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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냐 대결이냐, 양자택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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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냐 대결이냐, 양자택일하라”

미 대북정책은 모두를 혼란케 하는 '진흙탕 전략'

이라크와 북한을 대하는 미국 외교의 논리적 모순을 비판하는 미국 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부시행정부 내의 분열된 시각을 통합해 협상과 대결 중 정책대안을 시급히 선택하라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7일 '북한에 대한 두가지 생각(Of Two Minds on North Korea)' 제하의 칼럼에서 현재 미국의 대북전략은 "우방과 적을 모두 혼란시키는 진흙탕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그네이셔스는 미 행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빌어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행정부 내부의 논쟁이 부시 취임 이후 일년 반동안이나 계속되었으며 특히 지난 10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시인이 이러한 반목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이그네이셔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제임스 켈리의 방북은 당초 대결이 아닌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선택된 것이었다. 그러나 방북 직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켈리의 방북은 협상이 아닌 북미간 대결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북한의 대규모 군사력과 남한에 대한 대량보복 가능성 때문에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이 점이 이라크와 북한간의 결정적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국방부와 국무부간 모순되는 관점을 용인하는 능력이 부시의 강점이었으나, 그것은 위험하다"고 말하고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며 외교, 아니면 대립 중 하나를 시급히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에 대한 두가지 생각'/워싱턴포스트, 7일**

미국의 대북정책은 하나의 이슈에 대해 행정부가 뚜렷히 분열되어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적 수사(rhetoric)는 실제 행동과 분리되고, 반목하는 내각은 우방과 적을 모두 혼란시키는 진흙탕 전략을 만든다.

세계의 이목이 이라크에 집중되길 부시 행정부가 원하던 바로 그때, 한반도위기가 살그머니 다가왔다. 미 행정부는 사실 북한이 불쑥 내민 핵무기 문제를 '위기'라고 부르기조차 원치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한 위기이며, 현 행정부를 괴롭혀오고 있는 국무부-국방부간 긴장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는 대외정책을 도덕의 문제로 만들었을(moralize) 때 생겨나는 위험을 보여준다. 부시가 북한ㆍ이라크ㆍ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바난했던 것처럼, 당신이 어떤 체제를 '악(evil)'이라고 한번 선언했다면 어떻게 그 체제와 협상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반도의 정치ㆍ군사적 현실 때문에 부시행정부가 바로 그같은 상황에 몰려있다.

부시행정부의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부시 취임후 일년 반동안 북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행정부 내부의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처음에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과 핵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클린턴을 잇겠다는 접근법은 바로 무너졌다. 국방부ㆍ국가안보위원회(NSC)ㆍ부통령 체니의 사무실에 있는 매파들은-그들은 클린턴과 연관된 모든 것을 의심했고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의 효용을 의심했다-북한이 새로운 양보를 하기 전까지 대화를 거부했다.

수개월동안 부시 행정부는 외교를 선호하는지 대결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2002년 중반 최초의 고위급 특사인 제임스 켈리 차관보를 보내는 것으로써 북한에 대한 포용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초 생각은 북한에 '과감한 제안'을 하자는 것이었다. 퇴임 직전 평양방문을 통해 외교적 대타협(breakthrough)을 이루려했던 클린턴의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부시가 최종적으로 특사 파견을 결정할 즈음, 미국 정보분석가들은 북한이 제네바합의 이행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으며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결론내렸다. 이와 함께 2002년 10월 켈리의 방북은 (외교가 아닌) 대결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북한은 비밀 핵 프로그램에 관해 켈리가 내놓은 증거가 맞다고 시인함으로써 부시행정부를 경악케 했다. 북한의 시인에 대해 부시행정부의 강ㆍ온파는 각각 북한측의 협상카드 제시, 또는 핵무기 보유를 향한 돌이킬 수 없는 의지의 과시로 해석했다.

매파들의 입장은 간단했다. 미국은 양보를 함으로써 북한이 뻔뻔스러운 속임수에 대해 보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무기를 획득하고자 하는 불량국가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하겠다는 부시의 지난 9월 국가안보전략의 시범케이스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선제공격은 지금 어디 있는가? 정치적 수사가 현실정치를 만나자 선제공격이 선제공격당한 꼴이 되었다.

불행한 사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휴전선 너머에는 너무도 많은 북한 군대의 대포들이 진을 치고 있고, 미국의 대북 공격은 남한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것이다. 최소 2개의 핵폭탄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은 심지어 핵 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북한과 이라크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사담 후세인(의 위협)에 대한 미 행정부의 모든 정치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는 군사적으로 비교적 약체이다. 이라크는 북한보다 훨씬 쉬운 목표이고 그래서 (공격 대상으로) 선호된다.

행정부의 강경파들을 더더욱 당황케 하는 것은 자신들이 한국의 여론을 심각하게 잘못 읽었다는 사실이다. 부시가 취임했을 때, 행정부의 매파들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낮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한국에서 매우 인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국인들은 미국의 참견으로 보이는 것에 점차 분노했다. 그들은 하나의 한국을 원하고 있고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특별히 당황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북핵)위기가 시작된 이후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수사가 그토록 점잖았던 것은 이러한 정책의 복잡함 때문이다. 외교를 대신할 좋은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비둘기파들의 승리처럼 보인다. 부시는 여전히 북한 지도자 김정일에 대해 "혐오한다" "인민들을 굶긴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파월 장관은 "아무도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과 외교적 해결책이 생길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무부와 국방부의 모순되는 관점을 용인하는 부시의 능력은 그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는 (관점과 의견이) 동시에 두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부시 취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외교, 아니면 대결일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정책 결정을 너무 오래 미뤄와서 그 두가지 접근법 중 어느 것도 필요 이상으로 훨씬 어려워졌다.

이제 선택할 때가 됐다. 한반도에 대해 부시는 도덕주의자이자 동시에 실용주의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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