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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초반부터 비판할 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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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초반부터 비판할 건 비판"

<신철영 경실련총장 인터뷰> “비판적 거리두기 고수”

'적극적 연대냐, 비판적 견제냐.'

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향후 시민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화제다. 경실련은 상대적으로 "정권 초반부터 비판적 견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3일 오후 경실련 신철영 사무총장을 만나 새 정부에 대한 경실련의 입장과 시민운동의 향후 역할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노무현 정부라고 달라질 게 있나"**

신 총장은 새 정부와의 관계설정에 있어 '비판적 거리두기'가 확고한 원칙임을 거듭 강조했다. 신 총장은 "많은 분들이 노무현 정부라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냐고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부와의 관계가 실제로 달라질 게 있는가 싶다"며 "시민단체가 가지는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정부와의 일정한 비판적 거리두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시민단체계에서 논란이 됐던 "김대중 정부 하에서 시민운동이 비판과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실련 성명도 시민운동의 본령을 되찾자는 원칙적 의미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신 총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초 IMF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우리가 좀 더 호의적으로 봐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나중에 아들 비리같은 것이 터지는 걸 보면서 김대중 정부가 그렇게 된 데에는 일정 부분 우리 책임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여기에는 노무현 당선자의 시민단체 신년 하례회 참석을 계기로 언론을 통해 불거진 시민운동과 새정부와의 '밀월관계'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미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신 총장은 또 "노무현 정부의 경우에는 DJ 정부보다도 시민단체와 가까울 수 있는 성격이지만, 옛날 일들을 우리 스스로 반성해가면서 출범 초기부터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개혁추진 범국민협의회(가칭)' 등 시민단체들이 여야 정치인들을 견인해 정치개혁을 주도해 나가려는 흐름에 대해서도 신 총장은 "기본 원칙은 좋지만 그 과정에는 정교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경계했다.

신 총장은 그러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공직 참여에 대해선 "시민운동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공직에 진출하면 안된다거나 반드시 공직에 진출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적합한 논란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출신에 상관없이) 잘 골라서 제자리에 앉히는 것이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정당 부재, 정부 부실이 시민운동 영향력 키웠다"**

신 총장은 그동안 시민운동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시민단체에 상당히 전문화된 인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한국 시민운동이 가지는 하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책정당의 부재와 정부의 부실이라는 외적 요인도 시민운동의 영향력을 커지게 만든 원인으로 꼽았다. 신 총장은 "이념과 정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책정당이 있었다면 경실련을 포함해서 지금 만들어진 시민단체들의 역할은 상당 부분 그쪽에서 다 소화해 냈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잘못된 방향을 세워놓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부정부패 문제들도 시민단체의 영향력을 키운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시민운동이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과 진로와 관련해선 전문적 역량이 필요한 "추상성이 높은 운동"과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할 "생활운동"의 영역을 분리했다.

신 총장은 "중앙정부나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운동은 추상성이 높다. 그 부분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참여하자고 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라며 "그 분야에는 보다 폭넓게 전문가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생활정치 영역으로 내려가면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며 "추상성이 높지 않은 부분에는 일반인들의 토론과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또 몇몇 규모있는 시민단체들이 '백화점식 사업'이나 사업 영역을 독점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에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가피성이 있다"며 "자생력을 가지고 분화되면 좋은 일이지만 인위적으로 쪼개서 그 이슈가 약화된다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13일 오후 경실련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신철영 총장과의 인터뷰 전문.

***"새 정부 출범 초부터 비판할 건 비판하겠다"**

프레시안 : 어려운 시기에 경실련 사무총장직을 맡아 벌써 1년 3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의 활동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어떤가.
신철영 : 내부에 참여하는 분들이 열심히 해 줬다. 우리 성원들이 공통으로 얘기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는 것이다. 참여하는 전문가들이나 상근자들이 노력해 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운이 있으니까 금년에는 좀 더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경실련이 올해 주력하기로 한 사업은 어떤 분야인가.
신철영 : 이번주 토요일에 중앙위원회를 한다. 내부에서 정책토론도 하고 있다. 과제들을 뽑다보니까 20여개가 됐다. 가장 큰 부분은 재벌, 금융, 행정, 부정부패 척결, 복지제도의 개선 등이 큰 이슈다. 다만 새 정부도 순서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기별로 우리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다.

