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 간척사업이 농지조성이라는 목적을 상실한 시점에서 간척 사업을 중단하고 갯벌의 환경적 ·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가 주최하고 독일 환경재단인 등대재단의 후원으로 4일 명동에서 개최된 '새만금 지역을 살리기 위한 한 독 공동 심포지움)에 참석한 한국과 독일 학자들은 새만금갯벌 간척사업은 원시경관과 생물다양성의 무참한 파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시경관과 생물다양성의 파괴에 의해 초래되는 손실은 회복이 불가능"**
광범위한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독일의 아돌프 켈러만 환경연방청 생태계연구팀장은 "경제발전에 대한 요구와 자연보호의 필요성 사이에 실질적인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재생 가능한 자원들을 조심스럽게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켈러만 박사는 또, "원시경관과 생물다양성의 파괴에 의해 초래되는 손실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경관과 자원이용이 가져다주는 장기적 이익에 대해 우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슈레스비히-홀스타인 주(州 ) 갯벌국립공원보호청의 코스막 쉬테판 박사는 "지난 세기 초 갯벌 보호지역이 최초로 생겨난 이래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에 걸쳐 거의 1만km에 달하는 갯벌이 보호 대상으로 지정됐다"며 "20년 전부터 자연환경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새만금 방조제는 4만ha의 갯벌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고철환 교수(서울대 해양학)는 '왜 다시 새만금인가?'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방조제를 완전히 막으면 4만㏊의 새만금은 죽음의 생태계로 변한다"면서 "지금 진행되는 방조제 축조를 중단하고 바닷물을 드나들게 해 조류의 흐름을 살린 후, 갯벌을 살리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재 가톨릭대 사회학 교수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정치적 결정이었고, 추진 과정에서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았다"며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와 경제적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새만금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의 뜻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갯벌 보존을 위한 논쟁 15년간 지속**
헬무트 그림 갯벌국립공원보호청장도 독일에서 간척사업에 대한 논란이 상당했음을 말해줬다. 그림 청장은 "1985년 슈레스비히-홀스타인 주 갯벌은 법률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이는 지역주민과 NGO, 학자, 행정담당자, 정치인들이 15년간 격렬한 토론을 벌인 결과였다"고 밝혔다.
그림 청장은 "이해관계가 다른 농민, 어민, 상공인, 정치인 등을 설득하기 위해 15년간 토론하고 또 토론하고, 다시 토론하는 과정을 거듭한 결과 간척을 포기하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국립공원의 관광 수입이 간척 이익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지역주민들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레스비히-홀스타인 주 갯벌국립공원 지역주민들에 대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49%의 주민들이 갯벌 국립공원을 '자랑스러워(proud)'하고 있고, 38%는 '중요한(important)'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림 청장은 또 "갯벌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관청의 역할은 지역주민들의 가치관과 전통, 우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효과적인 타협안을 만드는 일"이라며 "법률의 목적이 지역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더 나아가 법률 시행에 있어 주민들의 지원을 확보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새만금 지역을 위한 대안은 원칙부터 세워야**
조경만 교수(목포대 문화인류학)는 "현재 정부 관료들에게 듣기 좋은 사탕발림식의 대안 제시는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역의 역사적 문화의 배경을 충분히 고려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대안의 원칙으로 ▲지역 생태계와 문화체계에 대한 체계적 조사를 통한 계획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도하는 지식과 의사결정과정의 창출 ▲생태계와 문화 지식의 종합적 활용모델 강구 ▲지역주민, 대학, 전문가, NGO, 행정기관의 협동 프로젝트 개발 ▲지방, 지역(생물지역), 국가, 국제적 연망 내에서 생태계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문화적 자원 창출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이날 행사에 이어 5, 6일 전북 부안금 새만금 현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새만금 간척사업의 과감한 중단과 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