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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가는 제자리로...” 문창극 칼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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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가는 제자리로...” 문창극 칼럼 논란

시민단체들, “그렇다면 언론,관료, 정치인이 프로다웠나”

"새 정부의 특징은 시민운동가들의 정권참여다. 대통령 당선자도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고 새 정부가 구상하는 개혁도 이들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특정 부류의 인사들을 대거 등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는 사회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민운동가는 운동가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14일자 중앙일보 문창극 논설위원실장 칼럼이 물의를 빚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을뿐 아니라 언론계에서는 중앙일보의 대표적 보수논객인 문창극 전 전략기획담당 이사 겸 회장비서실장이 논설위원실장으로 발령난 직후 맨처음 쓴 칼럼이라서, 향후 중앙일보의 사설 논조를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운동가는 소금, 소금 자체가 간고등어가 될 수 없다"**

문 실장은 14일자 중앙일보 <문창극 칼럼>을 통해 "선거후 나오는 각종의 개혁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사실은 개혁이라는 포장으로 남의 자리, 남의 역할을 간섭하고 재단하려는 측면은 없을까"라면서 개혁을 빌미로 시민운동가들이 권력을 넘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실장은 "시민운동가는 비판이 그의 기능이다. 사회에서 소금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소금이 부패는 막지만 소금 자체가 간고등어는 될 수 없다"면서 "대중운동이라는 특성 때문에 목소리는 크나 그에 버금가는 내실이 있는지는 검증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재 인수위 경제팀이 추진중인 재벌개혁과 관련, "기업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을 하지만 그들이 기업가는 될 수 없다. 이를 확대한다면 이들은 분배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파이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운동가들이 정부에 들어와 재벌개혁을 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문 실장은 또 "우리 사회는 지금 프로페셔널리즘을 바로 세워야 할 때"이며 "운동가들에 의한 수술이 아니라 분야별 전문성을 회복할 때"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그는 "두 김씨 정부가 아마추어를 앞세워 개혁을 시도했던 10년동안 우리의 관료제가 병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어 문 실장은 "전능의 착각 속에 오만을 부리기보다는 부족함을 느끼며 겸손으로 나아갈 때 사회는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며 "시민운동가는 운동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실장 칼럼의 요지는 요컨대"전문성이 떨어지는 시민운동가가 개혁을 빌미로 인수위 등 새 정부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수위 간사·위원 중 전문 운동가는 1명"**

이같은 문 실장 주장에 대해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우선 시민운동가가 새 정부에 참여하고 있다는 주장부터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대통령직인수위 각 분과 간사와 위원 중 시민운동가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은 김영대 사회문화여성분과 위원 1명에 불과하며 특히 재벌정책을 다루는 경제분과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 간사·위원 26명 중 시민단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사는 모두 7명이다. 그러나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김영대 위원(개혁국민정당 사무총장) 한 명을 제외한 김병준 정무분과 간사(국민대 교수.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이은영 정무분과 위원(외국어대 교수. 참여연대 맑은사회 만들기 본부장)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인하대 교수.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정태인 경제1분과 위원(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신자유주의 극복 대안정책전문가연대회의) 허성관 경제1분과 위원(동아대 교수. 부산경실련 납세자운동본부장) 서동만 통일외교안보분과 위원(상지대 교수. 전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 등은 상근 운동가가 아닌 연구원이나 교수로 시민단체에 자문역할을 해왔을 뿐이라는 게 김 처장의 반박이다.

실무진 선에서도 상근 운동가 출신은 경제2분과 김인식 전문위원(WTO국민연대 사무총장), 기획조정분과 최형원 행정관(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선대위 정치개혁추진위 부장), 사회문화여성분과 김학기 행정관(전 춘전시민연대 운영위원장. 대구시 선대본부 정책실장) 등 3명에 불과하다.

김 처장은 "이미 학계에서 정부 각료로 입각했던 사례들이야 군사독재 시절에도 있었던 것"이라며 "문 실장이 이를 특별한 일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도 "문 실장이 시민단체에 자문하는 교수나 학자들을 모두 운동가로 본다면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고 상근 운동가의 의미로 '운동가'라는 표현을 썼다면 인수위 참여인사 중 상근 운동가 출신은 극소수니까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프로 정치인·관료들이 프로다웠나"**

하 처장은 또 "운동가는 운동만 해야 한다면 문 실장은 공직사회 개방형 임용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지나치게 고답적 견해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 처장은 특히 '두 김씨 정부가 아마추어들을 앞세워 시도했던 개혁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냐'는 문 실장의 문제 제기에 대해 "두 김씨 정부의 개혁을 주도했던 아마추어야말로 가신 그룹들, 즉 프로페셔널한 정치인들 아니었냐"고 반박했다.

