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정리되면 다음에는 북한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31)는 "우리가 이번에 명분없는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하지 않으면 미국이 똑같은 논리로 북한을 위협할 때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15일 열리는 반전시위의 의미를 규정했다.
<사진: 정욱식>
정 대표는 1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 그리고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왔던 평화체제에 대한 근본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을 거의 전적으로 보장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내세우고 있는 위협은 억지"라고 말했다.
***"미국, 우리나라가 MD 가입 안하면 주한미군 철수한다고 압박할 것"**
정욱식 대표는 최근 TV를 통해 '익숙해진 얼굴'이다. TV방송사 등이 한-미 갈등의 핵인 MD(미사일방어) 문제나 북핵문제 등을 다룸에 있어 '전문가'로 그를 자주 화면에 끌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평화네트워크는 반전과 반핵, 군축 등을 주요 목표로 상정하고 활동하는 국내의 거의 유일한 전문 시민운동단체다. 99년 9월 출범해 어느덧 4년째에 접어들고 있으나 사실상의 상근활동가는 정 대표 한명이다. 말 그대로 '일인군단(一人軍團)'이다.
그는 자신이 반전평화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학 졸업반이던 98~99년에 북한 식량난과 지원활동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대북지원이 잘 안되는 것이 활동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보수언론 때문이더라. 보수언론들의 부정적인 역할을 파헤치려고 언론 모니터링도 하고 대북지원단체와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왜 한국에는 평화운동단체는 없을까하는 허전함을 느꼈다. 굉장히 모호한 얘기가 될 수도 있는데, 북한 식량난이나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 결국은 평화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시작된 평화네트워크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시민운동계의 '작은 거인'으로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금은 대다수 국민이 주목하는 미사일 방어체제(MD) 문제를 공론화한 것도 평화네트워크였다. 수십 차례의 토론회도 열었고 관련 서적도 몇 권 내면서 어느덧 1백50여명의 후원회원과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3천2백명의 일반회원을 확보, 이제는 내로라 하는 시민단체가 되었다.
정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서도 '전문가적 식견'을 보였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MD 참여를 강요하면서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MD에 참여하지 않으면 주한미국을 주둔시킬 수 없다'고 협박할 거다. 한국이 MD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도 사실상 한발 들여놓은 상태고 노무현 정부도 그런 압박을 전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부시정부가 노무현 새 정부에 대해 '정치압박 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MD로 대표되는 미군수품 매입 압박이 동전의 앞뒷면 관계에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세력에게 빌미 줄 행동 삼가해야"**
정 대표는 "촛불시위, 북핵문제, 이라크 전쟁 등이 우리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이 시점에서 평화운동이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면서 반전과 평화에 동의하는 광범위한 사람들을 묶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방책으로 정 대표가 제시한 것은 '진입장벽 낮추기'와 '뚜렷한 목표제시'였다.
그는 '진입장벽 낮추기'와 관련, "과격화되고 목적이 불분명해지면 집회에 대한 진입장벽만 높아지게 된다. 장벽을 최대한 낮추고 공통분모를 찾아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입장벽의 대표적 예로 보수세력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촛불시위에서의 대형 미국성조기 찢기를 들었다.
정대표는 "평화와 반전을 얘기할 때 미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한 반미가 아니라 '미국 군사패권주의에 대한 반대'나 '소파개정'과 같이 선명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사진: 책 스캔받은 것>
어수선한 한반도 상황과 국제정세가 정 대표를 바쁘게 만드는듯 싶다. 서울 만리동의 평화네트워크 사무실에서 가진 이날 인터뷰도 오전 9시에나 가능했다. 그후 일정이 빡빡히 잡혀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도중 정 대표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첫 번째 단독저서인 <2003년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부시의 예방전쟁과 노무현의 예방외교>(이후 출간)라는 책을 꺼내놓았다. "활동가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그는 평화네트워크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언론에 기고도 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책도 써내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했다.
정 대표가 바라듯 평화운동이 확산되고 뿌리내릴 날은 과연 언제일까. 세계 7백여 도시와 함께 서울, 부산, 원주에서 15일 열리는 이라크 전쟁 반대시위에 모인 사람들의 눈빛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단순한 반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을 비판해야"**
프레시안 : 15일 국제공동반전평화대행진이 열린다. 북핵문제가 고조되는 한반도에서 이라크 전쟁반대 시위를 하는 의미는.
