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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원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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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원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연세대 27일 새벽 기습철거, 교수들 사흘째 철야농성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연신원) 건물 철거에 항의하는 교수들의 '천막 철야농성'이 혹한 속에서도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연신원 지키기와 에코 캠퍼스를 위한 모임’(연신원 지키기 모임)은 지난 27일부터 철거된 연신원 자리에 천막을 세우고, ▲지난 27일 새벽의 기습철거 만행을 저지른 총장의 사과와 자진사퇴 ▲연신원 건물의 복원과 학내 전통적 공간의 보전 대책 수립 ▲개발ㆍ성장제일주의적 학교 행정의 철폐와 친환경적 '에코 캠퍼스(eco-campus)' 건설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연신원 새벽기습철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일"**

연신원 건물은 연세대에 한번이라도 들어가 본 사람이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인상적인 건물이다.

이 건물은 1964년 국제선교협의회(IMC)에서 기증하여 세운 고딕 양식의 건물로, 주위의 핀슨홀 한경관 등 고풍스런 건물과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고즈넉한 환경이 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신학대학원측이 공간부족과 교육환경 개선을 이유로 새로운 건물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됐고, 1995년 재단 이사회의 승인을 얻고 건립자금 마련, 각종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지하4층 지상4층의 ‘선교센터(가칭)’ 건립을 추진중이었다.

그러자 연신원 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교수들로부터 제기됐고 이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공식적으로 항의 운동을 벌이게 되면서, 학교측은 더 이상 공기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지난 27일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굴삭기 2대를 동원해 강제 철거했다.

연신원 철거 문제에 대해 ‘연신원 지키기 모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반발하고 있다.

첫번째는, 학교당국의 학내 의견을 무시한 비민주적인 처사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학교 내의 난개발로 인한 녹지 공간의 축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친환경적 에코 캠퍼스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연신원 지키기 모임 김용민 교수(독문)는 “학교측의 철거 강행 움직임을 파악하고 21일부터 연신원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으나, 농성 참가 교수들이 집에 돌아간 야간을 틈타 학교당국이 군사 독재식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밀어붙이기식 철거를 자행했다”며 “21세기에 그것도 가장 민주적이어야 하는 대학이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김 교수는 또 “연신원 철거 문제는 단순히 연신원 문제만이 아니다”며 “지금처럼 학교측에서 환경적, 역사적 고려 없이 일단 짓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학교내에 학문과 연구 분위기 조성을 위한 친환경적 캠퍼스를 조성하는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철 교수(영문)는 “건축물과 주변환경은 역사를 이루는 구성물 중 하나이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남아 있지 않은 역사나 철학은 허구에 불과하다”며 “연신원은 그런 의미에서 연세대학교에 남아 있는 몇 안되는 역사적 건물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허물어지게 된 것이 매우 가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신과대학 선교센터 마련 필요'에 공감**

이같은 교수들의 지적에 대해 학교측 관계자는 “이미 연신원 자리에 새 선교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의 검토와 공청회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므로 절차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공기가 계속 늦춰져서 입는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학대학의 관계자는 “다른 단과대학은 모두 독립건물을 갖고 있지만, 신과대학은 독립 건물이 하나도 없다가 이제 안정적 학문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됐는데, 학내 갈등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이 문제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신학대학이 이용하고 있는 아펜젤러관은 강의실이 4개밖에 없어 늘어난 학생수를 감당할 수 없고 시설이 노후해 타 단대의 강의실을 빌려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신원 지키기 모임의 김용민 교수도 “신과대학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며 신학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하지만 연신원 자리는 환경적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므로 다른 부지에 선교센터를 건립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 ‘연신원 지키기 모임’의 교수들은 건축학과 토목공학과 교수들과 함께 “대체 부지 마련을 통한 선교센터의 건립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환경과 개발 사이의 갈등 표출**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새만금, 경인운하, 수락산, 경부고속철도 등 환경과 개발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무조건적인 개발과 성장위주의 발전에서 이제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신원 지키기 모임의 교수'들은 “연세대학교 연신원 철거 문제는 단지 연세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한국사회의 환경과 개발에 대한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는 한 단면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신원 지키기 모임'은 앞으로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본격적으로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동문과 학생들에게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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