프레시안 : 시민운동이 새 정부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가 화제다.
신철영 :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의 정부 가운데에는 가장 개혁성이 강한 정부다. 우리는 새로운 정부가 일을 잘해서 이 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를 바란다. 새 정부가 개혁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면 잘 되도록 협력하겠다. 그러나 일이라는 것이 잘되기만 하겠나. 가다보면 잘못되기도 할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도 하고 정확하게 문제제기 하는 것이 이 정부가 잘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잘못되도 모른척 하고 눈감고 넘어가는 것이 우리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많은 분들이 노무현 정부라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냐고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부와의 관계가 실제로 달라질 게 있는가 싶다. 기본적인 입장이나 태도가 변화될 것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가지는 중요한 원칙중의 하나는 정부와의 일정한 비판적 거리두기이다.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제안하지만 때로는 비판도 하는 것이다. 만약에 새 정부가 정말로 제대로 된 길을 간다면 협력과 지원의 폭은 당연히 넓어진다. 그런 양적인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질적인 차이가 없다. 비판적 거리를 유지한 관계는 어느 정부 때에도 우리가 견지해 온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가 가장 개혁적이라고 말했는데, 새 정부가 우선순위에 놓고 처리해야 할 정책들을 꼽는다면.
신철영 : 정당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은 상당히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높아야 한다고 본다. 또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는 개혁이 돼야한다. 그 중에는 검찰개혁,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 마련, 혹은 재벌개혁을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이다. 이런 부분들은 중요하기도 하고 시급성도 있는 문제다.

프레시안 : 그런 면에서 인수위가 내놓는 새 정부의 청사진을 보면서 긍정적으로 보는 점이나 우려스럽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무엇인가.
신철영 :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정리된 입장이 나온 걸 보고 얘기해야지, 언론보도만 보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갑이라는 인수위원이 얘기한 게 다음날 아니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말이 왔다갔다 하는 때라서 최종적으로는 보고서를 놓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프레시안 : 시민운동 출신 인사들의 공직진출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가. 경실련을 거쳐간 인사들도 다수 거론된다.
신철영 : 시민운동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공직에 진출하면 안된다거나 반드시 공직에 진출해야 한다거나는 적합한 논란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일 한사람 한사람이 역량이 있고 적재적소에서 잘 할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시민운동을 했건, 법조계에 관여했건, 기업을 했건, 정치를 했건 관계 없다. 잘 골라서 제자리에 앉히는 것이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시민운동을 했다고 해서 뭐라고 할 부분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시민운동가들의 공직 참여를 두고 크게 두가지의 우려섞인 시선이 있다. 정권과의 암묵적인 파트너십이 형성되면 비판 기능이 무뎌질 것이라는 비판이 하나이고, 의도와는 무관하게 시민운동의 순수성에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내적인 우려가 또 다른 하나다.
신철영 : 전자는 앞서 얘기가 됐다. 다만 후자와 관련해, YS정부 때나 DJ 정부 때에도 그런 의구심이나 우려가 있었다. 과거 정부 때에도 경실련 출신 전문가들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경실련은 이 정부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다. 개인이 정부에 들어갔다고 해서 경실련이 정부가 잘못한 부분까지 감싸고 돌지는 않았다. 개인적 선택의 문제를 시민단체의 순수성과 연관시켜서는 안된다.

***시민운동가들의 공직 진출과 시민운동의 순수성은 무관**

프레시안 : 지난달 김대중 정부 하에서 시민운동이 비판과 견제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신철영 :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에는 IMF 위기라는 상황이었다. 또 야당이 초기에는 다수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가 좀 더 호의적으로 봐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중에 아들 비리 같은 것이 터지는 걸 보면서 김대중 정부가 그렇게 된 데에는 일정부분 우리 책임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프레시안에서 본질과 어긋난 점을 보도해서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물론 우리 내부에 문제가 있고, 그것이 정말 문제라면 드러내놓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일이 그럴만한 사안이라고 동의하기 힘들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성명은) 우리의 원칙적인 측면에서 내적으로 자성을 하자는 의미가 컸다.

