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PK)의 기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의 최근 부산한 움직임이 그 증거다.
한나라당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PK 민심에 이상기류가 형성됐다는 판단에 따라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지난주 이회창 후보의 긴급 부산 방문에 이어, 이번에는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를 당분간 부산 경남지역에 상주시키기로 하는 등 흔들리는 이 지역의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반면에 민주당 노무현후보측은 '동남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이 지역 공략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노 후보측은 지난달 27일과 30일 부산을 방문한 것이 지역 민심 변화에 효력을 발휘했다고 판단, 단일화후 형성된 부산지역에서의 상승세를 경남지역 전역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 아래 1일에는 마산과 진주 등지를 돌며 지역민심을 집중 공략했다. 노후보는 3일 토론회후에도 PK지역을 집중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노 후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백20만 인구의 울산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를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끌어들여, 울산지역에서도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PK지역이 연말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하는 국면이다.
***단일화 직후 李 지지도 50% 밑으로 떨어져**
공식 선거에 돌입한 이후 이회창 후보 부부는 1주일 사이에 2차례나 부산을 방문하는 등 부산.경남지역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후보단일화로 노무현 후보의 상승세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한나라당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이 후보가 지난 1일 경기지역 유세 일정을 시급히 변경, 부산으로 행선지를 바꾼 것도 이 지역 민심에 대한 한나라당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직후 형성된 노 후보의 상승세가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는 데 한나라당의 고민이 있다. 단일화 직후인 지난 25일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경남지역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5.4%에 그쳤다. 이는 한나라당의 이 지역 목표 득표율인 70%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반면에 단일화 전에는 10%대에 불과하던 노 후보의 지지율은 31.1%로 수직상승했다.
이회창후보가 내심 기대를 걸었던 'YS 지원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YS의 이회창 지지선언이 미칠 영향에 대해 '이 후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이 22.8%, '내려갈 것'이라는 응답이 22.9%로 나타났다. YS가 이 지역에서 이미 '정치적 식물인간'화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경남일보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 부산시지부 관계자조차 "이 후보의 지지율이 당초 50%대였으나 지금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시인했으며 "민주당 관계자들은 자체 조사결과 노 후보의 지지율이 20%대에서 35%에 육박하는 것으로 말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선 지구당에 '집안단속' 비상령**
이처럼 기류가 심상치 않다보니, 한나라당 조직까지도 흔들리는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30일에는 부산 사상구의회 의원 7명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회동한 이후 노 후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고 민주당측이 발표하면서 한나라당 사상 지구당과 시지부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상구의회 의원 14명중 절반이 이날 회동에 참가했고, 문제 지역이 더욱이 이회창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권철현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이에 따라 권 의원은 지난 30일과 1일 이틀간 꼬박 지구당에 머물며 집안 단속에 진력해야 했다.
한나라당 사상지구당과 시지부는 그후 성명을 통해 "노 후보측의 부탁을 받고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의원들이 모임에 참석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사건 직후 한나라당은 일선 지구당 당직자와 당원들의 이탈 방지를 위해 비상경계령을 발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신상우, 이기택 등 이 지역 터줏대감들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인 데 이어, 2일에는 민주당과 국민통합21 부산시지부가 중앙당 차원의 공조에 앞서 부산지역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바람몰이를 계속한다는 전략이다.
***한인옥씨 상주 방안 적극 검토**
이같은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한나라당이 꺼내든 카드는 한인옥씨의 부산.경남지역 상주 방안이다. 이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한 지역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는 만큼 이 지역과 연고가 있는 한씨를 부산 수성의 선봉장으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한씨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니는 등 부산.경남지역과 연고가 깊어 부산.경남 지역 민심의 호응도가 높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기대다.
이에 따라 한씨는 3일 '노풍'의 진원지인 김해를 제일 먼저 찾아 김수로왕릉 앞에서 거리 유세를 펼치고 상가를 둘러보는 등 '노풍' 차단에 나섰다.
한씨는 이날 마산, 진해, 창원 등 경남지역 주요 도시를 잇따라 방문, 거리 유세를 벌였고, 어시장 등을 둘러보며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4일에는 통도사 법회에 참석한 뒤 울산을 방문, 정몽준 대표의 지지층이 두터운 울산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대선 승리를 위해 PK(부산경남)에서부터 노풍을 차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한 여사가 이 지역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선거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상반된 주장**
서청원 한나라당대표는 3일 전국 시도지부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 '노풍'이 빠지고 '이회창 대세론'이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와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한 결과, 한때 10% 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노무현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이회창 후보의 1일 부산방문 이후 오차범위내로 좁혀졌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PK수성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의 우세 및 PK지역의 상승기류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해찬 기획본부장은 "노 후보 지지자들이 3월 국민경선후 잠시 떠났다가 다시 결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낡은정치 청산이 부패정권 심판보다 더 지지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유권자 마음이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PK지역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남은 대선기간 내내 PK지역은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게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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