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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 무기보고서 실망스럽다"

미군 5만명 증강 명령, 1월말 공격개시할 듯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실태 보고서가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걸프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규모를 5만명 증강하도록 명령했다. 이로써 걸프지역에 파병된 미군은 11만명 선을 넘게 되고, 5-6주에 걸쳐 추가 파병이 예상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4자회담 협상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의 보고서는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우리는 사담 후세인이 무장해제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평화적으로 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적극적인 동맹세력'을 이끌고 이라크로부터 대량살상무기를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9일 이라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장해제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선언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주전 제출된 1만2천쪽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고서가 유엔 결의 1441호의 조건에 부합하는데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이라크의 유엔 결의 "중대 위반"을 선언했다.

파월 장관은 향후 조치에 대해 "날짜를 정해놓은 것은 없다"면서도 "그들이 비협조적 자세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 이제 실질적인 한계가 됐고... 이라크는 마지막 기회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담 후세인 정권을 겨냥한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확보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8일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된 이라크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유엔 결의를 이라크가 위반할 경우 군사 공격 등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미ㆍ영,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이와 관련,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20일 미국 정부가 이라크의 무기보고서에 대해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는 순간 ‘방아쇠 단계’로 넘어갔다고 지적하면서 유엔 무기사찰단의 최종보고서 제출 시한인 내년 1월 27일 이후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던 아프리카 방문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해 개전이 가까워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쟁 분위기는 영국에서도 뚜렷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0일 “현 시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모든 필수적인 준비를 끝내고 그 지역에서 충분한 능력을 구축하도록 하는 일”이라며 영국군에 전쟁 준비를 촉구했다. 외무장과 잭 스트로도 갈등을 고조시키는 이라크를 비난하며 “이미 한 방아쇠는 당겨졌고, 이제 다른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어도 전쟁은 확실치 않다(Despite Countdown, War isn't Certain)'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쟁 개시 전 이라크에서 쿠데타가 발발하거나 후세인이 대량사상무기의 보유를 고백하고 포기하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프ㆍ러, “보고서 평가는 유엔사찰단의 몫”**

이같은 부시행정부의 전쟁 준비에 대해 프랑스와 러시아 등 유럽국가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라크가 유엔 결의 1441호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보고서의 진실성 여부를 가리는 것은 미국이 아닌 유엔 사찰단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인 세르게이 라브로프도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일개 국가가 아니라 안보리”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의 외교정책위원장 하비에르 솔라나도 이번 주 초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무기사찰단의 결정이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fundamental)'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국의 협조 없이는 전쟁이 복잡해져”**

미국의 일부 의원들도 이라크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헨리 하이드 위원장(공화당)은 “미국이 이 시점에서 인내심을 발휘해 유엔 합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우방들과 협력하면서 장차 취할 조치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원로 아이크 스켈턴의원도 “이라크의 보고서가 불완전해도 군사력을 정당화하기에 충분치는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도 ‘동맹국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안소니 코데스만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을 모으지 못하면 전쟁을 재고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중동 동맹국들의 협조는 전쟁물자 조달이라는 기술적인 문제와 국제여론에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전문가도 “지금처럼 나가다가는 영국의 지지도 얻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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