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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전쟁 참여정부' 돼선 안돼"

3ㆍ15 반전평화 촛불대행진, ‘이라크 참전' 반대

이라크전쟁 파병반대 시위가 지난주말 서울을 강타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과 광화문에서 열린 ‘반전평화 촛불대행진’에서 참가한 5천여명의 시민들은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파병 검토안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대 입장을 뚜렷이 했다.

<사진: 할아버지 참가자 >

***“노무현 대통령, ‘No'라 말해야”**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과 여중생범대위가 공동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는 정부의 이라크전 지원을 집중 성토했다.

참가자들은 준비해온 피켓, 현수막 등 각종 선전물과 퍼포먼스를 통해 파병반대의 뜻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반전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앞장서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했던 당당한 외교가 아니다”며 “노 대통령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퍼포먼스 >

이날 집회에 연사로 나온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회원 문명녀씨는 “한미동맹이 전쟁동맹은 아니다"며 “아이들에게 더 이상 슬픈 파병의 역사를 물려 줄 수 없다. 꽃다운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어 “이라크전 다음으로 한반도에 전쟁위협이 다가온다"며 "파병을 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 어떻게 평화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집회에는 고등학생과 영화배우 정진영씨도 발언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회원인 김종민(중앙고 3)군은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당당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진영씨는 “미국은 자기들의 이익을 속이고 작위적인 명분을 만들어 이라크를 공격하려 한다”며 “국제사회의 정치적 역관계 때문에 파병은 어쩔수 없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배우 정진영 >

집회에 참석한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 대통령이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우려를 표하며 “파병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가능하다는 말은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순진한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교수는 아프간 전쟁포로를 비인간적으로 억류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받아들이지 않는 미국이 이라크 국민들의 인권을 위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파병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곧바로 국회앞에 집결, 파병안 부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라크 공격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편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군 파병반대 주장과 함께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호전적 태도를 반대한다는 의사도 적극 제기했다.

<사진: 부시 인형 >

이날 집회의 중심 구호는 ‘이라크 침공 반대와 한반도 전쟁위협 반대’였다. 중앙 연단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과 나란히 걸렸다. ‘감정적인 반미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일반 시민들의 문제제기 때문에 그동안의 반전 집회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던 반미 가요 ‘Fucking USA'도 집회 사전 행사에서 불려지면서 분위기의 변화를 암시했다.

이날 집회의 결의문은 북한에 대한 위협을 경계하는 내용에 절반을 할애하며 이같은 변화를 보다 뚜렷이 보여주었다. 결의문에서는 “작전계획 5027은 북에 대한 핵 선제공격 시나리오일 뿐이고 ‘서울시민 450만이 죽어도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북폭론의 위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미국이 한반도에 핵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결의문에서는 또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침공격훈련이고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극히 위협적인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 외국인 참가자 >

영화배우 정진영씨는 “이라크 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며 “결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정구 교수는 최근 노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언급하며 “부시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면 그 약속과 동시에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거나 B1·B24 폭격기 배치 중단 같은 가시적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노 대통령에게 약속한 ‘평화적 해결’은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사진: fucking usa 춤 >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 과정에서 ‘반미냐 평등한 한미관계냐’의 논란이 제기되면서 다소 주춤했던 반미의 목소리가 이같이 다시 분출하자 시민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집회를 지켜보던 박진호(34, 회사원)씨는 “반미 주장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파병반대나 북폭반대 같이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며 “너무 감정적으로 가면 얻을 수 있는 것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가로막힌 시위행렬 >

그러나 집회에 참석한 김경희(27, 교사)씨는 “너무 감정적으로 나가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미국이 분명 잘못하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을 두고 모두 감정적 반미라고 몰아세워서는 곤란하다. 할말은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종묘공원 본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거리행진을 하며 구호와 피켓 등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시위 행렬은 종로 YMCA 앞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자 인도를 통해 광화문에서 열리는 여중생 촛불시위에 합류했다. 시위대는 경찰과의 별다른 충돌 없이 집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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