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가해 미군의 무죄 평결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반미기류'가 대선정국의 민감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각 후보 진영에서도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돼 가는 반미감정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운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마련에 부심이다.
더욱이 이번 문제가 각 후보의 '대미관'과 직결된 사안으로 등장하면서 각 당과 후보들은 정부가 내놓은 'SOFA 개선책'에 대해서도 '근본적 개정'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회창ㆍ노무현 후보 등 주요 대선후보들은 각각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에 참석하거나 고 신효순ㆍ심미선양의 의정부 집을 직접 방문하는 등 국민정서 잡기에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李,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석 예정**
SOFA 개정과 관련, 이례적으로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당 일각의 불참 권유에도 7일 저녁에는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반미 촛불시위에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후보측의 이같은 방침은 수도권 지역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젊은 층의 반미기류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가 연일 유세장과 기자회견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 등을 촉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절대적 지지세력인 보수층의 시선 등을 감안, 참석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못한 채 다른 대안도 검토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또 춧불시위에 참석할 경우에도 가해 미군에 대한 재판 무효화나 반미감정에 대한 직접적 호소는 자제하면서 SOFA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양국이 SOFA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이 문제는 반드시 초당적인 대응이 필요하므로 하루속히 여야 총무회담을 열어 국회차원에서도 강력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가해 미군 무죄평결) 재판 내용의 무효화보다는 합리적인 자국민 보호규정이 없는 SOFA의 개정이 시급하다"며 "SOFA 규정의 불평등으로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좌절과 굴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7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따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여론과 관련, 국회차원의 SOFA 개정 결의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규택 총무는 이날 선거전략회의에서 "SOFA 개정문제로 반미감정이 뜨거워지고 있다"면서 "어제 이회창 후보도 `우리 국민이 더이상 좌절과 굴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SOFA 개정 결의안 채택 등을 위한 협의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총무는 또 "합의가 안되면 오는 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의 단독 소집도 검토하겠다"면서 "다각도로 대책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盧, 사망 여중생 집 방문 예정**
SOFA 개정의 당위성을 표한 것 외의 직접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민주당 노무현 후보도 오는 9일께 고 신효순ㆍ심미선양의 집을 직접 방문, 애도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이낙연 대변인은 6일 "노무현 후보가 오는 9일께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고 신효순ㆍ심미선양의 의정부 집을 방문, 두 여중생의 희생을 애도하고 부모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릴 예정"이라며 "특히 이번처럼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SOFA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노 후보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인사들과도 곧 만날 계획"이라며 "지역 유세 등을 통해 SOFA 개정 추진을 다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순형 공동 선대위원장은 6일 선대위 회의를 통해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 4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명칭이 `대미정서관련 장관회의'였는데 이번 사건의 본질과 핵심을 비켜간 것으로 부시 정부에서나 어울릴 명칭"이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재발방지책을 미군에서 내놓아야지 우리측에서 내놓고 있다"며 "특히 SOFA(주한미군지위협정)를 개정할 때 세부적으로 협의가 안돼 지연되고 있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당시 회의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거론했어야 했다"고 SOFA 개정에 대한 정부측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또 "주권국가에서 국민의 공분이 확산되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처하니까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양국간 공조가 흐트러지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날 총리실을 방문, 김석수 국무총리에게 유감의 뜻을 전했다.
민주당은 신기남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한 `미군에 의한 여중생사망사건대책위원회'를 `SOFA개정추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해 SOFA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7일 광화문 촛불 시위에는 김근태, 심재권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팬클럽인 'GT클럽' 회원들과 함께 참석한다.
***"득표전략으로 활용한다면 거센 반발 일으킬 것"**
한편 지난 2일 가해미군의 무죄평결 무효화와 SOFA 전면개정을 위한 서약서에 대선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서명한 데 이어 합동 TV토론 등을 통해 각 후보들의 동참을 촉구해 온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번 사태에 주도권을 쥐고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등 관련 단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각 후보들의 보다 명확한 입장표명과 공개 서약을 촉구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정치권의 대선 득표전략에 활용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범대위의 한 관계자는 "SOFA 개정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대선 후보들이 이에 대한 적절한 입장 표명을 내 놓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단순히 선거에서의 득표를 위해 입으로만 국민들을 현혹하려 한다면 오히려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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