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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보다 부시가 더 무서워"

LA타임스, '한국인들 왜 북핵위협 심각성 모르나'

북한이 핵 동결 해제를 선언하며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북한의 핵무기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쟁 위협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 Times, LAT)가 보도했다. 한국이 북한 핵위협을 미국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곳곳에서 읽혀진다.

LAT는 26일자 '한국인들, 핵 위협 시시하게 생각해(S. Koreans Shrug Off Nuclear Threat)'라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햇볕정책 시행과 부시 행정부의 대외 강경노선에 따른 한국인들의 심리 변화를 분석하며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 있는 미국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을 전했다.

***"미국은 잠재적 분재정조성자"**

신문은 "김정일은 동족인 우리에게 폭탄을 쏘지 않을 것"이라는 한 대학생의 말을 인용하며 핵 위기는 백악관의 작품을 뿐이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잠재적 '분쟁조성자(troublemaker)'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동맹국들 사이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한국인이 최근 북한에 대해 갖게 된 감정의 변화에 대해 한국인들은 북한 사람들을 두려움이 아닌 동정의 대상으로 보게 됐으며 "북한사람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불평도 하지만, 외부에서 북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분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한국 정부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설명하는데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한승주 전 외교부장관의 발언을 인용했다. 한 전 장관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무감각은 한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임박한 위협을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전 주미대사 김경원씨는 LA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김정일이 삶을 너무 즐기기 때문에 질 것이 뻔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지만, 부시는 금욕주의자이며 전사(戰士)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국인들의 생각을 설명했다.

다음은 26일자 LAT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인들, 핵 위협 시시하게 생각해(S. Koreans Shrug Off Nuclear Threat)'/LAT**

***북한보다 미국이 더 큰 위험을 준다고 믿는 한국인들. 젊은이들, 핵 위협을 백악관의 작품으로 봐**

통계학을 공부하는 이진주씨는 한반도에 일고 있는 핵 위기에 대해 잠시 멈춰 생각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를 무서워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씨는 "조지 부시"라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한다. "그는 전쟁광이다."

이씨는 그렇다고 북한 김정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우리는 김정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다. 설사 그가 폭탄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를 상대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일부 보수파를 포함해 한국인 다수가 품고 있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는 동맹국들 사이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혼선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을 히스테리컬한 백악관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북쪽의 형제들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동시에 미국인들을 공산주의에 맞서 그들을 지켜준 구원자들이라기보다는 잠재적 분쟁조성자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의 핵시설 감시카메라 제거에 관한 지난 23일자 한국과 미국 신문들의 보도를 보면 한국보다 미국 신문들의 제목이 더 컸다. 지난 10월 중순 북한의 핵 계획 관련 국제합의 위반사실이 밝혀졌을 때 한국의 주식시세는 실제로 상승했었다. 주가가 약간 혼란했던 지난 이틀간의 증시도 주로 이라크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이후 핵개발계획 재개를 위한 북한이 취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서울에는 위기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네온 광고, 울려대는 휴대전화 소리, 크리스마스 캐롤, 쇼핑인파 등. 누구든 길가는 사람을 붙들고 북한 핵 계획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야릇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대학 신입생인 현호상군은 "전쟁이 날 것이라는 심각한 두려움은 없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외교부장관을 지낸 한승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북한이 조성한 위험에 대한 국민의 무지를 고의로 내버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 정부는 이 위협을 가볍게 다루려는 쪽"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설명하는데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은 무감각하다"고 말했다.

전 주미대사이며 한국의 유수한 지식인인 김경원씨는 한국인들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자신들과 관련있는 일로는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김정일이 삶을 너무 즐기기 때문에 질 것이 뻔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지만 부시는 금욕주의자이며 전사(戰士)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한국인들은 평화유지를 위한 미국의 과거와 현재의 역할에 점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동문제를 주로 다뤄 온 중도좌파 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대외정책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더 완전한 독립을 원하는 한국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들뜬 민족주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거듭된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에서 동시에 전쟁을 할 수 있다고 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에 동요하고 있다.

보수적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일하는 하지윤씨는 "약간 혼란스럽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부시는 그의 의도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며 "그것이 우리가 북한보다 미국을 더 무서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태도는 강경해졌지만, 북한에 대한 감정은 모호하다. 한국인들은 북한은 적이라기보다는 친척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을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불평도 하지만, 외부에서 북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분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의 일부로 보는 것에도 화를 낸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문화ㆍ스포츠ㆍ경제 교류를 가져왔다. 한국 국방부는 올해 최초로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지 않기로 했으며 백서를 내지도 않기로 했다.('북한=주적'이란 표현이 국방백서에 등장한 것은 1995년의 일로 그 이전의 정부 공식문서에 주적이란 표현은 등장한 적이 없다. 잘못된 보도다.편집자)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 해 인도적 지원으로 7천5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고, 민간 차원으로는 6천5백만달러를 보냈다.

일부 한국인들은 동포인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피아니스트 원혜준씨(22)는 "북한이 폭탄을 갖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그 폭탄은 우리 것이 될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들이 갖고 있는 핵무기를 왜 우리가 가지면 안 되는가"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점점 더 그들의 정복자였던 중국과 일본만큼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핵폭탄에 대해 물으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을 인용한다. 이 소설은 1994년 제네바합의로 해소된 위기가 한창일 때 출판되고 근 1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잘 팔리는 책이다.

한국에 즉각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 것은 핵무기보다는 재래식 무기다. 한국의 두려움은 만약 미국이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했을 경우 북한이 재래식 무기로 보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94년 핵위기 때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었다.

"한국인들(The Koreans)"의 저자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은 한국 사람들은 북한의 위협을, 북한이 잘 하기로 유명한 허세(虛勢)로 봐 시시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브린은 "그러나 미국인들은 그것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사람들은 해외에 있는 친척한테 전화를 받고서야 북한의 위협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한국인들은 약간 걱정스러워하지만 그것마저도 대부분 한국인들이 걱정했던 점은 미국이 오판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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