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 땅은 온통 시장이고 중국인은 전부 상인들이다.'
13억 인구, 우리나라의 1백배에 달하는 국토, 매년 평균 15%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을 떠올리면 이 말은 중국에 관한 가장 소름 돋는 정의가 아닐 수 없다.
한국 경제에서 최대의 관심으로 떠오른 중국과 중국 상인에 관한 이야기, '중국인의 상술-중국 대륙을 움직이는 상인들 이야기'(강효백 지음, 한길사 펴냄)는 제목 그대로 중국 경제를 움직여온 거상(巨商)들에 관한 책이다.
'상인종(商人種)'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중원을 차고나와 억척스레 바다를 개척해 나간 광둥 상인, 상하이 상인들 이야기, 인생의 목표를 장사에만 두지 않는 안후이 상인들의 이야기 등 총 30개 꼭지의 글 속에는 각양각색의 중국 상인들 이야기가 수북이 담겨있다.
게다가 풍부한 사진자료, 직접 채록한 증언 등 중국대륙 곳곳을 종횡무진 누빈 저자의 발품 덕에 이 책은 '현장다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중국 시장의 흙먼지와 땀냄새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지난 8월까지 33회에 걸쳐 프레시안에 연재된 '중국인의 상술 <제1부>'를 꼼꼼히 챙긴 독자라면 이에 대한 부연이 필요 없을 것이다(10월 28일부터 <제2부> 연재 중).
***중국 상인의 경영철학**
이 책은 상인들의 성공담과 성공비결을 소개하고 있으나 자칫 '이윤의 원리'로 경도되기 쉬운 경영 지침서와는 거리가 멀다. 목전의 이익을 원하는 독자라면 읽을 필요가 없다.
5백년 가까이 명성을 유지해온 식료품 제조업체 리우삐쥐(六必居), 베이징에서 가장 오래된 밀가루 음식점 두이추(都一處) 등 작은 업체 하나라도 최고로 키워가는 중국인들의 경영철학에서는 이윤 추구 이상의 상도(商道)를 엿볼 수 있다.
또한 10년여간 상하이 총영사관, 주중 대사관 외교관으로 재직하며 터득한 저자의 체험적 지식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머릿속에 빼곡하게 담겨진 중국의 역사 문화 사상의 지도가 경제라는 화두 속에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만만디'의 나라, 혹은 '가짜'의 나라로 우리에게는 여전히 껍질만 소개됐을 뿐인 중국에 대한 현재적이고 실체적인 접근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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