성명을 내기 까지의 과정도 알아야 한다. 성명을 내기 전에 시민단체와 현 정부가 마치 엄청난 밀월관계가 있는 듯이 언론에서 보도했다. 노무현 당선자가 신년 하례회에 참석하고 하면서 언론 보도가 그런 쪽으로 흘렀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운동이 본령으로 해야 할 비판적 거리라는 원칙을 천명하는 과정이었다.

프레시안 : 말한 바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초기의 위기 상황을 맞아 호의적 관계를 맺은 것이 차후 비판을 해야 할 시점에 비판을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신철영 : 그런 건 아니다. 김대중 정부가 나중에 아들비리가 터지고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처음부터 강하게 비판과 감시 역할을 했다면 좀 더 달라질 수 있지 않았었겠냐는 내부의 반성이었다.

언론에서 흔히들 6개월 기간은 허니문 기간이라고 하지 않나. 김대중 정부 초기에 우리도 그런 측면에서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조금 부드럽게 하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초기부터 우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잘못한 점을 좀 더 강하게 비판을 했다면 현 정부가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극히 원칙적인 차원에서의 반성이었다.

프레시안 : 성격상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보다 시민단체와의 거리가 가깝다고 보여진다. 그렇게 본다면 노무현 정부 초기에도 시민단체와 밀월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인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노무현 정부의 경우에는 DJ정부보다도 시민단체와 가까울 수 있는 성격이지만, 옛날 일들을 우리 스스로 반성을 해가면서 출범 초기부터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는 의미이다.

프레시안 : 개혁을 표방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비판하겠다고 하는데도 다른 시민단체들과 비교할 때 경실련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신철영 : 소위 '합리적 진보'라고 하는 시각에서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밖에서 경실련을 평가하는 것은 온당하고 정확하다고 본다. 그러나 경실련이 완고한 원칙을 고수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진 원칙중의 하나가 내부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면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디다. 내부에서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으면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서로들 노력을 하고 양보를 해서 의견을 만들어 발표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이런 노력은 소중하고 필요하다고 보고 경실련이 그런 원칙을 꾸준하게 견지해 나가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굉장히 적은 스펙트럼의 차이인데 그런 정도의 서로간의 차이를 절충하지 못하고 내부 공감대를 만들어나가지 못할 때 과연 국민과의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 있겠느냐는 판단이다. 우리 사회에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가. 그런 점에서 여전하게 우리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새정부의 과제로 정치개혁을 우선순위로 말했는데, 시민단체들이 정치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다. 정치개혁추진 범국민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도 '비판적 거리두기'의 일환인가.
신철영 : 그렇지는 않다. 미세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의견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큰 틀에서 놓고 볼 때 당사자인 정치인들과 개혁을 주장했던 제3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하고 방향을 찾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13개 단체가 하겠다고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함께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우리 내부의 토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가면서 정당 내부에서 논란이 되는 것을 쭉 봤더니 우리가 선거 전에 논의사항으로 준비한 것보다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점에서라면 우리 내부에서 다시 논의를 하고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다른 단체에서는 자기들 의견을 가지고 가는 것 아닌가. 우리가 준비없이 참여해봐야 좀 천천히 가자는 뒷다리 잡는 역할 뿐이다. 그런 역할이 온당하겠는가. 다른 단체들이 의견을 빨리 결정해서 나아가는 데는 길을 열어줘야지 우리가 뒷다리를 잡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 내부에 충분하게 토론이 돼서 정리돼야 할 사안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런데 내부 토론 없이 다른 단체들과 함께 해서 입장이 나오면 마치 경실련 전체 입장인 것으로 비쳐지고 내부 원칙이 깨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린 내부에서 충분하게 토론하고 합의하는 절차를 거쳐서 조금 더디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프레시안 : 시민단체가 정치개혁 논의를 주도하고 정치권을 견인하자는 시도에는 공감한다는 말인가.
신철영 : 기본 원칙은 좋다. 여야 주요 정당이 참여하고 시민단체들이 참여해서 같이 논의하자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 정교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인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데.
신철영 : 활동이라고 하기 어색하다. 내가 하는 것은 낮은 단계의 활동이다. 추천된 사람들을 일정하게 스크린 하는 정도의 개념이지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프레시안 : 스크린의 기준을 가지고 있나.
신철영 : 이번 행자부 장관이 어떠어떠한 일을 중요하게 해야 한다는 제의 정도다. 우리가 그동안 생각한 것도 있으니까 논의가 더 진행되면서 기조가 정해질 것이다. 논의 되는 것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나는 중요한 역할이라기 보다는 기초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에서 장관 임명이나 추천하고 나서 상당히 구설이 많았다. 그런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 자체는 진일보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고건 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가 얼마 안남았다. 국회 인준 전에 경실련 입장을 표명한다고 했는데, 정해진 방향이 있나.
신철영 : 청문회를 지켜봐야 한다. 지난번에 장상, 장대환, 김석수 총리 청문회를 치르지 않았나. 어떤 경우에는 그때까지 취합된 정보를 가지고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인 것은 청문회를 보고 나서 내렸다. 장상, 장대환씨의 경우에는 우리가 반대를 했고 김석수 총리 인준때는 우리가 아무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법관을 지냈는데 5년만에 재산이 16억이 늘었다거나 삼성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었다거나 하는 흠결이 없지 않았다. 특히 재산증식 문제를 가지고 우리 법조인들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한결같은 평가는 그분이 대법관을 지내고 나와서 그정도면 돈 모은게 아니라고 하더라. 우리같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액수로 보여지는데 그 사회에서는 그렇게 평가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판단할 때는 김석수 총리가 문제 없고 깨끗하다고 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정적 견해를 표명할 만큼 흠결이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부에서 토론을 하다가 그럼 의견을 발표하지 말자고 했다. 발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의견이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고건 지명자의 경우에는 냉엄하게 지켜보고 종합하면서 여러 가지 사항을 보고, 청문회도 지켜본 후에 최종적인 의견을 낼 것이다. 내부 토론을 한 다음에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정책정당 부재, 정부 부실이 시민운동 영향력 키웠다"**

