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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정권 심판’ vs ‘낡은정치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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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패정권 심판’ vs ‘낡은정치 청산’

<D-22> 대선 레이스 공식 개막, 불꽃튀는 접전 예상돼

16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각 후보 진영의 선거전이 27일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후보등록을 신호탄으로 공식 개막됐다. 그동안 혼전을 거듭하며 숨가쁘게 진행돼 온 정치권의 대선 경쟁은 이미 최고조의 열기를 뿜고 있으나 盧ㆍ鄭 단일화로 인해 양강체제가 형성되면서 특정세력의 승패를 예단할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초반 기선장악을 위해 이슈선점에 나서는 한편, 접전 예상지역을 중심으로 세몰이에 나서는 등 선거정국은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李ㆍ盧 양극화 대결구도 첨예화**

이회창, 노무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무소속 장세동 후보 등 그동안 출마의사를 표한 10여명 안팎의 후보들이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나 양강체제로 굳어진 대선구도는 선거일까지 변함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3김 정치’의 퇴조 분위기 속에서 李ㆍ盧 양자구도 재편을 계기로 이 후보측의 ‘정권교체론’, ‘부패정권 심판론’과 노 후보측의 ‘세대교체론’, ‘낡은정치 청산론’이 첨예하게 맞서는 양극화 대결구도가 확산될 전망이다.

정몽준 의원이 경쟁구도에서 사라지면서 이, 노 후보간 이념적인 보혁대결, 세대간 대결, 계층간 대결의 양상도 함축하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 지역대결 구도를 뛰어넘은 정책대결 양상이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흑색선전과 비방전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상대 후보에 대한 ‘X-파일’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폭로전과 저질공방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연내 정치관계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됨으로써 이번 선거는 대규모 정당연설회 등을 허용하는 기존 선거법에 따라 진행됨에 따라 조직선거와 금권선거가 그 어느때보다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부패정권 심판론’ 전면화**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권력형 부정부패의 온상이 된 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짓는 한편 후보단일화를 ‘정치적 야합’으로 간주, ‘단일후보=DJ양자’ 등식을 선거전에 전면적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26일에도 서청원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은 “이번 선거의 의미는 부패정권 심판에 있다”며 공세의 방향을 예고했다. 특히 ‘낡은 정치 대 새 정치 대결’을 대선 구호로 내세운 노 후보에 대해 “그런말을 할 자격이 없다”며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이날 열린 선거전략회의에서 서청원 대표는 "노 후보와 민주당이 입만 열면 새 정치와 정치개혁을 외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라며 "부패정권에 동참해 부패척결을 방해하고, 국민경선을 뒤엎고 사기치는 단일화를 해놓고 무슨 정치개혁이냐"고 반문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부패정권인 민주당 정권을 교체하는 게 정치개혁의 핵심이며 이를 방해하는 선봉에 선 노 후보야말로 반개혁의 대표"라며 "김대중 대통령 밑에서 온갖 혜택을 누리고 부패를 방조한 노 후보가 다시 정권을 맡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자기모순"이라고 공격했다.

이규택 총무도 "이번 선거는 DJ정권을 승계하려는 노 후보와 이를 단죄하려는 이 후보간 한판 대결"이라고 주장했고, 남경필 대변인은 "DJ 그늘 아래서 부패의 과실을 나눠먹은 그들이야말로 낡은 정치 타파의 대상"이라고 가세했다.

이날 대변인단은 일제히 노 후보와 민주당이 후보단일화전 정몽준 후보에 대해 제기했던 의혹 발언록을 제시하면서 "중대한 의혹이 많은 사람이라 단일후보는 안되고, 선대위원장은 괜찮다니 이게 노무현식 정정당당이냐"고 노-정 단일화의 부당성을 집중 공략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최근 발표된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노 후보에 일제히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긴장과 우려 속에 총력전 지침을 각 지구당에 시달했다. 이날 한나라당은 박근혜 의원을 중앙선대위 공동 위원장에 임명하는 한편 종합상황실을 가동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으며 227개 지역구와 시도별로 유세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민주당, ‘낡은정치 청산론’ 전면화**

반면 민주당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낡은 정치 청산과 국민통합의 새로운 정치"라며 "젊은 대통령이 나와야 역동성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낡은정치 청산론'과 '세대교체론'을 이번 대선에 주요 이슈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노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집중공세에 대해 "초조하겠지만 말할 자격이 없으니 자숙하라"며 이 후보에 대한 공세의 고삐도 늦추지 않을 태세다.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 열화같은 성원에 이회창 후보가 초조해졌다"고 주장하고 지난 15대 대선 직전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과 옛 민주당 합당에 따른 `자리 나눠먹기' 이후 공천 배제 등을 들어 "야합마저 배신한 이 후보가 우리의 투명하고 깨끗한 단일화를 비방할 자격은 없다"고 공격했다.

이미경 대변인도 "국민이 선택한 단일후보가 아무리 두렵더라도 분별력은 유지하라"면서 "두 아들 병역기피와 국세청 동원 선거자금 모금, 고급빌라, 기양건설 비자금 수수 의혹 등이 있는 이회창 후보야말로 준비된 부패후보"라고 주장했다.

홍성범 부대변인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자신들의 낡은 사고의 틀 속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단일화가 이뤄지자 이회창 후보는 `DJ 후계자' 논쟁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난리"라면서 "모략과 지역에 기대어 이득을 보고자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이 후보는 정책으로 정정당당히 승부하는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특히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와의 선거공조에 큰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가 함께 유세장을 다니고, 금상첨화로 정대표가 노후보 TV지지연설까지 해 줄 경우 후보단일화로 고양된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현재 정몽준 대표 지지층 가운데 절반 정도 동요 또는 이탈하는 세력을 노무현 후보 지지표로 전환시킴으로써 대세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오는 28일 예정된 노무현-정몽준 회동이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최대한 성의를 다 한다는 게 민주당의 현재 전략이다.

***부산경남ㆍ대전충청 표심이 최대 승부처**

한편 양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대 승부처로 등장한 충청지역과 부산ㆍ경남 지역 표심 공략에 당력을 총집결할 방침이다.

부산ㆍ경남지역은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이 지역 출신인 노 후보가 얼마나 지지율을 끌어올리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단일화 직후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서 노 후보의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면서 이 지역에 대한 양당의 관심과 경계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

이회창 후보는 공식 선거전 첫날인 27일 부산을 방문, 1박을 하며 거리 상인과 시민, 대학생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할 계획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부산과 경남일대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태준 전 총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면지원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노 후보도 27일 후보등록을 마친 직후 부산을 방문, 부산역 광장에서 거리유세를 준비하는 등 부산ㆍ경남지역 표몰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또한 정몽준 의원과의 공조관계를 내세워 정 후보의 지지기반이 두터운 울산지역 공략도 서두를 계획이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대전충청지역은 현재 노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를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이 지역 출신의 의원영입을 적극 추진중인 한나라당의 전략이 직접적인 효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한나라당은 자민련 송광호, 정우택 의원 등의 영입 시기를 조율하는 한편 영입대상 1호로 꼽히는 민주당 이인제 의원에게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후보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관계개선을 시도, 이 지역 판세를 역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의원 영입으로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한 한나라당으로서는 무차별적인 영입에 따른 여론의 ‘역풍’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27일 오후 대전에서 대선 출정식을 겸한 전국 지구당 선대위 위원장 회의를 갖고 초반 지지율 확산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노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을 내세우는 한편 노 후보와 이인제 의원과의 화해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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