정욱식 : 우선은 유럽, 일본에 있는 사람들이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라크 전쟁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와 국제법, 국제평화체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전쟁이다. 미국이 제시하는 전쟁의 불가피성에 수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 활동에 전적으로 협조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강행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이라크와 북한은 미국이 말하는 윈윈 전략의 대상이 되어왔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 후에 북한을 손보려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강한 우려가 있다. 이것이 한반도에서 이라크 반전시위를 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라크 전쟁 반대는 우리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우리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같은 논리와 명분으로 북한을 공격하려고 할 때 우리가 국제사회에 할 말이 없다. 같이 반전운동 하자는 얘기를 한다면 그 도덕적인 근거가 없는 셈이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반미로 가는 반전집회는 안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정욱식 : 내용상으로는 반전과 반미가 접목된 부분이 많이 있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강행하려는 국가는 바로 미국이고, 미국의 일방주의적 군사패권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반미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반전과 반미가 그렇게 맞물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표출하는 방식은 좀더 분명하고 뚜렷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집회 같은 의사개진 공간에서 미국을 반대한다는 것은 미국이 강행하려는 전쟁과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에 대한 반대임을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난번 촛불시위에서처럼 성조기를 찢는다거나 하는 방식은 좀 곤란하다고 본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고 감정만 자극시키는 것이다. 거꾸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대신 소파개정이나 평등한 한미관계와 같은 의견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도록 내용을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시안 : '반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지.
정욱식 : 아니다. 나는 표현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현안에 초점을 맞춰서 미국과 국제사회에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전체가 반미시위처럼 돼 버리면 요구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더러, 부시의 군사패권주의에 반대하는 미국내 목소리를 끌어안기 어렵다. 그들과의 연계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한데, 내용없는 반미로만 간다면 '공통의 언어'를 발견하기 힘들다.
<사진: 정욱식>
프레시안 : 국내에서 '공통의 언어'를 발견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정욱식 : 기존의 소위 '운동권' 방식과 일반대중이라 할 수 있는 네티즌들 사이에 일종의 긴장이 존재한다.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풀어가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반미다 아니다 하는 논쟁은 불필요한 것이다. '왜 이게 반미시위가 아니냐'고 말하는 반미성향 운동단체들의 주장과 '반미시위니까 안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대립적이지만, 그들이 촛불시위에서 구사하는 언어는 상당히 유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라고,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대북 강경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공통코드'를 가진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때 만약 집회를 한다고 하면 일종의 '자발적인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 집회의 성격은 이러이러한 것이기 때문에 성조기를 불태운다는 것은 자제하자'거나 '주한미군에 대해 직접 욕한다거나 듣기 거북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자제하자'는 식으로 우리 스스로 자제해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 과격화되고 목적이 불분명해지면 집회에 대한 진입장벽만 높아지게 된다. 장벽을 최대한 낮추고 공통분모를 찾아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프레시안 : 그점을 기존의 운동단체에 제기했나.
정욱식 : 얘기는 했다. 변한 점도 많다. 기존의 방식에 대한 내부적인 반성도 있다. 그러나 촛불시위를 계기로 주한미군 철수운동으로 나가야 한다고 솔직히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또 실제로 그 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런 얘기일 수 있으나 때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문제로 쟁점이 변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한반도 위기와 한미관계 정상화의 과정에서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보수세력과도 마찬가지다. 서로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해 서로간의 차이만 확인하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냉전의 벽을 높이는 것밖에 안 된다. 운동진영에서는 대중적인 동의와 참여를 높이려는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반도 상황 시민사회가 감당키 어려웠으나..."**
프레시안 : 한국의 반전, 평화, 반핵운동의 한계가 있다면.
정욱식 : 우리가 당면한 과제가 무척 큰 것에 비해 우리의 평화운동 경험과 철학은 상당히 부족하다. 우리 시민사회에서 이라크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다. 핵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첨예했던 곳이 한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반핵단체가 하나도 없다. 민간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이 우리 평화운동의 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민주화과정에서 우리 안의 문제가 너무도 컸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해야만 하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우리도 반전과 반핵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그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있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현재 국제사회의 평화운동은 북한에 대해 안 좋은 시각을 갖고 있다. 반전과 반핵이 평화의 두 기둥인데 북한이 반핵 원칙을 깨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반핵 원칙을 깰 수밖에 없었던 한반도의 복잡한 문제를 외국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채널이나 소스가 없다. 외국어 서비스를 하는 언론은 조중동뿐이다. 반전반핵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한반도의 복잡한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시민사회가 길러야 한다.