프레시안 : 정치환경이 바뀌고 최근 시민단체 내부의 문제도 불거지면서 시민운동도 변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10여년 동안 이룩한 시민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말한다면.
신철영 : 사회가 발전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개혁하고 발전하는데 시민단체가 공헌한 부분이 많이 있다. 자화자찬 같지만 금융실명제가 정착됐다거나 부동산 투기문제를 제도적으로 잠재워놓은 것엔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컸다. 부정부패 문제도 옛날보다는 훨씬 낳아졌다고 평가한다. 선거가 공정해진 것도 시민단체들이 공정선거를 위해 노력해 온 결과라고 본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제도적 개선을 하는데 시민단체의 기여가 있었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봐서 우리나라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보면 세계적으로도 톱클래스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된 중요한 요인의 하나는 시민단체에 상당히 전문화된 인력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토중의 하나가 실사구시다. 공리공담, 추상적인 토론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구체적 토론을 하고 대안도 구체적으로 내자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만들어낸 대안이 형편없는 대안이라고 평가 받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건 우리 내부의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정보들을 취합하고 문제를 분석해서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한국 시민운동이 가지는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력의 질이 정당보다도 훨씬 낫고 정부의 싱크탱크보다도 낳은 면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 시민단체들이 역할을 해 왔다고 보고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가 그런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외적 요인의 하나는 정당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정당의 실패라는 부분이 하나의 요인이다. 이념과 정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책정당이 있었다면 경실련을 포함해서 지금 만들어진 시민단체들의 역할 중 상당부분을 그쪽에서 다 소화해 냈을 것이다. 그건 정상적인 사회에 필요한 역할 배분이다. 또 하나는 정부가 부실한 측면도 있다. 잘못된 방향을 세워놓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거나 공개해야 할 부분을 공개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부정부패의 문제들이 시민단체의 영향력을 키운 요인이다.