하 처장은 "지금까지 '프로페셔널한' 정치인이나 관료, 언론인들 중에 문제가 많은 프로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관료제가 병든 것"이라면서 "괜찮은 프로들만 있다면 시민운동가들이 굳이 정부나 정치권, 재벌을 비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도 "프로페셔널한 관료들과 재벌들에게 이 사회를 맡겨서 IMF가 온 것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한마디로 문창극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장의 칼럼은 지난주말 조선일보 편집인직을 그만 두며 김대중 이사기자가 쓴 문제의 고별 칼럼에서 노무현 당선자 팀을 '점령군'에 비유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수 기득권층의 소외감과 불만을 토로한 게 아니냐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인수위에 학자나 시민운동자 출신 등이 포진되면서 세간의 일각에서 시행착오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아마추어로 규정하며 이들이 재벌개혁 등을 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자 일방적 매도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과연 그렇다면 중앙일보의 프로페셔널을 자부하는 논설실의 최고 책임자가 된 문실장은 그동안 재벌개혁 등에 대해 얼마나 재벌 등이 뜨금해 할만한 프로패셔널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했는가를 말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등의 주문이다.

다음은 문창국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장의 칼럼 전문이다.

***<문창극 칼럼>운동가는 운동의 자리로**

사람은 자기가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서 맡겨진 일에 충실할 때 빛나고 아름다운 법이다. 또 나의 자리와 역할이 소중하듯 다른 사람의 자리도 똑같이 소중하다.

이렇게 각자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할 때 그것이 조화를 이루어 큰 선(善)이 이루어진다. 반면 나의 자리, 나의 역할보다는 남의 자리, 남의 역할에 관심이 더 큰 사람도 있다. 이들은 사회가 잘못되어 가는 것이 나 아닌 남의 잘못 때문이며, 그들을 갈아치울 때, 그 자리에 내가 갈 때 제대로 된다고 보통 생각한다. 전자는 통합과 조화라는 긍정의 눈으로, 후자는 갈등과 대결이라는 부정의 눈으로 사회를 보는 것이다.

선거는 투표로써 정부의 책임을 맡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선거에 이기면 정부가 사회의 다른 자리, 다른 역할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당연한 듯 여긴다. 남의 역할, 남의 자리에도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후 나오는 각종의 개혁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사실은 개혁이라는 포장으로 남의 자리, 남의 역할을 간섭하고 재단하려는 측면은 없을까.

***경험보단 이론으로 무장**

새 정부의 특징은 시민운동가들의 정권참여다. 대통령당선자도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고 새 정부가 구상하는 개혁도 이들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특정 부류의 인사들을 대거 등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는 사회에서 각자의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민운동가들은 운동가로서 역할을 해온 것인데 그들을 운동가가 아닌 집행 당사자로 만들었을 때 과연 달라진 기능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시민운동가는 비판이 그의 기능이다. 사회에서 소금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소금이 부패는 막지만 소금 자체가 간고등어는 될 수 없다. 사회운동이라는 것은 이미 있는 것, 이루어 놓은 것에 대해 비판이나 개선 요구는 잘 할지 모르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는 익숙지 않다.

대중운동이라는 특성 때문에 목소리는 크나 그에 버금가는 내실이 있는지는 검증이 안 됐다. 현실을 파악하는 데 이해나 아량보다는 잘못에 대한 정죄(定罪)에 익숙하다.

기업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을 하지만 그들이 기업가는 될 수 없다. 이를 확대한다면 이들은 분배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파이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없다. 그런 점에서 운동가들이 정부에 들어와 재벌개혁을 논하는 것은 위험하다. 본래 그들의 사회적 역할이 달랐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은 대중 동원 운동이다. 그 성격상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며 현실적이기보다는 관념적이다. 운동가는 전문가이기보다는 상식인이다. 사회는 발전할수록 복잡해지며 복잡성은 전문가를 요구한다.

어느 분야나 기관도 대개는 몇십년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되어 책임을 맡게 된다. 그러나 운동가들은 밖에서 관찰한 것을 근거로 경험보다는 이론으로 비판한다.

훌륭한 의사는 이론이 아니라 오랜 실습과 경험을 통해 수술을 한다. 운동가가 촛불시위를 주도할 수는 있으나 촛불시위를 잘했다 하여 그들에게 한-미 외교를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검찰개혁이니 언론개혁이니 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지금 프로페셔널리즘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두 金씨 정부가 아마추어들을 앞세워 시도했던 개혁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잘 안다. 우리는 한때 관료주의 병폐를 말하곤 했다.

그러나 두 金씨가 집권한 10년 동안 우리의 관료제는 병들었다. 프로페셔널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운동가들에 의한 수술이 아니라 분야별 전문성을 회복할 때다.

***각 분야 전문가에 맡겨야**

시민운동가는 운동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이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면 그들이 운동가에 맞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기에 맞는 전공이 있는 법이다.

"나라고 왜 권력 내부로 못 들어가느냐"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시민운동이 권력 진입을 위한 방편이었다는 오해를 받거나, 앞서 지적한 한계 때문에 권력의 길을 걷는다 해도 결국 실패하기 쉽다.

전능의 착각 속에 오만을 부리기보다는 부족함을 느끼는 겸손으로 나아갈 때 사회는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서서히 발전해 가는 것이다.

문창극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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