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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CIA 국장 울시의 역할에 주목하라”

‘중동개조 위한 4차세계대전’ 주장, 이라크 과도정부 중용 예상

“미국은 지금 제4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 3차 대전은 40년간 지속됐던 냉전이었다. 이번 세계대전은 1, 2차 대전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겠지만 냉전처럼 길지 않길 바란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는 지난 3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비교적 자유주의적인 클린턴 행정부에서 고위관리를 지냈지만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펄 전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장과 함께 신보수주의 강경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울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 울시 얼굴>

***논란 속에서도 기용설 우세**

그간 월포위츠나 펄에 비해 덜 알려져 있던 그가 주목을 받는 것은 전후 이라크 과도정부를 이끌 주요 인물로 강력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아랍 세계를 개혁해야 하는 민주주의적 이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왔고, 9.11 테러 이전부터 이라크 공격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이기에 더욱 주목을 끈다.

미국의 대외정책을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PIF, FOREIGN POLICY IN FOCUS)’는 8일자 논평에서 “부시 행정부의 ‘중동 리메이크’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으면 제임스 울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목하라”고 말했다.

이미 외신들은 미 국방부가 제임스 울시에게 이라크 과도정부의 중책을 맡겨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전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국방부가 울시를 과도정부의 공보장관으로 강력히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울시의 중용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백악관이 이를 거부했다는 설도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9일 국무부의 일부 관리들이 ‘스파이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외국 정부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후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울시의 기용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워싱턴의 강력한 로비단체인 ‘이라크 자유위원회’랜디 슈네만 의장은 울시가 정부에서 다양한 이라크 고위직을 제안받았다고 확인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울시 뜨면 문명 충돌”**

제임스 울시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FPIF는 “울시가 바그다드에 뜨면, 문명의 충돌이 임박했다고 단언해도 좋다”는 말로 그를 묘사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울시 기용 논란을 소개하며 “조만간 있을 결정의 결과는 전쟁보다 훨씬 더 오래갈 것이다”고 말했다. 중동과 아랍 세계의 개혁을 위해 ‘세계대전’도 불사해야 한다는 그의 오랜 ‘신조’ 때문이다.

울시는 UCLA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영국은 3개의 적과 싸우고 있다. 첫째는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고 둘째는 이란의 신정(神政)주의자들, 셋째는 이라크 및 시리아의 바트당 ‘파시스트들’이다. 이 세 무리의 적들은 이미 몇 년 동안 미국에 대해 전쟁을 벌여왔으나 미국은 최근에 와서야 이를 깨달았다.”

그는 이어 미국이 적대시해야 하는 세력에는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같은 아랍 세계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 세력은 강경 이슬람 교도인 와하비 분파와 ‘파우스트의 거래’를 하고 있어 알 카에다나 전세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울시가 믿고 있다는 것이다. 울시는 연설에서 “무바라크와 사우디 군주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아랍인들의 편에서 당신들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시의 ‘4차 대전’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11 테러 전부터 후세인 제거를 주장했던 그는 테러가 발발하자 이라크 공격을 더욱 적극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도 “이라크는 4차 대전의 첫 번째 전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려움만이 미국에 대한 존경을 갖게 할 것”**

정계에 처음 입문할 당시 울시는 자유주의적 성향의 민주당원이었다. 카터 행정부 시절 국방부 해군성에서 일했던 그가 신보수주의자로 탈바꿈한 것은 리처드 펄 등 강경파의 천거로 레이건 행정부에 기용되면서였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 부시가 1차 걸프전에서 후세인을 제거치 않은 것에 격분해 클린턴을 지지, 클린턴 행정부의 초대 중앙정보국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2년도 못돼 사임했다.

울시의 행적은 ‘부평초’ 같았지만 “후세인 제거에 대한 집착” 만큼은 일관됐다고 FPIF는 평했다. 그같은 강박이 그의 갈지자 행보를 낳게 한 것이다. 이후 그는 현 부시 행정부 강경 정책의 막후 집단으로 얘기돼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에 참여,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중심 목표는 ‘정권 교체’가 돼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클린턴에게 보내기도 했다.

9.11 테러가 일어나자 울시는 후세인 제거 로비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는 리처드 펄의 지시를 받고 해외에 나가 후세인과 알 카에다의 연계를 조사했고,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과 탄저균 테러의 배후에 후세인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워싱턴포스트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슬람을 정복하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알 카에다에 대한 이슬람인들의 지지가 더 커질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울시는 “(이슬람인들이 갖게 될) 두려움만이 미국에 대한 존경을 다시 확립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과 아랍 세계의 개조’를 신념으로 삼고 있는 울시가 이라크 과도정부에 중용된다면 과연 어떤 기조의 정책을 펼지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 국방부 매파들의 지원를 받는 그의 생각이 과도정부 전체의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그가 할 역할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문명의 충돌은 현실화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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