짧은 시간에 될 일은 아니겠지만 길게 보면 정당들이 비슷한 의견과 정책을 가진 그룹들로 분화돼서 그 안에서 충분한 정책을 생산해 내고 국회를 통해서 입법화시켜내는 식이 될 때쯤이면 시민단체의 부담이 좀 줄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그것이 사회가 정상화되는 길이다.

***전문성 강화, 시민참여 확대가 시민운동의 관건**

프레시안 : 외적 환경변화를 말했는데 '시민운동'이라는 말 그대로 시민들의 인식수준의 변화와 운동방식의 변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어떤가.
신철영 : 기존에 해오던 운동방식에 기초해서 수행하는 과제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당분간 지속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크게 봐서는 변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나는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수단을 어떻게 시민활동 속에 제대로 접목을 시키느냐이다. 그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내고 토론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지금까지 제한된 인력이 수행했던 활동에 비해서 훨씬 토론의 질도 발전할 것이고 국민들 합의를 도출하기도 좋을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시민이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여전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나 소수 활동가 중심의 운동이라는 비판이 있다.
신철영 : 여러 단계가 있다. 중앙정부나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운동은 추상성이 높다. 그런 부분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참여하자고 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다. 그 분야와 이해관계가 있거나 전문성이 있는 분들이 참여해서 토론해야 질도 유지가 되고 내용있는 결과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 일반 시민들이 무차별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는 보다 폭넓게 전문가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켜서 많은 사항들을 검토하고 토론해야 질 좋은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

대신 생활정치 영역으로 내려가면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본다. 시민들이 생활적으로 느끼는 문제로부터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는 추상성이 높은 것에는 전문가들의 참여를 높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는 일반인들의 토론과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본다. 그런 시도들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프레시안 : 백화점식 사업 나열이라든가, 소수 단체가 모든 사업을 독식하는 구조도 문제라고 한다.
신철영 : 경실련 참여연대 같은 단체를 보면 이슈가 종합적이다. 어떻게 보면 마치 정부조직 같기도 하다. 그런 기능들은 상당부분 정당이나 관련 싱크탱크들이 해야할 역할이다. 시민운동의 경우에는 보다 전문화된 영역에서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린 가능하면 많은 것을 안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환경 파트를 우리 내부에 둘 필요가 있겠나. 우리가 여성부분이 취약하다고 하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그런 사업을 할 필요가 있겠나. 시민운동이 백화점식 운동이 아니냐는 논란이 많이 있었다. 참여연대가 처음 출발을 했을 때 경실련이 그런 비판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백화점식 운동이라는 비판은 하지 말라고 했다. 그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가피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불가피성이 없어지는 때가 되면 우리 사회가 조금 발전하는 때가 될 것이다. 아직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자생력을 가지고 분화되면 좋은 일이지만 인위적으로 쪼개서 나눠서 그 이슈가 약화된다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억지를 써서 분리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일을 더 보태서는 안된다고 본다. 기존의 사업을 좀 더 충실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만성적인 재정적자도 시민운동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겠는가.
신철영 : 가장 정통적인 방안은 회원들의 숫자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중간 과정에서는 다른 방안도 찾아야겠지만 그것을 기본 방향으로 해야한다. 그러기까지에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프레시안 : YMCA 사태 등으로 시민단체의 관료화도 문제로 등장했다.
신철영 : 이유가 무엇이건 그런 문제가 불거진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얘기하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으면 자연히 드러나야 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 그런 과정의 하나로 볼 수밖에 없지않겠나 싶다. 이사회 구조가 회원들 참여를 차단해 왔던 부분이 있고 몇몇 분들이 역할을 상당히 오래해 온 과정에서 생긴 문제다. 합리적으로 해결돼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앞으로 시민운동이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 본다면.
신철영 : 시민운동이 보다 많은 시민들과 관계하고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치나 행정이나 기업의 수준을 반영하는 기본적인 거울은 국민들의 수준이다.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나 기업이나 바뀌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 하나하나의 문제를 분석을 하고 추구해나가기 위해서 보다 많은 과제들을 풀어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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