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핵확산저지정책을 뉴욕타임스가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제2의 북한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Preventing the Next North Korea)' 제하의 19일자 사설을 통해 핵확산 문제를 "현명하게 다루지 못한다면 향후 10년 안에 6개 이상의 국가가 새로 핵무기국가 대열에 참여할 수도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포괄적으로 접근하라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특히 부시행정부가 지난해 9월 신국가안보전략을 통해 공식화한 '비핵국가에 대한 핵 선제공격' 방침은 '도발적인 정책'이라면서 이의 철회를 요구해 귀추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또 부시행정부가 핵문제에 협조적인 이라크에 대해서는 전쟁을 고집하는 반면 북한의 대담한 도발에는 외교적 해결을 제안하는 등 동일한 성격의 위협에 근본적으로 다른 대응을 함으로써 미국인들을 혼란케 했다면서 핵확산 저지를 위해 미국이 우선 해야 할 일은 핵확산과 핵실험을 막는 국제적 조약에 미국이 솔선수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핵확산 관련 주요 국제조약인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적용 및 이행에 미국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핵 보유국인데도 NPT에 들어오지 않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가만히 두면서 북한의 탈퇴만을 문제삼는 미국의 태도를 꼬집으면서 이들 세 국가의 NPT 가입을 위해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이어 CTBT와 관련, "부시 행정부는 이 조약에 대한 잘못된 반대를 재고하고 상원이 빨리 승인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제한적 동결방법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이 조약의 의회 비준이 지난 99년 공화당측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는 결론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이 두 조약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야 앞으로의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사설의 전문.
***제2의 북한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NYT, 19일**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르게 대응함으로써 미국인들을 혼란스럽게 해왔다. 더 큰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관대한 대접을 받는 길은 핵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불량국가들에게 준다는 것이다. 협조와 회피가 뒤섞인 이라크의 태도에는 무력 위협을 가하면서도 북한의 대담한 도발에는 외교적 제안을 하는 이유가 김정일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후세인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않기 위한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핵 위협을 없애는 데에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그것은 몇 년 후면 가시화될 수 있는 분명한 위협이다.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기관리가 아니라 핵무기 확산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다. 이 문제를 보다 현명하게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향후 10년 안에 6개 이상의 국가가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거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고 경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있는 나라들도 있다.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는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두개의 국제 조약인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강화하기보다는 약화시키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두 조약은 완벽한 것은 아니나 미국의 강력한 지지가 있을 때에 보다 효과적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핵)비확산조약에서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이렇게 다섯 나라들만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된다. 그러나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그 틀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해 왔으며, 네 번째 나라인 북한은 의무사항을 몰래 위반해왔고 현재는 핵 시설을 국제사회의 감독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조약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약 체결국인 이란 이라크 리비아도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고 일본 한국 대만 등 몇몇 나라들도 핵 경쟁국이 늘어나 위협을 느끼게 될 때에는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도록 하는 유인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졌다. 그러나 조약이 무의미해지도록 내버려 두고 여러 나라에서 핵무기 개발만이 그들을 지킨 믿을 만한 방어막이라고 믿는다면 미국도 더욱 불안전해질 수 있다.
(핵)비확산조약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핵 보유국들이 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합의한 것처럼 냉전시대 핵무기들을 대폭 줄이면서 성실함을 보여줘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또 비핵 위협에 대해서까지 핵으로 보복한다고 위협하는 도발적인 정책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비확산조약에 서명하도록 보다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 세 나라가 가입하도록 하는 데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북한이 조약에서 탈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신뢰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99년 공화당이 지배하던 미국 상원에 의해 거부된 CTBT는 (미국에 의해) 무시된 또 하나의 핵 억제책이다. 모든 핵실험에 대한 금지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제한적 동결방법으로 작동할 수 있다. 어떤 나라도 실험 한번 해보지 않은 핵무기에 의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조약은 지금 법적 망각상태에 빠져 있고 미국 의회에서의 비준 없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이 조약에 대한 잘못된 반대를 재고하고 상원이 빨리 승인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이 조약들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엄격한 검증절차와 함께 만일 어떤 나라가 규칙을 회피하려 한다면 언제라도 통일적인 국제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미 행정부의 대응이 달랐지만 그 두 나라의 핵무장 해제를 위해 국제적 힘을 동원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부시 대통령이 다시 한번 미국을 국제 무기 통제 조약의 강력하고 견실한 지지국으로 만든다면 이번 위기와 미래에 올 위기에서 훨씬 강력한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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