그렇다고 반핵 원칙을 깬 북한을 옹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우리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당자자로서 반핵보다는 반전이 더 중요한 생존의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도 빨리 찾아야 한다.
<사진: 정욱식>
프레시안 : 왜 그런 한계가 있어왔다고 보는가.
정욱식 : 한반도에서의 반전반핵은 그 내용에 있어 반미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미는 터부시되는 주제였고 법적으로는 국가보안법과 연계된 것이었다. 80대에도 엄연히 존재했던 반전반핵운동은 이런저런 탄압을 당하고 조직사건에 연루되었고 통일운동과도 연계되면서 친북성 혐의를 받았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자유롭기 힘든 토양에서 반전반핵평화운동을 하다보니 시도됐다가 중단되는 과정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바탕으로 네티즌이 성장하고 새롭게 각성해 평화운동이 자연스럽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열악한 단체상황과 활동가 재생산 구조가 시민사회의 지원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평화운동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의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하고 활동가들의 자기전망과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프레시안 : 한국의 반전평화운동 현황은.
정욱식 : 평화운동을 전문적으로 표방하는 곳으로 평화네트워크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인권연대,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 다함께 등이 있다. 참여연대에서도 평화군축센터가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환경단체들도 평화운동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안보위기가 고조돼야 힘을 받는 평화운동의 역설적인 구조에서, 위기가 없는 상황에서는 무슨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자기 정체성과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네트워크, '평화운동의 싱크탱크' 꿈꿔**
프레시안 : 평화네트워크의 목표와 '네트워크'의 의미는.
정욱식 : 평화의 군사적 표현은 '안보'다. 안보는 한 공동체의 공공재 성격을 띤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장 비민주화된 부분으로 남아있는 곳이 안보분야다. 어떻게 보면 최후의 민주화 영역일 수도 있다. 이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시민적인 감시와 민주적 통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사회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봤다. 네트워크라는 개념은 단체, 시민, 학생, 전문가, 그리고 국내외의 활동을 네트워크화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물론 시민단체다.
동시에 우리는 평화운동의 싱크탱크를 표방한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직접 행동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아직 역량과 여건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공간 활동이 미흡해 아쉽긴 하지만, 평화네트워크가 하는 역할에 대해 좋은 평도 있고, 바람직한 시각을 제시하는 역할도 필요하리라 본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공론화다. NMD, TMD가 뭔지도 몰랐던 2000년 초부터 그 문제를 제기했다. MD(미사일방어)문제가 지금처럼 공론화한 것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고 본다. 물론 직접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역시 아니다.
프레시안 : 평화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욱식 : 대학 졸업반이던 98~99년에 북한 식량난과 지원활동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대북지원이 잘 안되는 것이 활동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보수언론 때문이더라. 보수언론들의 부정적인 역할을 파헤치려고 언론 모니터링도 하고 대북지원단체와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왜 한국에는 평화운동단체는 없을까하는 허전함을 느꼈다. 굉장히 모호한 얘기가 될 수도 있는데, 북한 식량난이나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 결국은 평화라고 생각했다.
***"MD 가입 안하면 주한미군 철수한다고 협박할 것"**
프레시안: 최근 한반도 상황을 진단한다면.
정욱식: 나는 과거에 주로 미국 신문을 모니터링했다. 계속 하다보니 미국의 매커니즘이 읽혀졌다. 어제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장이 나와서 북한 미사일 얘기를 했는데 그건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들이 강성 발언을 할 때는 대체로 예산심의를 앞두고 있을 때다. 99년에도 '수년 이내에 미국이 북한 핵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조지 테닛이 갑자기 말했었다. 미국 강경파들이 말하는 북한위협론은 한두해 동안의 작품이 아니라 탈냉전 이후에 십여년동안 만들어왔던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MD 참여를 강요하면서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MD에 참여하지 않으면 주한미국을 주둔시킬 수 없다'고 협박할 거다. 한국이 MD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도 사실상 한발 들여놓은 상태고 노무현 정부도 그런 압박을 전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위협이 생겨나면 방치하거나 그 위협과 거래해 자기들의 정치군사적 이해를 충족시키는 경향이 있다. MD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러시아 중국의 '질적 핵전략 증강프로그램'을 용인해 주는 것이 바로 위협과의 거래고 북한의 경우가 위협의 방치다. 미국은 북한을 방치하면서 '북한이 굴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북한이 미사일과 핵을 모두 갖게 된다면 일본, 남한이 자연스럽게 MD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매커니즘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프레시안: 바쁜데 긴 시간 내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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