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1일 국정원의 불법도청과 관련 단독으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키로 한 가운데 민주당은 이를 대선 전략 차원의 정치공세라고 비판하고 나서 국정원 도청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일부 언론이 도청의혹 수사에 나선 검찰측의 발언을 인용 ‘정 의원이 국정원 도청자료라고 주장한 것은 국정원 쪽에서 입수한 것이 아니라 금감위 연락관이 윗선에 올린 보고서가 유출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정형근 의원과 이회창 후보의 사죄를 강력 촉구했다.
***한나라당, “단독국조 강행”·민주당, “대선앞둔 정치공세”**
국정원 불법 도청 의혹과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1일에도 총무회담을 갖고 절충을 시도했으나 국정조사의 수위와 증인채택 여부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는데는 결국 실패했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민주당 정 총무는 당초 합의를 깨고 현장확인만 하자고 계속 주장했다"면서 "그동안 미뤄온 국정조사요구서를 오늘 오후 단독으로 제출, 내달 7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8일 국정조사계획서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균환 총무는 "도청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무책임한 정치폭로를 끝장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국정원에 대한 현장확인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은 정쟁으로만 몰고가려 했다"며 "한나라당이 단독제출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총무회담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선거전략회의에서 서청원 대표는 “민주당이 국정조사에 합의해 놓고도 이제와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요구서를 제출할 경우 국회를 파행시키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규택 총무도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을 핑계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갈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의 단독국조 주장은 대선 전략에 따른 정치공세라며 강력 비판했다. 정 총무는 이날 오전“국정조사 요구서 단독 제출은 도청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나 의혹 해소가 아니라 끊임없는 의혹 부풀리기로 국회를 대선을 앞둔 정치공세의 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분명한 만큼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정형근 주장 거짓일 수도…”**
양당의 입장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한겨레신문이 31일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정 의원이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이귀남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사이의 전화통화 도청자료를 국정원쪽에서 입수한 게 아니라 금감위 담당 국정원 연락관이 이 위원장이 통화한 사실을 전해듣고 윗선에 올린 보고서가 정 의원쪽에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함에 따라 국정원 도청의혹의 진위공방은 한층 가열될 조짐이다.
한겨레신문은 ‘정 의원이 국정원 도청자료라고 주장한 것은 이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정원 쪽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보고선 관계자들을 상대로 유출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국정원이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전화를 도청했다는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측이 ‘청와대 경호실이 자체 감청팀을 운영하고 있어 국정원이 따로 도감청을 할 경우 드러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한겨레신문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31일 오전 논평을 통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정형근 의원의 도청자료 운운 발언이 결국 거짓말로 밝혀지고 있다”며 “자신이 국정원 도청자료라고 밝힌 자료의 전문을 공개하고 허무맹랑한 자료를 도청자료로 둔갑시킨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대변인은 또 “‘휴대폰을 대여섯개 가지고 다닌다’며 정형근 의원의 도청발언을 부채질하고 국민불안을 증폭시킨 이회창 후보 역시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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