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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프랑스의 '카멜레온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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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프랑스의 '카멜레온 변신'

독일 "후세인 빨리 망해야", 프랑스 "미-영 이겨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해온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승기를 잡는듯 하자 입장을 선회할 조짐을 보여,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독일, "후세인 빨리 망해야"**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과의 회담이 있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독일)는 후세인 정권이 가능한 한 빨리 붕괴돼 민간인이건 군인이건 더 이상의 인명이 희생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라크전에 강력반대했던 독일 정부내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피셔가 최초다.

<사진>

피셔 장관이 전쟁의 조속한 종결과 후세인 축출을 지지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이라크인들의 인권상황이었다.그는 “이라크인들의 상황은 매우 놀랍다”며 이라크인들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 때문에 정권 교체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전쟁 당시 독일의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독일이 사용했던 논리와 유사한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독일은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이라크를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평화적인 수단이 남아있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유엔의 무력 사용 승인에 대해 반대해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전쟁의 목표가 정권 교체라는 것에 대해서도 비난해왔다. 그런 독일이 후세인 정권 교체를 지지한다고 말한 것은 독일의 입장 변화가 자못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베를린 부근의 호텔에서 만난 영국과 독일의 외무장관들은 유럽이 이라크에 대해 공통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라크를 어떻게 무장해제해야 하는 것에 대해 양국간에 의견차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같은 의견차가 “(양국간이 이미 공유했던) 커다란 합의를 감춰왔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미국-영국이 전쟁 이겨야”**

프랑스의 입장 변화도 뚜렷하다.

프랑스는 최근 이라크 전쟁 반대가 이라크 독재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님을 뜻하는 일련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랑스의 총리와 외무장관은 1일 "프랑스는 미-영군의 승리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대변인인 장-프랑수아 코페 장관은 2일 “물론 프랑스도 사담 후세인 정권의 종말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것은 결코 평화주의 원칙이나 반미주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며 이라크 정권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프랑스의 태도 변화에 미국도 유화적으로 화답했다. 하워드 리치 프랑스 주재 미국대사는 2일 프랑스 신문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프랑스는 전쟁에 대한 갈등을 넘어서 눈앞에 놓여있는 문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책장을 넘겨 (전쟁에 관한) 문제를 뒤로 보내야 한다”며 “이제 이라크 재건과 북한 문제, 이란의 금지 무기 확산 등 내일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에 반대하던 독일 프랑스 등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미군이 전열을 정비하고 바그다드로 진격하려고 하는 이라크전의 국면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요컨대 미국과의 화해를 통해 이라크 전후사업에 뛰어들려는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이 함께 참전한 영국까지도 배제하면서 이라크 재건사업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반대측에 섰던 프랑스와 독일이 뒤늦은 변신을 통해 얼마나 떡고물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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