매우 적은 연봉과 초라한 생활을 하는 꿈많은 마이너리거들의 애환이 사실적으로 드러나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걸작이다.

<불 더햄>에는 야구영화에 단골로 출연했던 케빈 코스트너, 팀 로빈스, 수잔 서랜든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더햄 불스는 마이너리그 트리플 A(인터내셔날리그)에 실제로 존재하는 팀으로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산하구단이다.

미국의 양식있는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라크전 조기종전을 계기로 전쟁을 지지했던 미국 매파들의 반전파에 대한 거센 반격이 시작되며, 제2의 매카시 선풍이 불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개탄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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